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 2019-01-19 04:23:57 read : 34728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1)
정윤석 | unique44@naver.com
이단에 빠진 사람의 대부분은 우리들과 함께 교회에서 신앙 생활하던 사람들이다. 필자에게 이단문제로 상담하는 분들 중 이런 문제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저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울고 웃던 사람인데요, 언제부터인가 OOO에 빠져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 대다수가 정통교회 교인이었던 사람들이다. 정말 안타깝고 기괴한 일이다. 왜 교회에 다니던 사람들, 그것도 내 곁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게 된 걸까? 그 이유를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한다. 첫째는 이단들이 가진 나름대로의 매력, 둘째는 정통교회에 대한 실망과 한계, 셋째는 성도들의 심리적 요인이다.
먼저 이단들이 가진 나름대로의 매력 때문이다.
▲ 표창원의원(사진 뉴스앤조이)
첫째, 이단들은 불안한 마음에 확신을 준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인간의 마음도 불안하기 마련이다. 이단 종파의 자극적인 교리들은 불확실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확고하고도 권위적인 답변을 제공해 준다. 어떤 여성이 말했다. “'누가 내 곁에서 예와 아니오를 명확히 구별해 주었으면 좋겠어. 내게는 그런 사람이 너무너무 필요해. 자기 자신도 확고한 신념이 있고 또 나에게도 굳은 확신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야.' 불행하게도 이 젊은 여인은 오래지 않아 자신의 희망대로 ‘매사에 굳은 확신을 주는’ 이단 종파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그들을 계속 찾아가서 나에게 닥친 모든 문제에 대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내 모든 문제를 알고 그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정말 그들은 내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 처럼 이단 종파들은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하여 불안해하며 만족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고, 그들의 문제에 대하여 손쉬워 보이는 해답을 곧바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죠쉬 맥도웰·돈 스튜어트, <이단종파>, 1989년, 기독지혜사, 15~17pp 요약).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국회의원 표창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어떻게 신의 뜻을 다 압니까’, ‘목사도 사람입니다. 함께 기도 합시다’라고 하면 안 따른다. ‘나만 믿으세요. 저 모든 사회 엉터리들. 결국 신의 뜻대로 치유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따른다.”(뉴스앤조이 2017년 5월 29일). 이단들은 속삭인다. “세상은 다 틀렸어! 이곳만이 진리야! 하나님의 새로운 진리의 공동체야”라고 말이다.
▲ 대학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한 이단단체 신도
둘째,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소속감’을 해소시켜준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안정된 소속감을 제공해 준다. 가정에서 소속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상태로 성장한 사람이 사춘기와 청년기에 이단에 빠지기 쉽다. 이단 교주는 안전감과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육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젊은이들은 ‘영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확인하게 된다.
필자가 안상홍 증인회 취재할 때였다. 그곳에 가면 모든 신도들이 나와서 그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환대했다.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신도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현관까지 나와서 인사를 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어디서도 받지 못할 환대는 비록 이단사이비 단체이지만 필자의 마음 속에 여운을 남겼다.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따스함이 있는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듯했다.
신천지에 있다가 탈퇴한 신도가 있었다. 그는 신천지가 이단이며 종교사기 집단인 것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알아보니 다시 신천지로 돌아갔다. 그에게 물었다. “아니, 왜 신천지가 잘못된 거 알면서 들어갔지?” 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누가 나를 도와줬죠?" 이단에서 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곳에서 느꼈던 정 만큼은 그리워요.” 이단들은 인간의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물론 내부로 깊이 들어가면 구원에 들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에 내몰리지만 말이다.
▲ 한 이단 단체가 설문조사를 할 때 사용했던 용지
셋째, 시대에 맞춘 포교법으로 다가간다.
정통교회의 전도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 10년전이나 20년전이나 전도법에 큰 변화가 없다. 상대에 대한 연구도 철저하지 않다. 그러나 30여년 동안 변화해온 신천지의 포교법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사람을 미혹하기 위해 고민하는지가 드러난다. 한마디로 포교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천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신현욱 목사 등 상담가들의 공통된 얘기가 있다. ‘불신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전혀 교회를 다니지 않던 사람들이 신천지에 미혹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포교할 때 MBTI와 애니어그램, 미술치료 등 사람의 심리와 취향과 기질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한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신도 집단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신옥주 교주의 은혜로교회에는 700여 명의 신도가 빠져 있다. 이곳에 빠진 대다수의 신도들이 은혜로교회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빠졌다고 한다. 유튜브를 보다가 은혜로교회 신도들의 간증과 신옥주 교주의 설교를 듣고, 700여 명에 가까운 신도들이 모이고 있다. 이단들은 미디어의 변화에도 아주 발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단지 사탄에게 속아서 미혹된 걸까? 아니다. 이단들은 그들 나름대로 정통교회가 제공하지 못한 매력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 정통교회에 상처를 받거나 실망한 사람들은 그 매력에 쉽게 동화된다. 그 미혹에 빠지면 주변에서 아무리 '이단'이라고 해도 듣지 않게 된다. 반면, 정통교회가 가진 도덕성과 한계도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요인이 돼가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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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이유(2)
정통교회가 갖고 있는 한계와 도덕성도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첫째, 정통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이단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필자는 지금까지 40여 곳 이상의 이단단체를 취재했다. 그 단체들이 “그래도 교회가 이 사회의 희망이다”며 한국교회를 칭찬하는 이단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마치 진리가 사라져 어둠에 속한 사탄의 소굴처럼 정통교회를 비난했다.
이런 말을 하며 접근할 때 성도들이 “아니야!”라고 말할 만한 정보와 자신감이 부족하다. 미디어들은 연일 교회가 일으킨 사회적 문제점들만 집중적으로 부각하여 정보를 쏟아낸다. 교회의 도덕적 타락에만 집중한 신도들은 이단들이 교회를 비판하며 다가올 때, 공감하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실제로 타작마당으로 신도들을 가혹하게 폭행한 이단 신옥주 교주의 은혜로 교회에 빠진 한 신도는 2016년 5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2~3년 가까이 신옥주 씨의 설교를 듣다가 은혜로 교회에 출석하게 됐다”, “신옥주 씨가 기성교회의 잘못된 점을 많이 지적했는데 그때 아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교회의 타락을 통렬히 비판하는 것은 성도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주요 키워드로 자리하고 있다. 교회 비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이 파멸을 위한 것인지, 그래서 교주를 믿고 따르게 하기 위한 장치인지, 아니면 진정한 건설적 비판인지 잘 분별해야 한다.
둘째, 정통교회가 성도들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해서다.
교회 신도가 길을 가다가 플래카드 내용에 꽂혔다. “6개월이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통달!” 이 신도가 교회학교 교사였다.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아는 게 없었다. 플래카드를 내건 곳을 들어가니 ‘비전성경공부센터’라고 돼 있고 오로지 성경만 놓고 신구약을 가르쳐줬다. 알고 보니 신천지였다.
성경에 대한 지적 욕구가 교회에서 채워지지 않으니 신천지일줄도 모르고 플래카드 광고를 보고 가게 된다. 신천지에 다닌 한 권사는 신학원 초창기 3개월 동안 많은 갈등을 겪는다. 아무리 성경공부를 했지만 내용에 ‘예수’가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 동안 집중 성경공부를 하는데 구속사적으로 풀지 않으니 이상했다. 고민하던 찰나 강사가 말했다. “4개월째부터 요한계시록 들어갑니다.” 이 말에 권사는 갈등을 내려놨다.
‘다른 건 몰라도 요한계시록은 한번도 배워본 적이 없으니 이것만은 배우고 나가자!’ 이 마음으로 4개월부터 요한계시록을 공부한다. 공부를 마친 후 과연 권사는 신천지를 나왔을까? 나오긴 뭘 나올까. 요한계시록 배우며 6개월이 지나자 이 권사는 가족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나오지 않는 골수 신천지 신도가 된다. 교회에서 성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교인들의 요구를 채워주지 못하니 사람들이 자꾸 이단에 빠지는 것이다.
때로 심리적, 정서적인 필요가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기도원을 찾아갔다. “짜짜짜!”소리를 내면서 병과 귀신과 저주를 몰아낸다는 곳이었다. 신도들이 산골짜기의 기도원을 찾아가면 기도원 원장은 방석을 깔고 앉아 신도들의 말을 들어주고 기도를 해준다. 신도들은 기도원 원장 앞에서 잠시나마 주저리주저리 자신이 경험한 어려움과 해결법에 대해, 하나님의 인도와 뜻에 대해 상담하며 기도를 받는다.
성도들은 실생활에서의 아픔과 고민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하나님의 뜻이 뭔지 궁금해 한다. 그 문제를 풀길이 없거나, 교회에서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신도들이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그들과 상담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말은 어떨까?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도원에 가지만, 불건전한 기도원 대부분이 “당신은 사명자다! 그런데 그 사명의 길을 가지 않으니 이런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변함없는 레파토리로 신도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기도원에 속한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라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곳에서 목사 안수를 주는 ‘속성’코스를 밟아가도록 한다. 성도들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기도원의 원장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가도록 한다. 이런 식의 변함없는 기도원 레파토리에 미혹된 가정이 통째로 미혹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단들은 만병통치, 만사형통, 소원성취, 사업성공, 건강장수, 가정화목, 영생불사 등 인간의 전인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약속한다. 비록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그래도 사람들은 속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는 그 말의 매력에 자신의 넋을 빼앗긴다.” (탁명환, <기독교이단연구>, 국제종교문제연구소, 1998년, 85p)
“이단의 많은 활동은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단을 따르는 데는 진리냐, 아니냐 하는데 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큰 다른 이유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단이 흥왕하는 주요 원인은 교회가 사람들의 감정적, 심리적, 사회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데 있다’”(정동섭, <이단과 정통 무엇이 다른가>,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93년, 236p, 파산티노 외, 193, p.20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