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이 5일 오전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제5회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황교안 전 총리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 기독교 역할 컸다”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 참석해 축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김진영 기자
5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약 1천명의 원로목회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제5회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 행사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축사했다.
이날 황 전 총리는 "지난 1960년 우리나의 국민소득은 80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1977년엔 1천 달러가 되었고, 1996년 마침내 1만 달러를 넘어 현재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며 "세계에서는 이토록 초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룬 나라로 우리를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누가 이렇게 했나? 여러 사람이 여러 말을 하지만 전 우리 기독교의 역할이 너무 컸다고 생각한다"면서 "1948년 열린 제헌의회의 시작은, 기도였다. 당시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이 일제로부터 이 나라를 구해 이렇게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했다. 불과 몇 십 달러의 소득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제 3만 달러를 눈 앞에 둔 나라에서 산다. 그 중추적 역할을 기독교가 했다고 본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30~50대가 한 게 아니라 바로 여러분, 70~80대가 되신 여러분의 수고가 정말 컸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참 어렵다. 여러 위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반(反)성경적인 움직임이 이 사회에서 휘몰아칠 기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원로목회자님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복음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혜를 주셔야 한다"고 전했다.
“모세처럼 기도의 손을 드는 원로목회자 되어 주길”
▲‘제5회 한국교회 원로목자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이 5일 오전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제5회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김진옥 목사(재단 이사)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는 임원순 목사의 인사말, 조석규 목사(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대표회장)의 대표기도, 곽선희 목사(소망교회 원로)의 설교, 특별기도, 감사패 증정, 2018 자랑스러운 원로목회자대상 시상식, 환영사 및 축사·격려사, 축도로 드렸다.
인사말을 전한 임원순 목사는 "평생목회의 중심에서 원로들의 임무는 아직도 중대하다. 그들의 지혜와 경륜이 필요하다. 목회에선 은퇴해도 사역에는 은퇴가 없다"며 "은퇴 후에도 후배 목회자들을 위해,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교회와 사역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경험을 활용하는 좋은 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는 평생을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사신 원로목회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랜만에 교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곽선희 목사는 '복음적 신앙인의 역사의식'(롬 13:11~14)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곽 목사는 "밤이 깊어지면 어두움이 그만큼 짙어지지만, 동시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의 역사의식이어야 한다. 즉, 오늘의 현실이 밤처럼 깜깜한 어두움이라 할지라도, 그 뒤에 밝아올 아침을 기다리며, 고난과 역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설교 후에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통일, 한국교회의 부흥, 국내 1만2천여 명의 원로목회자들을 위한 특별기도의 시간을 가졌고, 2018 자랑스러운 원로목회자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목회자와 국내선교, 농어촌선교 부문에서 각각 이규호(경주구정교회)·최타권(늘푸른교회)·유연왕(영신교회) 목사가 수상했다.
국내선교부문 대상 수상자인 최타권 목사는 "은퇴 후 이런 큰 상을 받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원로목회자를 위한 늘푸른교회를 창립하게 하셔서 하나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하신 것에 대한 격려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은퇴 목사님들을 위한 사업과 한국교회를 위해 남은 생 힘써 일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후 순서는 주로 축사와 격려사 등으로 진행됐다. 한은수 감독(재단 총재)의 환영사에 이어 김상복 목사, 정근모 장로(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총재), 황교안 전 국무총리, 림인식(노량진교회 원로)·지덕(한기총 증경대표회장)·김동권(예장 합동 증경대표회장)·이용규(한기총 증경대표회장)·엄기호(한기총 대표회장)·유영권(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장) 목사가 축사와 격려사를 전했다.
▲곽선희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2018 자랑스러운 원로목회자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목회자부문 이규호 목사, 국내선교부문 최타권 목사, 농어촌선교부문 유연왕 목사 ⓒ김진영 기자
한은수 감독은 원로목회자들을 향해 "한국교회의 모든 주의 종들과 성도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을 수 있도록, 영적인 멘토의 역할을 해 달라.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영적인 코치와 상담자의 역할을 해 달라"고 했다.
림인식 목사는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나와 광야로 갔을 때 아말렉 족석과 전쟁을 치르게 됐다. 그 때 원로였던 모세는 손을 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그의 손이 하늘을 향하면 이스라엘이 공세를 폈고, 내려가면 뒤로 밀렸다"며 "이 모세와 같은 역할을 원로목회자들이 해주어야 한다. 그들이 하나님께 기도한다면 한국교회가 영적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근모 장로는 "원로목회자들이 한국교회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어 주셔야 한다. 성경과 기도를 통해 평생을 축적해 온 영적인 지식과 평생의 경험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믿음의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교회가 소망을 품고 깊은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의 실무를 맡아 진행한 이주태 장로(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원로목회자들을 섬기는 일은, 그들에게 사랑과 희생의 빚을 진 후배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한국교회 원로목회자의 날은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리는 자리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원로목회자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는 한국교회와 사회에 알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부디 원로목회자들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부흥의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2003년부터 분쟁교회를 상담하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문제상담소는 4일 지난 한 해 동안 진행한 교회상담에 대한 통계 및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회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재정 전횡’과 ‘인사 및 행정 전횡’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상담과 전화상담 공히 ‘재정 전횡’이 25.0%와 24.5%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인사 및 행정 전횡’이 15.0%와 18.5%로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면상담의 경우 ‘재정 전횡’과 ‘인사 및 행정 전횡’에 이어 ‘부당치리 및 표적설교’(15%), ‘성 문제(성폭력등)’와 ‘청빙 및 허위이력’(각 10%), ‘세습’(5%)이 뒤를 이었다.
전화상담의 경우 ‘재정 전횡’과 ‘인사 및 행정 전횡’에 이어 ‘세습’(15%), ‘부당치리 및 표적설교’(11.2%), ‘청빙 및 허위이력’(6.4%)이 뒤를 이었다.
▲ 2017년 상담유형별 분류(중복 표시, 교회문제상담소 제공)
▲ 월별 전화상담 유형(중복 표시, 교회문제상담소 제공)
이와 관련, 교회문제상담소는 “재정 사용과정이투명하지 않고 담임목사 개인의지에 따라 일방적으로 집행될 때, 운영방식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이러한 불신은 결국 분쟁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면서 “심각한 경우에는 교회 이전이나 건축과 같은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교인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집행하기도 하고, 공동의회에서 결산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밝혔다.
교회문제상담소는 “이는 담임목사나 장로 같이 소수의 사람에게 교회 운영이나 재정에 대한 권한이 독점돼 있고, 이를 관리ㆍ감독하는 체계가 상식적인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교회문제상담소는 “담임목사에 의한 독단적 운영은 재정권과 인사권의 전횡을 가져 온다”며 “일부 교회에서는 장로들의 간섭을 피하고자 장로를 세우지 않고 미조직 교회를 고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엿다.
이에 교회문제상담소는 “각자의 직분과 은사에 따라 조직 내 역할이 다르다고 해도, 일반 교인이 교회의 일원으로 운영과 재정 관리 및 사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 따르면 명성교회 세습 문제가 유력 매체에서 다뤄지면서 ‘세습’에 대한 제보와 상담이 증가했다.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이번 기회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세습이 진행 중인 교회의 교인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교회문제상담소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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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50명’ 목사 5명 중 3명, 월 사례비 약 160만 원
100명 이하 교회 담임 206명 대상 설문조사
▲출석교인 100명 이하 교회 담임목사의 사례비 연간 금액의 분포도 ⓒ지앤컴리서치
출석교인 50명 미만 교회 목회자 5명 중 3명은 연간 2천만 원 미만, 매월 평균 160만 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인 수 기준을 100명 이하로 높이면 5명 중 2명 꼴로 그랬다.
또 100명 이하 교회 5곳 중 3곳의 연예산이 1억 원 이하였다.
이는 설천신대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여론조사 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출석교인 100명 이하의 소형교회 담임목사 총 20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온라인과 면접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사례비 액수는 2천만 원 미만이 42.0%, 2~4천만 원이 47.5%로 89.5%의 목회자가 연간 4천만 원 이하를 받고 있었다. 교세별로 보면, 출석교인 50명 미만 교회 목회자의 60.9%는 연간 2천만 원을, 50명 이상 100명 이하 교회 목회자의 62.9%는 2~4천만 원을 받고 있다.
또 조사대상자들 중 사례비를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답한 목회자는 70.4%였다. 21.4%는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있고, 8.3%는 부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했다. 특히 사례비를 받지 않는 목회자의 비율은, 대도시에 있고 본인이 개척했으며, 작은 교회일수록 높았다.
대도시보다 중소도시(84.9%)나 읍면(84.0%)에 있는 교회의 목회자가 사례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들 교회의 연예산의 경우, 5천만 원 이하인 교회가 39.3%였으며, 6천~1억 원 이하가 25.2%로 전체의 64.5%가 1억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억 원 이하인 21.8%까지 포함하면 86.3%의 소형교회 연예산은 2억 원 미만이었다.
교세별로는 출석교인 50명 미만 교회의 절반 이상(55.2%)이 연 5천만 원 이하였다. 절반이 조금 못되는 나머지 교회들의 사정도 크게 좋지는 않았다. 50명 미만 교회의 대부분(82.4%)은 연 1억 원 미만이었다.
그런데 출석교인 수가 50명을 넘어가면 그들 중 37.0%만 1억 원 미만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1억 원을 상회했다. "즉, 출석교인 수 50명을 기준으로 예산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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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교회 세습 제보 줄 이어, 예장합동·예성 전 총회장 교회 등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18년을 맞아 우리 동네 교회 세습 지도에 28개 교회 정보를 추가했다. 독자들 제보와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합산해, 세습이 사실로 확인된 교회 명단을 지도에 추가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뉴스앤조이>가 앞서 보도한 이태희 목사(성복교회)와 이종래 목사(부천성문교회)를 비롯해, 예수교대한성결교회 전 총회장 노태철 목사(주님앞에제일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 총회장 안명환 목사(수원명성교회)도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앤조이>는 계속해서 세습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차기 업데이트에 반영할 예정이다. 제보는 기사 하단 구글 설문지를 이용하면 된다.
1신: 전국 350개, '우리 동네 교회 세습 지도' 업데이트 (2017년 11월 7일)
<뉴스앤조이>가 4월 초 공개한 '우리 동네 교회 세습 지도'가 업데이트했다. 세습한 교회 350개를 공개한다. 지난주 <뉴스앤조이>가 세습 제보를 받는다고 공지하자, 1주일간 세습 관련 제보다 70여 건 들어왔다.
<뉴스앤조이>는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공동대표 백종국·오세택·김동호)가 공개한 130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초 지도를 제작했다. 이후 독자들의 제보로 50여 개를 추가했다가 중복 데이터를 제거해 최종 170개로 명단을 정리했다. 여기에, 지난 10월 감리회세습반대운동연대(감세반연)가 정리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소속 200여 개 데이터를 추가하면서, 전체 데이터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감세반연 자체 조사로 감리회 내 세습 데이터가 대폭 추가하면서 교단 비중은 감리회가 217건(62%)으로 1위를 차지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이 36건(10%)으로 뒤를 잇고, 기독교한국침례회(침례회·안희묵 총회장)가 16건(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예장합동과 침례회 모두 세습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교회 비중이 높다. 경기도(29.3%), 서울(26.4%), 인천(14.2%) 순이다. 세 지역이 차지하는비율을 합치면 70%에 달한다.
교회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감세반연 데이터를 제외하고, 교회 규모별 세습 현황을 살펴보면 100~500명 교회가 4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500~1,000명 교회가 26.1%를 기록했다.
재적 5,000명 이상 대형 교회 중에도 충현교회(김창인 목사), 서울원천교회(문영철 목사), 시은소교회(김성길 목사),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 청주중앙순복음교회(김삼용 목사), 광림교회(김선도 목사), 금란교회(김홍도 목사)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교회들이 세습을 마쳤다.
대형 교회들 세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교인 1만 명에 달하는 새중앙교회는 올해 1월 1일 공동의회를 열고 황덕영 목사(사위)에게 세습을 감행했다. 박중식 원로목사가 개척한 새중앙교회는 1만 명 이상 모이는 안양의 대형 교회다. 박 목사는 파킨슨병 투병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
4월에는 3,000명 이상 출석하는 수원 세한성결교회가 세습을 감행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지낸 주남석 목사가 아들 주진 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새중앙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모두 세습을 금지하는 교단 법이 없다. <뉴스앤조이>는 세습 제보 링크에서 관련 정보를 파악해 취재에 나섰다.
한국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로 알려져 있는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는 소속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이 제정한 세습방지법에도 아랑곳 않고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2013년 98회 총회에서 배우자 및 직계 존속이 대를 이어 취임하지 못하도록 헌법을 고쳤다. 공교롭게도 당시 총회가 열린 곳은 명성교회였다.
‘4가지 없는 교회. 지루한 설교가 없습니다. 등록 강요가 없습니다. 헌금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교회건축이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 청석로 우리교회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색적인 교회소개 문구다. 초대교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건강한 교회’를 꿈꾼다는 정요엘(46) 담임목사를 지난 26일 파주 우리교회에서 만났다.
정 목사는 2013년 3월 아내와 딸 셋, 전도사 부부 2명 등 7명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불과 3년 만에 교인 수가 10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는 분립까지 했다. 현재 장년 교인 80여명 중 80%는 30∼40대다. 대다수가 작고 건강한 교회를 찾다가 우리교회의 교인이 됐다.
외적 상황만 보면 우리교회는 성장할 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상가건물 10층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물 밖에서 교회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교회건물, 양육프로그램이나 소그룹 모임 등이 잘 갖춰진 중형급 이상 교회가 이미 근처에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우리교회는 악조건 속에서도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단기간 성장의 비밀은 ‘역주행’에 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교회에 처음 찾아온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등록을 강요하지 않는다. 개척 준비과정에서 젊은 성도를 인터뷰해본 결과,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나오도록 가급적 붙잡지 않는다”며 “등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금시간 역시 따로 두지 않았다. 대신 헌금함을 교회 입구에 비치했다.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발적으로 헌금을 내게 하려는 취지다. 재정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하되 십일조 내역은 재정위원 2명만 알고 담임목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정 목사는 “작은 교회일수록 오히려 헌금을 많이 내는 성도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며 “사람을 영혼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볼 가능성을 줄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대형교회에서 나온 한 교인이 매달 200만원씩 십일조 헌금을 할 수 있다며 만남을 청했으나 정 목사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 만나지 않았다.
교회 건축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정 목사는 “교회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성전”이라면서 “이전 교회에서 교회 건축에 환멸을 느꼈던 성도들이 건축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 목사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삶의 구체적인 맥락에 닿아 있는 설교다. 그는 성경 본문을 강해하는 정통 설교 방식을 고수하지만 동시에 성도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고민과 연결되는 설교라야 설득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 목사는 평소 성도들을 자주 만나 직장, 육아, 교육, 가정살림 등 일상 얘기를 듣는다. 한국사회를 잘 읽어내기 위해 베스트셀러는 반드시 읽고 페이스북으로 세태를 살핀다. 강해설교를 위해 성경 본문을 분석하는 동시에 성도들의 고민을 반영하려니 품이 두 배로 든다. 하지만 그만큼 성도들의 반응은 좋다. 정 목사는 “설교시간 때마다 삶에 지쳤던 성도들이 눈물을 쏟아낸다”며 “의자마다 갑 티슈를 비치해뒀는데 금세 동이 난다”고 전했다.
우리교회는 새벽기도회와 금요철야기도를 따로 하지 않는다. 새벽기도나 철야기도는 중요한 경건 생활의 일부지만 그 자체로 신앙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 목사의 생각이다. 새벽기도 때 뜨겁게 기도하고 나온 뒤 누가 안 나왔나 수군거리면 기도한 게 다 허탕이라는 것이다.
정 목사는 “성경은 골방에서 혼자 기도하라고 한다”면서 “교회에선 하면서 집에서는 기도 못하는 건 허약한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교회는 대신 수요예배를 통해 중보기도회를 가진다. 이때는 개인 기도를 하지 않고 세계 선교와 국가 문제, 한국교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 제목을 놓고 공적 기도를 드린다.
정 목사가 이처럼 분명한 목회철학을 갖게 된 까닭은 과거 사역 과정에서 교회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정반대인 ‘교회용 신자’의 부작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나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지난 15년간 교단의 주요 중대형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정 목사는 “교회 안에서 신앙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믿음대로 살지 않는 게 한국교회의 문제”라며 “세상 속의 경건한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는 건강한 교회가 우리교회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개척 5년차 소형교회의 교회 분립 도전
파주 우리교회는 개척 4년 만에 교회 분립을 감행했다. 당시 장년 교인 100명을 조금 넘었던 소형교회로서는 재정 부족, 교인 이탈 가능성 등 어려움을 무릅쓴 과감한 시도였다.
모험처럼 보였던 교회 분립의 배경에는 양적 성장주의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정요엘 목사의 목회 철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기 전 설립 5주년이 되면 교인 규모와 무관하게 분립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맨 처음에는 교인이 200명 되면 분립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사람 숫자만 차기를 기다리다 교회 분립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준을 교인 숫자 대신 5년이라는 기한으로 바꿨다.
우리교회는 예배장소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는 위험부담을 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안정적인 분립이 가능하도록 ‘한 지붕 두 교회’ 방식을 논의했다. 우리교회가 오전 예배를 마치면 분립할 교회가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예배하는 식이었다. 예배 장소 마련이나 기자재 구매 등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고 분립 과정에서 기존 교회와 분립 교회 간 유대 관계와 협력도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예배장소가 빨리 마련돼 실제로 적용하진 않았지만 이후 분립의 참고 사례가 됐다.
교회가 한참 성장하던 시기라 자칫 부작용이 생길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이제 100명 넘어섰는데 분립하면 교회가 힘들어진다”는 교인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정 목사는 교인을 한 명 한 명 만나 설득했다. 이후 자발적으로 재정과 기도 후원을 결심하는 성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분립한 ‘좋은우리교회’는 경기도 고양 씨앗교회를 빌려 오후에 예배하고 있다. 우리교회에서는 세 가정을 파송했다. 열다섯 가정에서 재정 후원을 결정했고, 열 명은 기도 후원을 자처했다. 정 목사는 “무모한 시도인데도 성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따라줬다”며 “목회자인 저보다 더 나은 교인들 덕분에 교회 분립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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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 30명이 5년 만에 250명으로… ‘라면 끓이는 교육목사’ 일냈다
원주제일감리교회 권용주 목사 스토리
청년부 30명이 5년 만에 250명으로… ‘라면 끓이는 교육목사’ 일냈다 기사의 사진
권용주 목사가 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시 일산로 원주제일감리교회 교역자실에서 청년부원들이 선물한 앞치마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 목사 뒤로 청년들이 교역자실을 방문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걸려 있다.
청년부 30명이 5년 만에 250명으로… ‘라면 끓이는 교육목사’ 일냈다 기사의 사진
고령화 시대 속 교회의 다음세대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다. 20∼30대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데다 기독교인이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젊은이들, 이른바 ‘청년 가나안’ 교인 현상으로 교회에 젊은 층이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기독교 인구는 105만여명(2015년 기준)으로 1985년(143만여명)보다 27% 급감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학생 의식 조사에서는 20대 가나안 성도 비율이 28.3%로 나타났다.
다음세대 목회가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청년부 출석 인원이 30명에서 250명으로 급성장한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 소재 교회 얘기다. 부임 5년 만에 청년부를 8배 이상 성장시킨 청년부 담당 권용주(41) 목사를 세밑인 지난달 말 강원도 원주시 일산로 원주제일감리교회(최헌영 목사)에서 만났다.
1905년 창립된 원주제일교회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교인 수 1000명이 넘는 중형교회로 꼽힌다. 하지만 2012년까지만 해도 청년부 출석인원은 30명 수준에 그쳤다. 청년부 교역자가 2∼3년 단위로 자주 바뀌었고, 외부에서 청년부로 유입되는 인원이 많지 않아 무기력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목사님은 얼마나 계실 겁니까?”
2012년 5월, 갓 부임한 권 목사가 처음 받은 질문이었다. 어떻게 사역을 진행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권 목사는 청년사역으로 유명한 교회들의 전도 프로그램이나 부흥 방법론을 가져오지 않았다. 청년부 인원을 늘리는 데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우선 청년부원들과 대화하며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소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교역자실을 청년들에게 개방했다. 자정까지 교역자실에 불을 켜놓고 청년들의 진로·연애·가족 문제를 상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2명 정도만 찾아오다가 편하고 재밌게 상담한다는 소문을 들은 청년부원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었다. 함께 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 속에서 권 목사는 청년부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갔다. 한번은 밤 10시에 귀가했는데, 상담하러 온 청년이 “어디에 계시냐”며 연락해 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말하고 황급히 교회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권 목사는 과거 군복무 시절, 전우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솜씨를 발휘해 입대를 앞둔 청년부원들을 직접 삭발해주기도 했다. 토요일 오전에는 청년부 소그룹 리더들과 함께 제자훈련을 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친밀한 관계를 쌓아갔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청년부원들은 친구에게 교회를 소개하거나 전도하는 데 힘쓰기 시작했다. 권 목사는 “청년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 있게 친구들을 교회로 데리고 왔다”며 “그 뒤로는 점차 입소문이 나서 타지에서 온 대학생들이나 가나안 청년들이 교회로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중에도 몇몇 청년이 교역자실로 들어와 편하게 담소를 나누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권 목사 부임 1년 뒤, 청년부원은 50명 정도로 늘었다. 이후 2015년 100명 수준으로 불었고, 지난해까지 출석인원만 250명 정도로 성장했다.
권 목사는 “성공적인 청년부사역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청년부 교육목사 자리를 단순히 거쳐 가는 자리로 여긴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적 성장만 강조하기보다 청년 각자가 교회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인 모두가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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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섬’ 보길도에서… 무료 목회자 가족 수련회 접수 중
보길중앙교회, ‘제7회 목회자 가족 초청 수련회’
▲보길중앙교회 안식관. ⓒ블로그 캡처
'천혜의 섬'으로 알려진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목회자 가족들을 위한 무료 수련회가 열린다.
보길도에 위치한 보길중앙교회(담임 류영구 목사, 예장 통합 땅끝노회)는 오는 1월 29-31일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을 초청하여 '제7회 목회자 가족 초청 수련회'를 개최한다.
섬 교회, 개척교회, 자립대상 교회 등의 목회자 가정을 초청해 2박 3일간 예배와 가족공동체 훈련, 목회 경험 나눔, 역사 유적지 탐방, 사랑의 음악회 등 가족 간에 위로하며 축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로 7번째 목회자 가정을 초청해 수련회를 여는 류영구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쉽지 않고, 세미나 등이 있어도 가족들과 함께 쉴 수 없다"며 "저희 교회도 작은 섬 교회지만, 과거에 받은 기쁨을 나누고 싶어 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숙박 등 모든 비용은 보길중앙교회가 부담하며, 작은 선물과 맛있는 음식도 대접한다. 교단을 초월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10-4626-7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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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물’ 포기하고 신앙을 택한 믿음의 사람들
“광야에서 드리는 첫 예배”… 필그림선교교회로 새출발
▲양춘길 목사를 비롯한 전 필그림교회 성도들이 12월31일 첫 예배를 드리고 필그림선교교회로의 새출발을 알렸다. ⓒ미주 기독일보
양춘길 목사가 이끄는 미국 뉴저지의 ECO 필그림교회가 교회건물을 포기하고 PCUSA 교단에서 나온 이후 교회명을 '필그림선교교회'로 정한 뒤 2017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첫 주일예배를 드렸다. 성전 포기 후 드리는 첫 예배임에도 성도들은 영하 15도의 혹한 가운데 열성적으로 출석해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예배장소는 윅오프(Wyckoff) 지역의 페이스커뮤니티교회(Faith Community Church)와 이스턴기독교중학교(Eastern Christian Middle School)로 기존 필그림교회 성전에서 차량으로 15분 가량 떨어져 있다. 교회와 학교 두 건물이 같은 부지에 붙어 있어 어른예배는 교회에서, 유스그룹 예배는 학교에서 드렸다.
이날 양춘길 목사는 '돌아보는 사람들'(갈6:1-10)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이제 모든 성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는 '필그림선교교회' 공동체가 된 것을 선언했다. 양춘길 목사는 "400년 전에 미국에 도착했던 청교도들처럼 우리 또한 광야의 삶을 맞게 됐다"면서 "하나님이 길을 내시고 사막에 길을 내시고 놀라운 새 일을 행하게 하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양춘길 목사는 "오늘 잘 오셨다. 여러분과 저는 필그림선교교회라는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의 개척멤버가 됐다"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만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고 고백했다.
또 양춘길 목사는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님이 여기까지 인도하신 것"이라면서 "우리의 가는 길에 확신을 가지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맡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춘길 목사는 "필그림선교교회로 역사의 첫 발걸음을 이제 시작한다. 우리가 나가는 길에 우리 주님이 친히 앞장서 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배장소인 페이스커뮤니티교회는 지난달 24일 임시 공동의회에서 필그림교회 성전을 비롯한 교회재산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결정된 곳이다. 과거 이곳에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주변의 교회들이 문을 활짝 열어 페이스커뮤니티교회 성도들이 예배드릴 수 있도록 장소를 빌려줬고 이런 경험으로 인해 이번 필그림선교교회의 예배장소 제공 요청에도 흔쾌히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춘길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미주 기독일보
예배장소를 찾는 과정과 관련해 양춘길 목사는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많은 성도들이 예배를 드릴 장소를 찾아야 했는데, 우리와 같은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교회가 연결이 됐다"면서 "이 모든 과정을 보면 하나님이 우리의 앞길을 예배하고 계심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필그림선교교회 첫 주일예배는 총 3부로 드렸다. 1부 예배부터 예배당에 자리가 부족해 복도를 비롯해 다른층에 마련된 장소에서 예배드리는 성도들이 많았다. 예배 후에는 질서정연하게 성도들이 빠져나가고 다음 예배를 위해 새로운 성도들이 일시에 유입되는 모습에 장소를 빌려준 미국교회 관계자들이 놀라는 모습도 보였다.
필그림선교교회는 주중예배는 당분간 드리지 않기로 했다. 또한 새벽기도는 주변교회에 흩어져서 드린다. 새벽기도회 장소는 유영장로교회, 시나브로교회, 영재유치원, 지구촌교회, 국화베이커리 등이다. 설교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교회 교역자들이 맡거나 필그림교회 교역자들이 번갈아가며 맡는다.
예배 후 성도들은 신년인사를 미리 나누며 필그림선교교회 공동체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서로 축하를 나눴다. 양춘길 목사는 예배 후 문 앞에서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하며 격려했다.
우리 필그림선교교회의 결정에 대해 격려의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에서 보내주신 목사님들이 계시다. 하나님이 동행하실 것이며 믿음과 감사로 새 해를 맞으시기 바란다는 격려의 메시지들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는 송년주일을 지키고 있고, 또 우리 교회역사의 분기점에서 이제는 먼저 뒤를 돌아보게 된다. 아니 돌아봐야만 한다. 2017년 한 해를 보내고 2018년 새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너 자신을 돌아보라는 것이 오늘 본문 첫 절의 말씀이다. 4년 여 동안 하나님의 말씀 진리를 위해 투쟁해 왔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 진리대로 살고 실천하고 결단하기 위해 힘썼다. 초지일관 98%의 성도들이 성경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교단을 탈퇴해야 한다는 것에 지지입장을 보냈고 94%의 성도들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않는 소송은 중단하자는 의견을 보여 건물까지 포기하며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예수만을 앞세우며 나오게 됐다.
돌아보면 하나님 앞에 참 감사할 것 뿐이라는 생각이다. 가다가 아니가면 아니간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 성경대로 살겠다고 교단탈퇴 신청, 관계 해소 신청을 해놓고 이런 저런 어려움에 우리가 도중에 포기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이 되었을 것인가. 그러나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진리의 말씀을 행하도록 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또 하나님은 우리가 이 위기의 순간 모두 하나되게 하셨다.
▲필그림선교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며 포기한 건물. ⓒ미주 기독 일보
물론 분열의 조짐과 하나님께 무릎꿇 뻔했던 순간들이 있다. 또 내면에서 일어나는 분노, 외부적인 시련 앞에서 진리와 공의를 세워나가는 것이 결코 우리 힘으로만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하셨다. 뒤를 돌아보니 하나님은 우리를 더 겸손하게 만들어 주셨다.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부어주시는 하나님이시기에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더 겸손한 공동체가 되게 해 주신 줄을 믿는다.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랑의 공동체임을 알게 하셨다. 출애굽과 함께 길을 여신 하나님이 앞길을 인도해주시고 필그림선교교회로 새출발하게 하셨다.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신실하신 하나님이 함께 해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뒤를 돌아볼 때 우리는 감사한 마음,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또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새출발을 해야 한다.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흐르게 하신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 이 교회가 문을 열어주고 난 뒤에 듣게 된 사정이 놀랍다. 옛날 이 교회에 불이 나서 어려움을 당한 적이 있었다. 토요일에 불이 났었는데 그 다음날 이웃의 교회가 문을 활짝 열고 맞아 주었다고 한다.
장소 제공 요청을 하루 전에 받고 교회 관계자들이 모여서 결정할 때 자기들은 자기들의 교회 역사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이와 같이 예배드릴 수 있게 하셨다. 우리는 전혀 몰랐다.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아시고 우리 앞길을 여시고 예비하신 줄 믿는다.
여기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천정에 올라가면서 새겨놓은 성경구절이다. 이사야서 40장31절 말씀이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 속에서 건물을 빌려 쓰겠다고 중학교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이 말씀이 영어로 씌여져 있어서 얼마나 위로와 확신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나님의 말씀만을 고수하고 하나님만 바라보면서 나온 우리에게 하나님이 새 힘을 주실 것을 믿는다. 활기찬 모습으로 걸어가도 피곤치 않는 필그림선교교회가 될 것을 확신을 가지고 출발한다.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고 하셨다. 뒤를 돌아볼 뿐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법은 사랑의 법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하셨다. 이제 우리 서로 주변을 돌아보면서 서로 서로 짐을 나눠지도록 하자. 그 짐을 서로 짊어지자. 상처 입은 자들의 아픔과 짐을 함께 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하자. 4년 동안 교단 관계로 낙심한 자들 상처입은 자들 함께 짐을 지고 모두 사랑으로 품고 나가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건물을 포기하고 나와 예배 드리는 첫 날이 연중에 가장 추운 날이다. 하나님이 광야체험을 철저하게 시키시는 것 같다. 주차요원들이 자기 얼굴이 얼어붙어가는데도 예배를 준비했다. 교회와 학교 예배담당자들도 만났는데 서로 짐을 나눠지는 이런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하다. 사랑으로 하나되어 하나님의 새 역사를 이뤄나갈 줄 믿는다. 특별히 새로운 사명의 짐을 같이 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는 주저하지 않고 믿음의 용기를 가지고 오직 믿음, 오직 성경, 오직 예수로만 나아가 구원의 풍성한 열매를 맺어 선교적 열매를 맺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
4천년 전 한자의 원형인 상형문자를 만들 때의 이야기다. 크다는 뜻의 글자를 만들고자 하는데 어떻게 표현할 지 몰라 고민했다. 오랫동안 고민 끝에 사람을 나타내서 크다는 뜻을 나타내도록 합의를 봤는데 어떤 것이 큰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결론을 내린 것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 인 자에 멍에를 올려 놓은 것 같은 글자를 해놓고 크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건물이 커서 큰 교회인 것이 아니라 어려운 짐을 함께 지는 교회이기 때문에 큰 교회이다.
아이비 리그에 학생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위대한 학교가 아니라 어려움을 함께 나눈 교회이기에 큰 학교인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 무거운 짐을 다 지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그러므로 우리 주님은 위대하신 주님이시고 크신 하나님이시다. 우리 필그림선교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짐을 서로 지고 나아갈 때 이 교회는 큰 교회, 위대한 믿음의 공동체가 될 줄 믿는다. 하나님은 새 길을 행하시는 하나님이다.
400년 전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고향을 떠나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내버려두고 신대륙에 온 것은 신앙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400년이 지난 오늘 그들로 인하여 미국이 전 세계를 좌지우지 하는 놀라운 국가가 됐고 전 세계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가 됐다. 무슨 이유 때문에 우리가 이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예배를 드리는가. 진리의 말씀, 바른 신앙을 지키기 위해 결단하고 나서는 것이다. 400년 전에 도착했던 청교도들처럼 하나님이 길을 내시고 사막에 길을 내시고 놀라운 새 일을 행하게 하실 줄 믿는다.
하나님이 여기까지 인도하셨다. 돌아보면서 우리가 이런 확신을 가지고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그리고 필그림선교교회로 역사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다. 우리가 나가는 길에 우리 주님이 친히 앞장서 주실 줄을 믿는다. 에벤에셀의 하나님 여기까지 우리를 인도하신 하나님은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시다. 여호와께서 미리 알고 준비하실 것이라는 뜻이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을 믿고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해 주실 것이다. 감사가 넘치는 자세로 주님의 이름만을 높여드리자.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조금도 흔들림 없는 자세로 나아가자. 좁은 길이지만 이 가는 길에 여호와 이레의 역사와 기적을 일으켜 주실 것이고 믿는다.
오늘 이 곳에 잘 오셨다. 여러분과 저는 이제 필그림선교교회라는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의 개척멤버가 됐다. 오직 하나님만을 찬양하기 원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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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간다
최재석 | jschoi@cnu.ac.kr
성가대를 교회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개신교에서는 성가대가 교회의 전면에 위치할 뿐 아니라 성가대의 수준이 바로 그 교회의 수준을 말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신성종 목사는 교인들이 설교를 통해서 50%의 은혜를, 성가를 통해서 50%의 은혜를 받는다고 말한 일이 있다. 성가가 교인들이 받는 은혜의 50%를 감당한다는 말은 좀 과장된 것이겠지만, 담임 목사가 교회의 얼굴인 것처럼, 성가대도 교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교회의 얼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간다. 20년 전이나 30년 전에 성가대에 서기 시작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어서 대원들이 늙어간다. 우리 교회 성가대원은 50대부터 70대까지 분포되어 있다. 30대도 40대도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젊은이들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한두 명 온다고 해도, 그들이 어울리기 어렵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둔다.
일부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그만 두어야 젊은이들이 들어온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나가면 당장 성가대 자리가 텅 비게 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현재의 인원을 유지하면서 젊은이들을 ‘모시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교회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늘어만 간다.
내가 40년 전에 호주에 나가 있을 때, 호주 교회에서는 60대나 70대의 노인들이 성가대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0대는 나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대원들과의 나이 차이가 많으니까 그들과 대화가 안 되었다. 그들 편에서는 외국인인 데다가 자식 같은 나와 이야기할 마음이 별로 없었을 것이고, 내 편에서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화제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였다. 교회봉사도 서로 어울려야 하는 법이다.
미국에 가서 보아도 성가대에는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분들이 성가대에 서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서지 않으면 성가대가 구성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 것이다. 성가대원들이 그렇게 늙었다는 것은 서양의 교회가 늙어간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젊은이들이 없는 교회에는 희망이 없다. 그래서 노인들만 10여 명 모이던 미국교회가 한국인 교회에 교회 건물을 넘겨주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한국교인들은 자기네가 큰 교회를 온통 쓰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도 서양교회를 바짝 뒤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성가대에도 흰 머리가 섞여가고 있다. 나는 흰 머리를 감추려고 자주 염색을 한다. 여기저기서 젊은이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신체가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늙어가기 시작한 교회의 노쇠현상을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보약을 먹고, 좋은 보양식을 골라 먹고, 운동을 하고, 자주 건강 검진도 받으면서 젊음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요즘 10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교회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한국교회가 늙어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말로는 걱정을 하면서도 교회의 건강 유지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힘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노쇠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면서 보양식을 먹으려고도 운동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건강진단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하루에 30분 이상 걸으면 좋다고 하니 좀 걸어야 하지 않을까? 왜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가? 어느 땐가는 한국교회도 서양교회를 따라가겠지만, 그 날을 미루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하면서 개혁자들의 신학을 따라 500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것은 마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차 산업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것은 폐병이 걸렸는데 수술도 양약도 외면하고 한의원만을 찾는 것과 같다. 왜 새로운 건강 유지법을 찾아서 동분서주하지 않는가?
이런 판국에 교회의 건강 유지를 위해서 약을 처방해야 할 신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에게도 핑계가 있다. 교단에 속한 신학대학에서는 보수적인 이사진의 눈치를 살펴야 하니 교수들의 운신의 폭이 아주 좁다. 그뿐 아니라,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목회 일선에 들어서는 순간 목사들은 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모두 버리고 기복신앙을 강조한다. 그래야 교회가 부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는 진보적으로, 목회는 보수적으로라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교단이 교수들의 학문 연구를 제한하고 교회가 현대 신학을 외면하면, 그런 신학계와 교회에 발전이 있겠는가? 이렇게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현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있다. 50여 년 전에 나온 존 로빈슨의 『신에게 솔직히』가 2017년에 개정 2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이 즐겨 읽는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책은 불트만, 틸리히, 본회퍼 등의 현대 신학자들의 신학에 근거를 둔 책이다.
현대 사상이나 과학을 외면하면서 사이비 과학을 고안해 내는 근본주의 신학이 주도하는 교회에는 젊은이들이 모이지 않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그런 교회에 미래가 있겠는가? 신학은 그만두고라도,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 1백여 년 전의 권위적인 옛 어투로 번역된 성경을 젊은이들에게 읽히면서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으니 교회 지도들에게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가?
여기서 교단의 지도자들이 바로 서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가톨릭에서는 누가 교황이 되느냐에 따라서 교회의 정치는 물론 교리까지 바뀐다. 개신교에서도 지도자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 목사들이 교단의 실권을 쥐고 있으니 한국교회에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올곧은 생각을 지닌 사람을 세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진정 교회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사들은 거친 정치판에 휩쓸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당장 자기들이 차지할 밥그릇만을 챙기려는 정치 목사들이나 정치 장로들의 세력을 당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목사들이 이사진을 구성하는 신학대학들의 분규는 더욱 심해지고 한국을 대표할 만한 교회들에서는 목사와 장로들이 담합해서 대형 사고를 내고 있다.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늙어가는 교회에 보양식을 제공하기는커녕 교회의 식탁에 독을 뿌리고 있다. 그들 때문에 한국교회의 주름살이 늘어간다. 그들 때문에 전도의 길이 막히고 가나안 성도가 늘면서 교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번에 한목협에서 시행한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가 5년 동안에 2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개신교인의 개신교에 대한 비호감도가 불교나 천주교에 비해서 월등하게 높다고 한다. 특히 비호감도 면에서 천주교(21.8%)보다 개신교(63.8%)가 3배가량 높다고 하는 것은 아주 충격적이다. 이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 개신교의 현황이다.
한때 천주교는 이단이라고 혹은 천주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천주교가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개신교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겠는가? 사람의 사랑을 받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교회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예수님은 자라면서 사람과 하나님에게 사랑스러워 가셨다. 예수님은 한 소자에게 한 것이 바로 하나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왜 한국의 개신교가 이렇게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되었는가? 왜 이 지경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내 탓이 아니고 네 탓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은 금물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도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평신도들에게는 지도자들이 그렇게 하도록 방임하거나 협력한 책임이 있다. 최근에 일어난 명성교회 사건을 보더라도 장로들과 교인들이 호응하지 않고 그런 부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그들은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해주셨다고 말한다. 요즘 목사들 중에는 자기 마음대로 해놓고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해주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말은 신앙적인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 아주 위선적이다.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평신도들 중에는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해주신다고 말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미루고 자기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진실한 신앙인의 태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잠언에는 계획하는 것은 인간이고 하나님은 인간이 계획한 것을 인도하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이 도우시지만, 인간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성경 말씀도 있고, 선을 행하다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열매를 거둘 것이라는 말씀도 있다. 이 말씀들은 인간이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하나님이 도와주시기만을 바라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성경에는 들의 풀도 공중의 새도 하나님이 기르시고 먹여주시니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그 구절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하나님이 당신의 생계를 책임져 주실 것이라고 믿고 일터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실상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해주신다고 말하는 사람도 일터에 나간다. 그 구절은 과장법이라는 일종의 비유적 표현이다. 그래서 이 구절을 문자적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성경에는 인간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아주 많기 때문에, 하나님이 해주신다는 부분만을 골라서 읽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을 골라서 읽고 설교하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지난번에 <당당뉴스>에 올린 ‘하나님의 말씀을 편식하는 사람들’에서 강조했던 것이다.
우리는 교회의 노령화를 막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언어를 민주화하자. 메시지를 현대화하자. 교회재정을 투명하게 하자. 그리고 삶의 모범을 보이자.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뜻 있는 지도자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주름살은 급속하게 늘 것이다. 그 책임은 바로 당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