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동성애’에 대한 신학자의 입장/ 황규철에게 찔린 박석구, 나는 억울하다 2015-11-13 18:05:46 read : 44234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성경 속 동성애 언급’에 대한 현대 성서신학의 입장
‘한국교회,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제 특별포럼
▲동성애 특별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동성애 특별포럼이 7일 서울 동교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와 현대기독연구원 공동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여러 발표자들 중 ‘성서적 측면’에서 ‘성경은 동성애를 어떻게 말하는가?’를 발표한 이민규 교수(한국성서대 신약학)는 “성경은 현대 동성애 논쟁이 원하는 자세한 정보들을 제공하지 않고, 성경에서 말하는 역사적 동성애 문화는 현대의 동성애 문화와 겹치는 부분도 많지 않다”며 “그렇다 해서 구약에서 동성 성관계가 용인된 적은 없었고, 신약의 성윤리 기준은 구약보다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현대 동성애 논쟁에서는 동성애의 선천성, 성적 취향, 동성 간의 순수한 사랑 여부 등이겠지만, 성경은 동성 강간이나 종교 제의적 성창(聖娼·holy prostitution, 가나안 종교에서 남녀 제사장과 성관계를 하며 신의 복을 기원하던 제도), ‘소년 사랑’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고대 사회에는 ‘동성애-이성애’라는 용어 자체가 없었기에 성경에도 ‘동성애’라는 용어가 나오지 않는다”며 “당시는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었고, 유대인들은 성(性)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동성 간 성행위는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에 대한 실패(창 1:27-28)라 생각했기에, 논의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동성 간의 성행위와 관련돼 있다고 알려지는 성경 본문들을 하나씩 검토했다.
구약의 동성애 관련 본문들 검토
이민규 교수는 구약부터 살폈다. 먼저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욕정을 채우고자 동성 강간으로 욕보이려 했던’ 소돔과 고모라의 창세기 19장과 사사기 19장에 대해 “‘상관한다(yada)’는 성관계에 대한 고대 근동의 은유적 표현 방식”이라며 “퀴어신학자들은 이를 부인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세기 19장에서 롯이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자를 알지(yada) 못하는 두 딸을 대신 주겠다’고 제안할 이유가 있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예레미야(23:16-17, 24:13)와 에스겔(16:49-50)에는 소돔의 죄에 대해 구체적인 동성애 대신 영적 간음인 우상숭배와 거짓, 교만과 탐식을 지적하고, 신약에서도 소돔을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상징으로 표현하지만 동성애나 성욕을 언급하진 않는다(마 10:15, 눅 10:12, 마 11:23-24)”고 했다.
이에 대해 “물론 동성애의 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동성애가 죄에서 배제됐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강간 행위도 언급돼 있지 않은데, 당시 극악무도한 죄로 인식돼 있어
설명이 불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소돔의 죄악은 손님의 권리와 엄격한 보호를 보장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저버린 것, 그리고 상대를 가장 치욕적으로 굴복시키려 잔혹하게 학대했던 (동성) 강간 행위 두 가지”라고 했다.
레위기 구절 ‘너는 여자와 교합함 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18:22)’에 대해선 “구약에서 남성끼리의 성교(性交)를 비판하는 것은 동성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성창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성경이 금하는 이런 이방 풍습에 이스라엘인들이 참여한 증거들이 있다(신 23:18, 왕상 14:24, 왕하 23:7)”며
“그러므로 레위기의 1차적 금지는 우상숭배와 관련된 종교적 남창(男娼)에 관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레위기 20장 10-16절에 나오는 남성끼리의 성교 행위는 간통과 수간(獸姦)과 함께 사형에 해당하는 성적 범죄로, 우상숭배에 제한되기보다 보편적으로 거부된다”고 전했다.
▲이민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교수는 “퀴어신학자들은 이를 성적이 아닌 종교적 금지라고 하는데, 당시 유대인들에게는 종교와 윤리가 다른 것이 아니었다”며 “레위기 18장에서 금지하는 간음과 근친상간, 수간 등도 당연히 종교적 이유에서만 금지된 것은 아니다. 동성애를 단순 종교적 차원에서만 금지했다는 주장은 지나친 발상으로, ‘가증한 일’은 종교적 차원과 도덕적 차원 모두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했다.
퀴어신학자들이 ‘다윗과 요나단(삼하 1:26)’, ‘룻과 나오미’를 ‘아름다운 동성애’ 성경 본문으로 제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언뜻 보면 어떤 색의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저는 이들의 주장을 알기 전까지 관련 본문을 100번 넘게 읽었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남여 역할에 분명한 선을 긋기 좋아했던 보수적 가부장 사회에 살던 유대인들도 이 내용을 동성애로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약은 매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고대 문화였기 때문에, 현대 사회보다 남녀 간 연애나 성적 취향 등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었다”며 “이런 문화에서 성은 주로 숨겨야 할 문제이지 드러낼 문제가 아니었고, 동성애 문제도 구약에서는 주로 우상숭배 차원의 남창 유입과 관련돼 있었다. 그렇다 해서 동성애가 허락된 적은 결코 없었다”고 정리했다.
신약의 동성애 관련 본문들 검토
이민규 교수는 신약에서의 동성애에 대해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한 것(마 6:28)’이라는 예수님의 계명에서도 보듯, 신약의 성윤리 기준은 구약보다 더 강화됐다”며 “바울도 성도들 간의 음행은 있을 수 없는 일로 간주하고, 아버지의 계모와 성관계를 한 자를 출교시키라(고전 5:1)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복음서에는 동성애에 관한 언급이 없으므로 직접적 문맥에선 다룰 수 없는데, 퀴어신학자들은 ‘예수와 사랑하시는 제자(요 13:21-26, 19:25-27, 21:20-24)’, ‘마리아와 마르다’, ‘백부장과 그의 종’ 등이 동성애 관계라고 주장한다”며
“그들은 ‘동성애가 아니다’는 말이 없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성경 읽기에서 반동성애적 관점을 버리라’고 하는데, 문제는 그 설명에 설득력이 없고 문맥상으로도 맞지 않다. 그리고 성경은 결혼 이외의 문맥에서 음란한 동기와 성관계에 부정적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들의 주장은 반동성애적 시각이 강했던 유대 문화에서 성경이 친동성애적 코드를 은밀히 심어놓았다는 뜻인데, 그간 아무도 모르다 이제야 밝혀졌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퀴어신학자들의 주장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호모포비아(homophobia)’가 문제라는 사실로, 예수님은 죄인들을 ‘지적’하시지 않고 ‘함께’하심으로 연약함을 이기게 하셨다는 것(요 8장)”이라고 했다.
이후에는 바울서신을 검토했다. ‘탐색(探色·여색을 찾아다님)하는 자나 남색(男色)하는 자나(고전 6:9)’라는 구절에 관해선 “‘malakoi(탐색)’와 ‘arsenokoitai(남색)’ 두 단어가 나오는데,
‘malakoi’는 오역에 가깝고 정확하게는 리처드 헤이스(Richard Hays)의 의견대로 ‘헬라 문화에서 보통 성적으로 삽입당하는 역할을 하는 소년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며 “‘arsenokoitai’는 해석하기 어렵지만 문자적으로는 ‘arsen(남자)’와 동사 ‘koite(옆에 눕다)’의 합성어이므로 남색을 의미할 것”이라고 했다. 디모데전서 1장 10절의 ‘남색하는 자’에도 ‘arsenokoitai’가 사용된다.
가장 잘 알려진 로마서 1장 24-27절에 대해선 “성경에서 동성애에 관한 정보가 가장 많이 나오는 본문”이라며 “그러나 본문은 바울이 동성애에 관한 그의 입장을 서술하기 위한 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문은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기는’ 잘못의 징후 중 하나의 드러난 예로 동성 성관계를 꼽은 것”이라며 “리처드 헤이스의 말처럼 논의의 주된 흐름과의 관계에서 2차적이고 예화적 성격을 띠고 있음이 확실하고, 동성애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보수적 입장의’ 라이트(N. T. Wright)조차 이 본문이 동성애 찬반을 위한 기독교 윤리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많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바울은 창조주를 거절하고 우상을 숭배할 때 창조세계에는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 무너진 질서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가 ‘동성 성관계’이고, 이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임한 보편적 타락의 작용으로 설명한다”며
“바울은 본문에서 여성 동성 성관계도 언급하면서 동성 성교행위(practice)는 하나님 두기를 싫어한 문화의 결과로, 분명한 죄이지만 그것을 심판의 원인이 아니라 죄에 관한 보응, 즉 하나님의 심판이 나타난 모습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동성 성행위’를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늘 발견되는 일상 죄악들(롬 1:29-31)과 같은 반열에 두면서, 특별한 범죄행위로 여기진 않았다는 것. 그는 “바울은 무정하고 무자비한 자(31절)와 동성애를 같은 반열에 두고 있다”며 “한 마디로 바울은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현상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세상 풍조 본받지 말고, 엄격한 성윤리 추구해야
이민규 교수는 성경의 동성애 관련 구절 검토를 위해 당시 그리스·로마 사회와 유대교에서의 동성애, 퀴어신학자들의 ‘동성애 해석학’ 등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윤리에 매우 엄격한 고대 유대문화에서 혼인 외 모든 성관계는 죄”라며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신구약의 모든 규례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의 기준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인간은 모두 죄인이고 기독교인이라도 죄의 성향이 뿌리뽑힌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니며 기독교인에게도 완벽을 요구할 수 없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넘어지고 배우면서 거룩해지는 것”이라며 “어떤 이의 동성애 성향 자체는 교회에서 이러한 차원으로 용납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 성행위는 죄이지만 회개할 수 없는 죄는 아니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역시 동성 성행위 못지 않은 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동성애를 죄라고 할 때, 이성애자들의 성적 문란함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이중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성경 해석은 늘 시대의 풍조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성경은 이 세상의 풍조를 본받지 말라고 명령하고, 동성애가 만연했던 이방 문화의 온갖 성 문제가 교회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초대교회는 엄격한 성 윤리를 추구했다”며 “이는 한국교회가 본받고 따라야 할 성경의 명령”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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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성도’ 100만명 시대… 새로운 신앙공동체 나올 때원하는 교회상
“기존교회에 대한 반성 필요… 주중교회·신우회 등이 도움”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주장
이들은 ‘선데이 크리스천’이 아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 교회 출석 기간도 평균 14년이 넘고 90%가 교회 직분을 맡았다. 3분의 2는 한 교회를 떠나본 적이 없다. 요즘 한국교회의 ‘새로운 그리스도’으로 분류되는 ‘가나안 성도(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100만명에 육박한다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들을 한국교회가 긍정적으로 보고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교회탐구센터가 9일 개최한 ‘교회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IVP) 출간 기념 북토크 행사에서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13년 31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2010∼2012년 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내용을 정리했다. 가나안 성도 100만명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13년 실시한 오프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산한 것이다.
이날 서울 광진구 광나루로 은혜와선물교회에서 열린 북토크에서 저자 정 교수와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목사,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대담자로 나와 100여명의 참석자들과 함께 2시간이 넘는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참석자들 중엔 신학교 교수를 비롯해 청년 대학생 등도 많아 이미 ‘현상’이 된 가나안 성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정 교수는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했던 이들이 교회를 떠났다는 건 한국교회에 큰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설문조사에서 가나안 성도들은 ‘자유로운 신앙생활(30.3%)’ ‘목회자에 대한 불만(24.3%)’ 등의 이유로 교회를 떠났지만 대다수(82.1%)가 ‘구원의 확신이 있었다’고 답했으며 3명 중 2명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67.1%)’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 중 91.8%는 어떠한 신앙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김기석 목사는 “새 신자 한 명이 ‘우리는 난민’이라고 하더라. 의식 있는 성도를 밀어내는 한국교회 현실이 마음이 아팠다”고 운을 뗐다. 김선일 교수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기존 교회의 반성과 갱신에 도움을 주는 한편 새로운 선교 공동체가 출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중교회나 신우회 등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신앙공동체가 가나안 성도의 신앙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토크에서는 “가나안 성도가 되고 싶다”는 탄식 섞인 질문이 많았다. 대담자들은 “일상의 거룩함을 추구하는 주체적 신앙인이 되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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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 성경공부’ 용인 선민교회 김홍양 목사
한 끼의 ‘빵’보다 영생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홍양 선민교회 목사가 최근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금요일 성경공부 시간에 ‘감사’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오전 8시30분 경기도 용인 수지구 성복로 선민교회(김홍양 목사) 앞마당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이날 모인 사람은 80여명으로 모두 노숙인들이었다. 출신 지역도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정해진 거처와 일자리가 없고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다른 노숙인들과 차이가 있다면 끼니를 때울 빵 한 조각이 아니라 말씀을 받아먹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이다. 자리에 앉으며 받아 든 종이에는 오늘의 성경 말씀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들이 적혀 있었다.
성경공부 시간은 채 20분이 되지 않았지만 노숙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함께 성경을 읽을 때는 낭랑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큰 밤나무 아래에서 말씀을 듣고 있는 노숙인들의 모습은 성경 속 산상수훈을 연상케 했다.
선민교회가 매주 금요일마다 노숙인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김홍양 목사가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흔한 진리를 노숙인 사역에 적용하면서부터다.
“우리 교회도 일주일에 한 번 노숙인들을 세워 놓고 1000원씩 쥐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는 이분들의 마음까지 바꿀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을 말씀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김 목사)
금요일 아침 교회 앞 풍경은 서서히 바뀌었다. 간식비를 받기 위해 줄을 서던 노숙인들이 성경 말씀이 적힌 종이를 받아 들고 김 목사를 향해 몸을 낮춰 앉았다. 성미 급한 노숙인 몇몇은 “돈이나 달라”며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 목사는 등을 토닥이며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줬다. 사비를 털어 1000원이던 간식비를 2000원으로 올렸다.
2월부터는 노숙인 사역을 확대하기 위해 ‘나사로 선교회’를 창립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성경 속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를 기억하고 모든 성도들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1월 초 20여명에 불과하던 성경공부 참여자는 이제 평균 80여명, 많을 때는 100명을 넘기도 한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섬김 소식이 알려지자 이웃들도 동참했다. 동네 빵집 세 곳이 노숙인들을 위해 매주 빵을 후원하고 나섰다.
“샬롬.”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고맙습니다.” 성경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노숙인들은 빠짐없이 교회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노숙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인사하던 신원자(59·여) 권사는 “처음에는 질서도 없고 냄새도 나서 거부감이 컸지만 지금은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분들도 자신이 사랑받는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면서 의식이 변화해가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9년 전 거리로 나앉은 A씨(68)는 “전에는 이곳저곳에서 받은 간식비로 술을 마시며 하루를 보냈다”면서 “지금은 나보다 더 굶주린 노숙인에게 삼각김밥 하나라도 사주고 싶어 술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 말씀을 듣기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면서 수줍게 웃었다.
최근에는 공부한 내용을 중심으로 성경시험을 본 뒤 시상식도 가졌다. 노력한 결과에 대해 보상함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등에게는 10만원의 상금도 수여했다. 금요일마다 지급하는 간식비가 2000원이니 1년치 간식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시상식에는 구청장과 시의원도 참석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나사로선교회 회장 나기홍(88) 집사는 10일 “노숙인 한 사람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며 “선민교회뿐 아니라 지역 전체와 한국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계몽운동이 될 수 있도록 노숙인 일자리 창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경공부 참여가 적극적 신앙생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년 1월부터는 성도들과 함께 금요 소그룹 활동을 시작해 노숙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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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철에게 찔린 박석구, "나는 억울하다"
입원 중 기자회견...이권 다툼, 쌍방 칼부림 부인
최승현 기자
▲칼부림 사건이 있은 지 20일 만에 박석구 목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박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총회 이권을 취하는 대가로 황규철 목사를 밀어줬다거나, 이번 사건이 서로 간의 칼부림이라는 얘기에 대해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황규철 목사에게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박석구 목사가 11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박 목사는 자신도 마치 황규철 목사를 칼로 찌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양팔에 붕대를 감고 환자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은 박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금천구 예복교회에서 진행됐다.
하루 전인 9일, 황규철·박석구 목사의 소속 교단이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는 두 목사에 대해 면직 및 제명·출교 조치를 내렸다. 두 사람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처리한 것이다. 총회는 "이 두 사람이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교회를 무시하고 짓밟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예장합동, 황규철·박석구 목사 영구 제명 및 출교)
박석구 목사는 총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교회와 총회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긴 했지만, 자신이 피해자인데, 황규철 목사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총회의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으로 해결할 것이다"라며 앞으로 총회와 소송전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황규철 목사 최측근에서 도운 이유, 노회에서 내보내기 위해?
박석구 목사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을 둘러싼 잘못된 소문들이 퍼져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의 총무 선거를 돕는 등 오랜 기간 황 목사의 최측근으로 지냈었다.
그는 총무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이권을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황규철 목사의 총무 선거를 도왔던 이유는, 순전히 황규철 목사를 노회에서 밀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황 목사가 하도 노회에서 전횡을 일삼으니 총무로 보내놓고 노회는 평안한 상태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황규철 목사가 가스총 사건으로 총무직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황 목사를 방어한 이유도, 그러지 않으면 황 목사가 노회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에게 총무가 되면 노회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나 박석구 목사는 2012년 8월 황규철 목사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총회 사업권 등 각종 이권을 약속했다고 말한다.
"귀하(황규철)가 교단 총무 선거에 나갈 시 선거 자금을 요구하였기에 본인(박석구)은 총무 선거 자금으로 3,000만 원을 주었고, 그 대가로 총대 자리, 노회 서기 3년, 총회의 각종 사업권을 주기로 약속받았다. 이것에 관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박석구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황규철 목사가 먼저 말한 것이지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 황규철 목사가 '내가 총무 되면 네가 노회 서기도 하고, 총대도 하고, 총회 사업권도 가져가야지 누가 하냐'고 말한 것이다.
총회 사업권도 난 뭐가 뭔지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총회에서 회의록 같은 거 한 번 만들면 수천만 원이 든다. 그런 거 어디에다가 맡길지 선택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나에게 알아보라고 말한 거다. 실제로 나는 알아만 보고 그 이후는 황규철 목사가 알아서 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3년간 평동노회 서기를 하고, 총회 총대에 선출된 것 또한 황규철 목사가 밀어준 게 아니라 노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황규철 목사가 총무로 당선될 당시인 2011년 가을, 자신은 노회 부서기였기 때문에 2012년 봄 노회에서 서기가 될 차례였는데, 황규철 목사가 자신을 빼고 다른 사람을 서기로 앉혔다고 했다.
노회 재판국 회부된 황규철 목사, 박석구 목사에 무마 요청…거절하자 범행
▲ 박 목사는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종종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양 팔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주위 사람들이나 취재진이 눈물을 닦아 주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석구 목사는 쌍방이 서로 칼을 찔렀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최근 코너에 몰린 황규철 목사가 자신을 회유하려다 실패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박석구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지난해 9월, 총무 임기를 마치고 노회에 복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황규철 목사는 2015년 4월 노회장이 되면서 노회 행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회 산하 교회인 ㅇ교회 재산을 탐냈다는 것이다. 분쟁 중인 ㅇ교회에 박석구 목사가 임시당회장으로 있었는데, 40억 원대에 이르는 교회 부동산을 지켜 주려는 박 목사와 이를 탐내는 황 목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고 했다. (관련 기사: 황규철 목사는 왜 박석구 목사를 찔렀나)
이에 반발한 박석구 목사는 황 목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노회 공금횡령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다른 노회원들도 이에 가세해 지난달 열린 가을노회에서 황 목사의 노회장직을 정직하고, 노회 공금횡령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재판국을 설치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노회 재판을 무마하려고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노회에 공금횡령 문제 제기했던 건 황 목사에게 화가 나 우발적으로 한 것이니 없던 걸로 하자고 말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석구 목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총무 선거 때 빌려간 돈 1,700만 원을 갚으라는 등 황 목사에게 협조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이에 격분한 황 목사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찔렀다는 것이다.
실황 녹취록 경찰에 제출…"가해자 꼬리표 떼겠다"
박석구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한쪽 다리는 탁자 위에, 다른 다리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린 채 자신의 복부를 여러 차례 찌르는 등 일방적으로 피습을 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자해를 시도하던 황규철 목사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겨눴고, 칼을 양손으로 막는 와중에 경찰이 도착한 건 하나님의 은혜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대장 10cm 정도를 절제해 배변 주머니를 달고 생활하는 등 앞으로도 수개월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박 목사는, 상처가 커 6개월 뒤 한 번 더 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말했다.
박석구 목사는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당시 상황 녹취록 등 증거자료를 이날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황규철 목사를 찌른 게 아니라 황 목사가 자해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경찰 최초 출동 당시 쌍방 범죄로 규정해 자신도 가해자로 몬 것도 책임을 묻는 등,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서 자신이 피해자 신분임을 밝히고, 자신에게 씌워졌던 가해자 꼬리표를 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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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세력 압박에 성 소수자 외면하는 게 기독교 정신인가?"
숭실대 총여학생회·SSULGBT, 학교 측 반대에도 '동성 결혼' 다큐멘터리영화 상영
이용필 기자
▲ 숭실대가 '기독교 정신'을 이유로 동성 결혼의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상영을 막으려 하자,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들고일어났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조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학생 자치에 대한 탄압이다"며 반발했다. 11월 10일 숭실대 베어드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영화제에 참석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모습. 이들은 학생들의 활동을 막아서는 학교 당국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기독교 정신'을 앞세워 동성 결혼 다큐멘터리영화 상영을 막으려 했던 숭실대학교(한헌수 총장)의 대응이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2년 전보다 화제성이 높아지고, 참석자의 수도 몇 배나 늘었다.
지난 10월 13일, 숭실대 총여학생회는 인권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학교 벤처관 309호를 17:00~22:00까지 대여했다. 인권 영화제는 11월 10일로 예정됐지만, 학생처가 하루 전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학생처장 이름으로 된 공문에는, "인권 영화제의 내용이 대학의 설립 이념인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차후에도 대학 설립 이념과 정체성에 반하는 일체의 행사를 허가할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학교 측이 문제 삼은 상영작은, 동성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 씨 부부의 결혼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마이 페어 웨딩'. 학교 측이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1월 10일 숭실대에서 만난 조은별 총여학생회장은 "뜬금없는 통보에 우리도 할 말을 잃었다. 확인해 보니 보수 기독교 측에서 학교에 항의 전화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예수님을따르는아가페목장', '주님을기다리는신부들', '선한이웃' 등 보수 기독교 단체는 11월 7일을 전후로 숭실대에 항의 전화를 했다. 선한이웃은 10일 숭실대 정문에서 인권 영화제 반대 집회까지 계획했다. 숭실대에서 만난 선한이웃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우리가 학교에 항의 전화를 엄청 했다. 김조광수 커플은 성(性) 정치로 선동질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원이 모이지 않자 선한이웃은 집회 일정을 취소했다.
대관 취소와 관련해 학교 측은 말을 아꼈다. 장경남 학생처장은 항의 전화 때문에 대관을 취소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나머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기독교 정신과 인권 영화제 상영이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하겠다", "홍보팀과 이야기하라"고만 말했다. 학생처 한 직원은 보수 기독교 단체의 항의 전화를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관 취소 이후에 진보 기독교 단체에서도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했다.
총여학생회와 SSU LGBT(숭실대학교 성 소수자 모임), 시민단체 등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10일 오후 5시 베어드홀 앞에서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학교 측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미국 레즈비언 커플의 삶을 다룬 '퍼스트 댄스'를 상영했고, 2년 전 동성애자 주교에 관한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을 상영했다고 했다. 동성애 작품을 상영할 동안 학교 측이 '기독교 정신'을 이유로 방해한 적 없었다고 했다.
지지 발언자로 나선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기독교 정신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학교 논리대로 하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성 소수자는 배제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상당히 비겁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베어드홀 4층에 있는 총장실로 항의 방문을 했다. 이들은 이동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멈춰라", "학생 자치 탄압 즉각 중단하라", "총장은 사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총장실 불은 꺼져 있었다. 참석자들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던 장소로 돌아온 다음 영화 상영을 준비했다. 노트북과 빔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앉아서 볼 수 있도록 간이 장판을 설치했다.
▲ 애당초 다큐멘터리영화는 실내에서 볼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학생들은 총장실이 있는 건물 앞에서 시청했다. 영화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참석자들은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인권 영화제에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도 참석했다. 영화 상영에 앞서 김조광수 감독은 "전두환 시절에도 이렇게까지 막지 않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악조건 속에서도 많이 모여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기자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를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성공회 신자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은 학교를 설립한 기독교 정신과 인권 영화 상영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정치 세력으로 몰아가는 보수 기독교 단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가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정말 문제가 있다면 성경 구절이라도 넣어서 비판을 해 줬으면 한다. 이번 일은 외부로부터 압박은 받기 싫고, (대관 취소를 하기 위한) 명분은 있어야 하니까, 기독교 정신을 앞세운 것으로 본다. 그런데 정말 묻고 싶다.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정신이라는 게 혐오 세력에 굴복해 사회적 약자인 성 소수자를 부인하는 것인지 말이다.
'정치적이다, 선동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 정치적이고, 선동적이다. 사실 이번에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면 반향 없이 조용히 영화만 보고 끝났을 지도 모른다. 실제 외부의 간섭이 없었던 2013년 인권 영화제에는 10명밖에 안 왔는데, 오늘은 수십 명이나 참석했다. 보수 기독교 단체와 학교 측 덕분이다."
오후 7시 30분 시작한 영화제는 밤 10시에 마무리됐다. 몇몇 학교 직원도 끝까지 남아 있었지만,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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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ㅍ교회 담임목사, 교회 돈 수십억 횡령 혐의로 피소
빚 65억인데 매년 5억 이상 사용…교회 측, "모두 예산에 포함돼 있다"
구권효 기자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경기도 광주에서 가장 큰 교회 광주 ㅍ교회. 담임 이 아무개 목사는 31년 전 전도사 시절 ㅍ교회를 개척할 때 결혼반지를 팔아 6평 규모의 작은 천막을 마련했다고 간증하곤 했다. 그렇게 천막에서 시작된 교회는 등록 교인 7,000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2001년에는 새 예배당을, 2012년에는 비전센터를 지었다. 2010년에는 교인 2만 명을 달성하자는 '비전 2020' 선포식도 열었다.
교계 언론들은 천막 교회에서 시작해 31년간 성장 가도를 달린 ㅍ교회와 이 목사를 주목했다. 200여 개로 나뉜 ㅍ교회의 전문 평신도 사역팀을 소개하기도 했고, 교회가 광주시와 함께 여는 축제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방송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가 자신이 꿈꾸는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건강하게 성장한 교회였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작년 말부터 ㅍ교회 내부에서는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참 곪아 있던 것이 터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약 1년간 내홍을 겪었고, 결국 교인 250명은 지난 10월 담임목사를 고소했다.
▲ 31년간 큰 분란 없이 성장해 온 광주 ㅍ교회. 그러나 2014년 말부터 교회 재정 문제로 갈등이 시작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인들은 몰랐던 담임목사의 재정 사용
ㅍ교회에 분열이 일어난 이유는 돈이다. 안수집사 10여 명은 2014년 말부터 교회의 재정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 집사와 장로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교회 명의 계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였다. 이 목사와 이 아무개 재정장로, 강 아무개 사무국장 등은 재정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일관했지만, 입출금 내역에서 교회가 상식 이하로 재정을 굴리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담임목사의 계좌로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았다.
일례로 2014년 ㅍ교회 재정은 약 26억이었는데, 이 목사 계좌로 들어간 돈이 5억 원이 넘었다. 이 목사는 사례비로 매달 500만 원을 받았다. 공동의회에서 알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ㅍ교회는 제직회나 공동의회 때 예·결산을 서면으로 보고하지 않고 스크린으로만 간단하게 보고했다. 교인들은 이 목사가 500만 원 정도만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 목사가 사용한 돈은 사례비의 수십 배였다.
명목상 '교육비' 중 '사역비'로 나와 있는 매달 770만 원은 모두 이 목사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도서비 명목으로 매달 100만 원씩 이 목사의 통장에 들어갔지만, 또 다른 항목에서 담임목사의 도서 구입 비용이 빠져나갔다. 이 목사는 이렇게 연간 1억 원 정도를 별도로 받았다. 교회 측은 이 돈을 담임목사에게 지급하는 '목회 활동비'라고 했지만, 이 목사가 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증빙할 수 없다.
이 목사는 자신의 학비도 교회 돈으로 충당했다. 그는 2009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했고, 2010년에는 서울대 법대 최고지도자과정에 등록했다. 2011년에는 연세대 법무대학원과 한국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다. 등록금은 물론 지방·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및 경비, 기숙사비, 연회비, 실습 교제비, 후원금 등을 모두 교회 돈으로 지불했다. 6년간 합계가 1억 600만 원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알게 된 사람들의 경조사비까지도 교회 돈으로 냈다.
물론 교인들의 경조사비는 목회 활동으로 보고 교회에서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교인이 아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동료 및 선후배, 기관의 경조사에도 교회 재정으로 돈·화환 등을 보냈다. 교회와는 전혀 관계없는 '아무개 국회의원 자녀 결혼' 등에 교회 돈을 몇 십만 원씩 보냈다. 이렇게 쓴 돈이 지난 6년간 매년 적게는 720만 원에서 많게는 1,500만 원이다.
이 목사의 가족에게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다. 이 목사의 아내는 침샘암으로 투병 중인데, 거의 모든 치료비용을 교회 돈으로 썼다. 수술·입원·진료비와 약값은 물론, 요양차 머무른 황토방 사용료, 황토방에서 먹은 식사비, 황토방에서 사용한 생필품까지 모두 교회 재정에서 나갔다. 6년간 치료비로 나간 금액은 7,730만 원, 황토방에서 나간 비용은 4년간 6,690만 원이다. 6년간 아내 명의로 된 자동차 할부금 및 관리비 4,000만 원가량도 교회 돈으로 나갔다. 아내가 책을 내 2012년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이때 든 비용 500만 원도 교회 돈으로 썼다.
2009년 이 목사의 외아들 영국 유학 비용 4,600만 원도 교회 재정에서 나갔다. 2014년에는 아들이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을 ㅍ교회 예배당에서 했을 뿐 아니라 아예 교회 행사로 치렀다. 청첩장 발송비부터 축가·주례 등 섭외비, 식비 등을 모두 교회 돈으로 충당했다. 이후 이 목사와 아들이 2,500만 원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들 결혼식 비용은 총 4,320만 원이었다.
ㅍ교회는 이 목사의 은급 보험으로 매달 216만 원을 100회 납입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교회와 상의 없이 상품을 해지했고, 환급금 1억 5,000만 원 상당을 아들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교회는 이 목사의 은퇴 연금 명목으로 2012년부터 매달 1,01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은퇴 연금 상품에 직접 납입된 것이 아닌, 이 목사 개인 통장으로 들어갔다. 안수집사들은 이 돈이 정말 은퇴 연금으로 들어갔는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 목사와 아내가 사는 사택 관리비도 물론 교회 돈으로 나갔다. 사택이야 교회가 해 줄 수 있지만, 사택에 들어가는 컴퓨터부터 이 목사 내외가 키우는 개의 사룟값까지 교회에서 나갔다. 사택과 부지는 모두 이 목사 아내의 명의로 되어 있다.
이 목사는 31년간 안식년을 가지 않았다. 대신 매년 한 달을 안식월로 쉬었다. 교회는 매년 이 목사에게 안식월비를 지급했다. 2009년 400만 원, 2010년 3,000만 원, 2011년 3,000만 원, 2012년 3,800만 원, 2013년 1,000만 원, 2014년 500만 원. 이 비용에 대한 증빙은 없었다.
▲ ㅍ교회는 2001년 새 예배당을, 2012년 비전센터를 지었다. 건물도 크고 빚도 컸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빚은 65억, 이자만 매달 수천만 원…안수집사들, '담임목사 환수금 리스트' 작성
이 목사의 지출이 과다하다고 느껴지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현재 ㅍ교회의 부채가 65억 5,700만 원 정도 된다는 점이다. ㅍ교회는 2001년 새 예배당을 지었고 2012년에는 예배당 앞에 비전센터를 지었다. 건물은 화려했지만 실상은 빚더미였다. 은행권에서 59억 원을 대출받았고, 교인들에게도 6억 5,700만 원을 빚졌다. 지금까지 ㅍ교회는 은행권 대출 원금을 한 푼도 갚지 못했다. 매월 이자만 2,000만 원 이상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교인들은 교회에 빚이 이렇게 많은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교회의 재정 상태가 엉망이라고 판단한 안수집사들은 그동안 이 목사에게 과다 지출된 금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 재정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는, 이 목사가 2009년 3억 2,800만 원, 2010년 3억 6,600만 원, 2011년 4억 4,800만 원, 2012년 5억 6,600만 원, 2013년 5억 4,500만 원, 2014년 5억 2,900만 원을 사용했다고 나와 있다. 안수집사들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자료를 근거로 '담임목사 환수금 리스트'를 만들었다. 사역비와 각종 경조사비, 자녀 유학 및 결혼식 비용, 안식월비 등 부당하게 지출되었다고 판단한 금액을 모두 더했더니, 13억 1,426만 원이 나왔다.
안수집사들은 이 목사에게 이를 요구했다. 그에게 13억을 받아 교회 부채를 조금이라도 갚겠다고 했다. 또 근 30년간 재정부장 자리에 있었던 이 아무개 장로와 예산을 집행하는 실무자 강 아무개 사무국장을 교체하라고 했다. 안수집사들은 교회의 상황을 교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교회 재정이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교인들에게 돌리고,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어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올렸다.
안수집사들과 이 목사는 작년 말부터 몇 차례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타협점을 찾았지만, 협상은 번번이 결렬됐다. 안수집사들은 이 목사가 말을 바꾸며 상황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 목사 측은 안수집사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 "모두 예산에 잡혀 있던 것…많기는 하지만 불법은 아냐"
<뉴스앤조이> 기자는 지난 9월 4일 서울 아무개 변호사사무실에서 이 목사와 이 아무개 전 재정장로, 서 아무개 수석부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세 사람은 이 목사가 사용한 금액이 모두 예산에 잡혀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담임목사가 13억을 토해야 한다는 안수집사들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예산에 잡혀 있던 교회 돈은 모두 사역을 위해 쓰였다고 말했다. 자신은 사례비와 사역비(목회 활동비)만 사용했고, 나머지는 자신의 통장을 스쳐 갔을 뿐이라고 했다. 금액이 많은 점과 목회 활동비에 대한 증빙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은 인정했다. 이 목사는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은혜로 해서 가능했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교회가 이런 부분에서는 사회를 잘 못 따라갔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이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만약 교회 돈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면 무슨 재산이 있거나 해야 하는데, 이 목사는 예전 교회 부지와 사택, 자동차, 통장에 있는 4,000만 원이 전 재산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목사와 아내, 아들의 지방세 목록에는 이 목사가 말했던 것 외에 다른 재산은 없었다. 이 목사는 "개척 초기에는 많이 굶고 동네에서 예수 믿는다고 얻어맞고 다녔다. 그렇게 고생하며 31년간 목회했다. 이제 와 돈을 탐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섭섭하다. 최근 아내도 위중해져 그냥 다 벗어 던지고 싶지만, 교회를 위해 버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7억 원이 넘게 헌금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30년간 재정을 맡았던 이 장로도 ㅍ교회가 절대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왜 공동의회 때 재정을 스크린으로만 보고했느냐고 묻자, 그는 공동의회 PPT 자료를 보여 주었다. 자료에는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보고 중 의문 사항이 있을 시 보고가 끝난 후 재정부로 오시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정 보고 방법에 있어서는 교회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저희 교회에서는 현재의 방법으로 보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는 안내가 나와 있었다. 재정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라 원활하게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스크린으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목사 내외가 키우던 개의 사료까지 교회 돈으로 지불한 건 그럴 만한 상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목사의 아내가 입원 중이었고 이 목사도 외부 일정이 많아 집에 있는 개를 돌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분간 교회 직원이 개를 돌봐 주느라 사룟값이 나간 건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이를 자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로는 "장부에 개 사료라고 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정확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개 사료는 오히려 아주 꼼꼼하게 재정을 관리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안수집사들도 교회를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안수집사들의 요구대로 재정장로와 사무국장을 해임했다고 했다. 또 지난 3월, 공동의회를 열어 2015년 예산을 다시 조정했다고 말했다.
그때 이 목사에게 지급하는 돈을 연 2억 원 정도로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ㅍ교회 공동의회 자료를 보면, 이 목사는 매월 최소 1,000만 원에서 최고 1,200만 원을 사례비로 받고, 판공비 200만 원, 도서비 50만 원, 은퇴 연금 1,010만 원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목사는 기자에게 "이제 경조사 가서도 낼 돈이 없다"며 씁쓸해했다.
이 아무개 장로는 "한 사람의 지도자를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ㅍ교회가 교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 목사님이라는 지도자를 만들었는데, 그 가치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이 목사님을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교회에 수십억 원의 부채가 있다는 사실을 왜 교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교회에 빚이 있다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앙생활하는 데 덕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교회가 부흥하고 있기 때문에 갚고자 하면 금방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 ㅍ교회 공동의회 자료 중 일부. 이 전 재정장로는 교회가 재정 상태를 결코 감추려 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화평하지 못했던 '화평위원회'
이 목사 측은 9월 초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교회 자체적으로 '화평위원회'를 만들어 상황을 수습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ㅍ교회는 지난 9월, 장로·권사들로 화평위원회를 구성했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쪽과 문제가 없다고 하는 쪽을 골고루 섞어 말 그대로 교회의 화평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이 위원회가 10월 초까지 교회 상황을 잘 수습할 것이니 보도를 하더라도 그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평위원회는 10월 초가 되어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래 10월 첫째 주에 결과를 보고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내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발표가 점점 미뤄졌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화평위원회 내부는 삐걱거렸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인사들은 이 목사의 씀씀이가 모두 예산에 잡혀 있었던 것이고 교회의 관행상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반대 측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목사가 사적인 용도로 교회 돈을 사용한 흔적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중 교회 측은 10월 18일 주일 광고 시간에 갑자기 미리 녹화된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신 아무개 장로가 나와, 화평위 조사 결과 안수집사들의 주장에는 상당한 오류가 있는 게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이 연단을 거친 후 더욱 바람직한 교회로 서 갈 것이라며 재정에 관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듯 말했다. 이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던 화평위원들과 화평위의 사정을 알고 있던 교인들은 즉각 반발했다.
교인 250명, 담임목사 고소…교회는 신천지 세미나
한편, 발표가 있기 전부터 안수집사 10명은 교회가 자체적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목사와 이 아무개 전 재정장로, 강 아무개 전 사무국장을 횡령으로 고소하기로 했다. 함께 고소할 교인들을 모집하기 위해 약 열흘간 연서를 받았다. 총 280명이 서명했다. 이 중 미성년자와 나중에 빼 달라고 요구한 사람을 제외하니 250명 정도가 되었다. 교인들은 10월 12일,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그동안 문제 제기했던 내용 외에 다른 혐의도 추가됐다. 7년 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위에서 언급한 비용을 제외하고서도 명목 없이 이 목사의 계좌로 교회 돈 총 38억 원 이상이 들어간 것을 포착했다. 안수집사들은 이외에도 몇 가지 혐의를 추가해 고소했다.
이 목사 측은 교회 재정은 더 이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인들을 몰아세우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담임목사를 지지하는 한 장로는 10월 말 다른 장로 세 명을 노회에 고소했다. 이 장로들이 재정 문제와 관련한 문건을 교인들에게 유포하고 ㅍ교회를바로세우는모임이라는 불법 모임을 한다는 이유였다. 11월 1일 주일에는 사전 예고도 없이 신천지 전문가를 섭외해 설교 시간에 신천지 세미나를 했다. 수석부목사는 교회 안에 있는 신천지 12명의 명단 확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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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목회자 300여 명, 국정교과서 반대 가두 행진
명동 향린교회서 광화문광장까지…"친일 미화, 독재 찬양 우려"
이용필 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국 기도회를 열었다. 목회자·신학생 등 300여 명은 서울 명동에서 광화문광장까지 1시간 동안 가두 행진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하라", "친일 미화, 독재 찬양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국정교과서 철회하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는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최부옥 총회장) 소속 목회자 300여 명은 11월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시국 기도회'를 열고 명동에서 광화문까지 십자가를 들고 행진했다. 정부가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행보가 독재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기장 총회가 직접 주최한 시국 기도회는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최부옥 총회장, 배태진 총무,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전 국사편찬위원장), 목회자·신학생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도회에 참석하려고 전라도, 제주도 등 지방에서 올라온 목회자들도 있었다.
시국 기도회는 1부 예배, 2부 십자가 행진순으로 진행됐다. 예배를 인도한 김경호 목사(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는 "정부가 우리에게 국정교과서라는 우상을 숭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제2의 신사참배 강요로 생각한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철회를 위해 기도한 김윤석 목사(총회 역사위원장)는 "다양한 역사 해석을 시도하고, 비판과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반대에 해당하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시국 기도회는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피켓을 든 채, 국정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날 설교는 김상근 목사가 맡았다. 김 목사는 '공의가 빛처럼 드러날 때까지'(사 62:1-3, 라 1:1-4, 막 2:27)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국정교과서에 사활을 건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위기감이 들었다면서 목회자들에게 투쟁을 촉구했다. 김 목사는 "역사 교과서를 기어이 국정화하는 것으로 전제정치 시대를 다시 열 것이다. 그러나 절망적이지 않다. 거리로 나서는 학생, 교수, 시민들이 있다. 공의가 빛처럼 드러나고, 구원이 횃불처럼 나타날 때까지 우리도 시대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정말 좌편향적일까. 이만열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근현대사 중 97%가 남한과 관련한 내용이고, 북한 관련 내용은 3%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설교가 끝난 다음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전 국사편찬위원장)가 '국정 교과서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증언했다. 증언에 앞서 이 교수는 "기장 교단에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 선배들이 많았다. 예장고신 출신인 저는 기장 선배들에게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교회가 저처럼 부채 의식을 지녔다면, 개혁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주도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선동과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기존 역사 교과서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등 좌편향됐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종편과 언론을 통해 거짓말을 흘리고 있고, 잘 모르는 국민은 세뇌당해 간다고 했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기존 교과서 저자나 애당초 집필 지침을 내린 학자와 관계자를 문책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가 국정화에서 검인정제와 자율제로 바뀌는 것인데, 우리나라만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예배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십자가 행진을 했다. 목회자들은 보라색 스톨을 목에 걸었다. 한 손에는 '국정교과서 철회'가 적혀 있는 피켓을 들었다. 향린교회에서 출발한 일행은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면서, '뜻 없이 무릎 꿇는', '우리 승리하리라' 등의 찬송을 불렀다. 인도자의 구호에 맞춰 "친일 미화 독재 찬양 국정교과서 반대한다"는 구호도 외쳤다. 목회자들의 행진을 지켜본 일부 시민은 박수를 쳐 주며 응원했다.
참석자들은, 행진 중간에 기아자동차 해직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 중인 을지로에 있는 한 빌딩을 찾아 노동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과거 인권위원회가 입주해 있었던 빌딩 옥상에서 155일째(11월 12일 기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최부옥 총회장과 배태진 총무는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방한복과 방한 이불 등을 전달했다. 농성을 벌이고 있던 노동자들은 고맙다는 듯 양손을 흔들었다.
▲ 기장 총회는 사전에 집회 신고를 했고, 아무런 방해 없이 가두 행진을 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광화문광장에는 행진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오후 6시, 어둑해진 광장에 220개 가방과 촛불이 켜져 있었다. 이날 '2015년 수능일 세월호 기억 행동 아이들의 책가방' 퍼포먼스가 열렸고, 시민들이 각자 준비한 가방을 자리에 놓아둔 것이다. 가방에는 학생 이름이 적힌 단원고 명찰과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미수습된 학생 4명의 자리에는 노란 종이배가 놓였다.
목회자들의 지지 방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저도 교회에 다니는데, 목사님들의 발언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실천과 행동으로 꿈과 희망을 안겨 주는 목사님들이 계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은 각각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조용히 기도를 하거나, 분향소에서 조문을 했다.
배태진 총무는 "역사를 마음대로 하려는 대통령의 교만한 생각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거룩한 하나님의 역사를 담은 복음서도 여러 개인데, 어떻게 역사를 하나로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장은 선교적 역량을 집중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앞으로 노회와 개교회를 통해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참석자들은 행진을 하면서 찬송을 부르고, 국정교과서 반대 구호를 연신 외쳤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행진 도중, 을지로에 있는 한 빌딩에 멈춰 섰다.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해직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1시간 만에 도착한 광화문광장 바닥에는 많은 가방이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살아 있었다면 11월 12일 수능을 치렀을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광화문에 도착한 목회자들이 아이들의 가방과 이름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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