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대개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의 공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자신이 그 속에 포함되어지기를 원하는 반면, 부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그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적어도 자신이 그 속에 포함되어지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90년대 초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땀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그 위기가 특정한 몇몇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은 이런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인의 좋지 못한 모습 중의 하나다"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누구에게나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제자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31절에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오늘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의 떼가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고 했습니다.
유월절 만찬이 끝나고 예수님은 감람산으로 가십니다. 물론 그 밤에 가룟유다를 제외한 모든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자신을 따라오는 제자들에게 또 한번의 엄청난 충격적인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오늘밤에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실로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금 전, 만찬석상에서는 '너희 중에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너희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아예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셨으니 얼마나 충격적인 말입니까? 적어도 가룟유다라면 몰라도 그 밤에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자신들을 향해 예수를 버리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그 말에 놀라지 않을 제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 그들은 가룟유다가 유월절 만찬석상을 벗어난 뒤, 조금은 안심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자신들은 예수를 팔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찬미하며 감람산에 올라갔을 것입니다. 물론 가룟유다 때문에 분개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내심 안심을 하면서 감람산으로 올라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안심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한 두명을 가리켜서 콕 찍어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나를 버리는 일에 예외가 없다는 말입니다. 모든 제자들이 하나같이 예수를 버리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이 말을 듣는 순간 무척 당황하며 놀라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주님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가졌을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까지 주님과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다니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는데 자신들이 이 정도로 밖에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에 매우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그들에게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는 말은 너무도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의 평가는 너무도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우리를 아는 것보다 주님은 우리를 더 정확하게 아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우리가 오랜 시간동안 주님과 함께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다녔다고 해서 우리자신을 스스로 수준 있게 평가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우리를 버리실 수 없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주님을 버리고 도망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가?,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들인가?"를 보여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서 약속하고 결단하고도 지키지 않은 일들이 어디 한 두 가지입니까?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도망하려 했던 것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입니까?
목회현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는 자신의 몸이 아픈 경우, 주님 앞에서 결심했던 일들이 치료받은 후, 자신의 결심을 실천하지 않거나 미루는 분들을 볼 때입니다. 질병이 치료되기만 하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처럼 매달렸다가 나은 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약속한대로 살지 못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 앞에 눈물로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던 분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 는 듯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에 대해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떠한 자부심입니까? 내가 가진 집사라는 직분 때문에, 내게 주어진 권사와 장로라는 직분 때문에, 아니 전도사와 목사라는 직분 때문에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경우입니다. "나는 얼마동안 주님을 믿었고, 나는 얼마동안 주님과 함께 했고, 나는 얼마동안 주님의 일을 했노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평가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예수를 믿었어도 우리는 예수를 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자들입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함께 먹으며 지냈어도 한순간에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들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직분을 맡아있어도 한 순간에 마음을 바꾸어 그 직분을 헌신짝처럼 차 버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자들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평가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님은 자신의 이 말씀에 대해 이미 예언되어진 구약성경의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스가랴 13장 7절에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칼아 깨어서 내 목자 내 짝 된 자를 치라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작은 자들 위에는 내가 내 손을 드리우리라"는 말씀을 인용해서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의 떼가 흩어지리라"고 하십니다. 목자를 치면 양의 떼가 흩어진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목자는 누구며 양떼는 누구를 가리키는 말입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주님과 그 제자들을 두고서 하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지금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실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때 제자들은 다 흩어지게 될 것입니다. 설령 그들이 가룟유다처럼 예수를 팔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예수님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 그들이 주님을 버리고 도망하게 될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님이 우리를 무작정 책망하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비록 흩어진다할지라도 주님은 또 다시 사랑으로 찾아가시고 만나주실 것을 여전히 말씀하십니다.
본문 32절을 보면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비록 십자가에서 죽으시겠지만 다시 부활하실 것임을 말씀하신 뒤 제자들보다 먼저 갈랄리로 가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무슨 말입니까? 또 주님은 왜 하필이면 갈릴리로 가신다고 하신 것일까요? 예루살렘도 있고, 베들레헴도 있는데 왜 갈릴리로 가신다고 하신 것일까요? 이것은 먼저 "너희가 다 나를 버린다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너희를 사랑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우리는 넘어지고 배신하는 삶을 살지만 주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모두 아시고 용서하신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갈릴리는 그들의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곳에 있을 때, 주님께로부터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쫓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되면 그들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모든 것을 버렸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목자없이 방황했던 그 삶의 장소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제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열심히 따라다니는 것 같았는데 조그마한 어려움 앞에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그만 옛날로 돌아가 버립니다. 모든 것을 버린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원래 그 자리로 돌아가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기도할 땐 모든 것이 해결되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눈을 뜨고 현실을 보는 순간 앞이 캄캄합니다.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염려와 걱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열심히 예수를 믿어보았지만 어려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나에게 고통만 가중될 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방황하는 옛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갈릴리로 돌아가게 될 그들을 아셨기에 부활하신 후에 그들보다 먼저 갈릴리에 가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그들을 만났던 장소에서, 인간적인 삶의 냄새를 풍기던 그곳에서, 다시 그들을 만나주실 것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주님과 함께 했던 세월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자신은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더구나 주님을 버린다는 것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33절에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베드로의 열정과 충성심에 다시 한번 감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베드로의 편에서 볼 때 진실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버릴지 몰라도 자신은 결코 주님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짧은 베드로의 말속에서 적어도 몇 가지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예수님의 말씀을 불신했다는 점입니다. 주님은 분명히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다 주를 버릴지라도'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의식적이었든지, 아니면 무의식적이었든지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 말은 분명 주님의 말씀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대로 적용될는지 몰라도 자기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물론 베드로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말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베드로는 항상 주님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곁을 떠나본 적도 별로 없고, 심지어 최후의 만찬까지 먹었던 베드로입니다. 물론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보다 주님과 더 가까이 있었던 제자였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때때로 주님은 아주 중요한 사건이나 일을 행하고자 하실 때 베드로와 몇 명의 제자만 데리고 가신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변화산상에 가셨을 때에도 다른 제자들은 산 아래에 머물러 있었던 것과는 달리 주님은 베드로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또 회당장의 딸이 죽었을 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시면서 다른 제자들은 따라옴을 허락지 않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으면서 늘 함께 다녔던 베드로인데 예수를 버리다니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다 주를 버릴지라도'라고 말했습니다.
"설령 주님의 말씀이 다른 사람에게는 적용이 될른지 몰라도 나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말씀에 대한 불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이었습니다. 자신은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너를 포함해서 모든 제자가 다 나를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베드로와 같은 모습이 저와 여러분에게도 있습니다. 우리도 종종 내 생각과 나의 잣대를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주께서 분명 말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으로 그 말씀을 폄하하거나 은근히 묵살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목사님 성경에 나오는 말씀은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은 그런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말입니까? 자신의 경험 내지는 지식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 볼 때, 아니더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주님의 말씀은 모든 것이 진리이며, 모든 것에 대해 우리가 순종해야될 말씀입니다. 주께서 '모두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시면 모두 다 버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자신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말씀에 대한 불신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런가하면 베드로의 또 다른 잘못은 그의 교만한 태도입니다. 그는 제자들과의 관계에서 교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교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까?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라는 것은 결국 자신은 다른 제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평소에 그런 생각이 베드로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주님께서 자신을 특별대우를 해서 다른 제자들이 가지 못하는 자리에 자주 주님과 동석을 하다보니 자신의 마음속에 다른 제자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다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섬김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의 생각대로 자신이 특별한 은혜를 입은 제자라면 당연히 주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만 했습니다. 주께서 베드로를 데리고 다니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일까요? 자신이 주님으로부터 특별한 존재로 여김받고 있다는 사실을 뽐내게 해주려고 데리고 다니신 것일까요? 어느 날 제자들이 있는 곳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려 온 것이 아니라 섬기고 내 몸을 대속물로 주기 위해 왔다"고 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먼저 낮아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베드로가 배워야 할 것은 섬김과 겸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적어도 자신만큼은 다른 제자와 다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님 보시기엔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 똑같이 주를 버릴 자들입니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직분을 맡거나 중대한 일을 맡게 되었을 때 그것은 나로 하여금 더욱 겸손하라는 주님의 말씀으로 알고 낮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직분이나 맡겨진 일들이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이런 직분을 받았으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특별히 사랑하시는구나" 라든가 "목사님이 나에게 이런 일을 맡기셨으니 나를 이 교회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시는구나"라든가 이런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 결국은 그 사람은 교만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제자라면 먼저 주님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라는 교만한 태도가 아니라 낮아지는 것입니다. 이런 직분이나 일을 맡을수록 겸손하고 낮아져야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이 성도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목회자가 먼저 겸손하고 낮아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주께서 귀한 직분과 소중한 일을 목회자들에게 먼저 맡기셨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자신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말에 대해 좀 더 정확하고도 구체적인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34절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로노니 오늘밤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는데 주님은 오히려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부인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으니 베드로의 마음이 어떠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기로 이 당시 베드로가 충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겠지만 충격보다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베드로가 처음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따라나섰을 때 그는 그물과 배를 버렸습니다. 그물과 배는 어부에게 가장 큰 재산입니다. 그 재산목록 1호인 배와 그물을 팽개치고 따라갈 정도라면 그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는데 느닷없이 '나를 버리는 일에 너도 포함될 것이다'라는 말이 얼마나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이겠습니까? 자신의 그 열정을 몰라줘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굉장히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버리지 않겠다'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것이 '오늘 밤 닭 울기 전에 세 번 부인한다'는 내용입니다. 닭 울기 전, 그것도 세 번씩이나 부인한다는 말씀은 베드로의 자존심을 제일 밑바닥까지 추락시키는 말씀입니다. 이제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그의 자존심과 명예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베드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더욱 강하게 부정하는 일입니다. 절대로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35절에 보면 "베드로가 가로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원래 사람들의 말에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을 말합니다. 반대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베드로는 이미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있습니다. 주님이 자신의 충성심을 몰라줘도 너무 몰라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이번엔 자기 목숨을 걸고 장담을 합니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종종 어떤 약속이나 일을 처리할 때 '절대'라는 말과 '결코'라는 말, 또는 '정말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대개 남에게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신뢰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강하게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제일 믿지 못할 사람이 누구였는가? 하면 '하늘에 두고 맹세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제일 먼저 약속을 파기하곤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사이에서 '절대로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맹세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변할 사람들'입니다.
물론 베드로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한 부분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베드로는 어떻게 하든지 간에 자신의 결심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주를 부인하지 않을 것임을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적인 의지에 불과했습니다. 주님은 인간적 의지를 보신 것이 아니라 그 내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연약함을 보고 계신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인간적인 고백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혹 여러분 가운데 베드로와 같이 그런 결단이나 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면 그 결심이 인간적인 고백이었는지 아니면 성령을 통한 고백이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주의 일을 한답시고 열심을 내었다가 넘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중도에 주의 일을 그만두는 것일까요? 대부분 자기 열심을 가지고 일을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자기 열정 가지고서 뛰어들었다가 힘들어지거나 상처를 받으면 그만 손을 놓아버립니다. 닭 울기 전에 바뀌는 것이 인간적인 고백이며 결심입니다.
베드로가 의도적으로 주님을 배신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주를 부인합니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주를 부인합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주를 향한 열심히 없어서 입니까? 아닙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있었습니다. 주를 향한 고백이 없어서 였습니까?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맹세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무너지고 맙니다.
구약의 모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애굽 사람이 자기 형제인 히브리인을 때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참지 못해 결국 애굽사람을 살인하고 맙니다. 인간적 열심, 인간적 애국심이 살인을 낳았던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아나니아와 삽비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자기 집을 다 팔아 헌금을 했습니다. 헌금만 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봉사도 했습니다. 그런데 성령을 속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소유를 다 팔아서 헌금을 한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 일로 인해 그들은 죽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적 열심과 인간적 고백은 한계가 있습니다. 무너지고 맙니다. 닭이 울면 하루밤 사이에 변하고 말 것들입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자기 열정으로 뛰어들었다가 어려운 일을 만나면 쉽게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베드로의 고백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 주를 버릴지라도 언제든지 버리지 않겠나이다'란 고백은 베드로의 고백이 아닙니다. 저와 여러분의 고백인지도 모릅니다. 한때 주를 위해 열심을 내었다가 시들해 진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한때 주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같이 뛰어들었다가 이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쉬고 있는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주께서 우리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 열심을 통항 인간적 고백이 아니라 성령을 통한 고백입니다. 인간적인 열심으로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언제든지 버리지 아니하리이다'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고백한다면 우리도 닭이 울기 전에 주를 세 번,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부인하게 될 것입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본문 마지막을 보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어떻게 말했다는 것입니까? '차라리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를 비롯해 이 자리에 있었던 모든 제자들이 주께서 잡히시던 때 주를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죽으신 후에는 갈릴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들입니다. 고난을 이기기 못하고 옛날로 돌아가 버리는 제자들의 모습은 오늘 저와 여러분의 모습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보아야겠습니다.
"주를 버리지 않겠노라" 장담하고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자들이 바로 저와 여러분은 아닌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는 이 시간이 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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