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YMCA 주최로 통일을 기원하는 '아기 섬진강 헤엄쳐 건너기' 행사가 경남 하동군 강변공원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그 날, 이 행사에 참가했던 유치원생 4명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오후 2시부터 강을 건너기 위해 학부모들이 주최측으로부터 구명조끼를 받는 등 한눈을 파는 사이 더위에 지친 어린이들이 성급히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합니다. 텔레비전 뉴스시간에 그 사건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아이의 엄마가 섬진 강변에서 목놓아 우는 모습을 비춰 주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우는 모습은 "이 아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차라리 내가 대신 죽겠다"는 절규였습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아이의 어머니가 울부짖는 모습을 보던 사람들의 마음도 안타까웠는데 막상 그 자리에서 직접 지켜보았던 사람들은 어떠했을까요? 그 어머니의 절규가 더욱 가슴깊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나 절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 인류를 향한 우리주님의 절규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 절규는 강이 아니라 겟세마네라 하는 자그마한 동산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36절에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할 동안에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 하시고" 예수님께서 유월절 만찬을 마치신 후 제자들을 데리고 겟세마네라는 곳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러주시기를 '너희는 여기 앉아 있으라'고 하십니다. 왜 예수님은 제자들을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아니하시고 '여기 앉아 있으라'고 하신 것일까요? 그들이 계속해서 따라오면 다리가 피곤해지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따라오는 것이 이제는 귀찮게 여겨진 까닭이었을까요?
적어도 그런 이유 때문에 제자들로 하여금 '여기 앉아 있으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왜 그들을 남겨놓으신 것일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아마 주님은 좀더 은밀하고도, 좀 더 조용하게 기도하기 위해 대부분의 제자들로 하여금 그곳에 머물게 하셨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들도 정말 중요한 문제를 두고 기도하기를 원하거나 아주 중요한 문제에 부딪히게 될 때, 조용히 홀로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대부분의 제자들을 그곳에 남겨 놓으신 듯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여기 앉아 있으라'고 했다 하여 무조건 앉아만 있는다면 그것은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공부도 하지 않고 매일 노는 아들을 향해 어머니가 '너 그렇게 공부 안하고 놀꺼면 오늘부터 밥 먹지마'라고 했을 때, 이 아들이 '그래 오늘부터 밥 먹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어머니의 말을 올바르게 이해한 것일까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여기 앉아 있으라'하신 것은 단순히 따라오지 말고 무턱대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주님과 오랫동안 함께 먹고 함께 생활을 했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주님의 말씀에 대해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비록 이곳에 있더라도 너희들도 나처럼 기도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밤에 제자들이 동산에 모여서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여자들만 모였다면 수다라도 한바탕 떨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건장한 남자 여럿이 모여서 수다 떨리도 없고, 만약 잠을 잘 것이면 편안하게 집에서 잠을 청하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잠을 잘 이유가 무엇입니까? 요즘같이 열대야 현상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도 아닌데 주님께서 여기까지 데리고 오실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아뭏튼 주님은 대부분의 제자들을 그곳에 머물러 있게 하신 채, 몇 명의 제자들만 데리고 좀 더 깊고 한적한 곳으로 가십니다. 본문 37절과 38절에 "베드로와 세배대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실 새 고민하고 슬퍼하사 이에 말씀하시되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하시고"라고 했습니다.
왜 예수님은 그들 중에 특별히 '베드로와 세배대의 두 아들' 즉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신 것일까요? 겟세마네 고통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들만 데리고 가신 것일까요? 아니면 세 사람 이상이 목격한다면 주의 일을 혹 그르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까요? 물론 그런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나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성경 해석가들은 "이 세 사람이야 말로 주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예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첫 번째 제자들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세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본문을 보면 주님께서 이들을 데리고 가실새 '고민하고 슬퍼하셨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하신 부분입니다. 주님께서 왜 고민하고 슬퍼하셨습니까? 십자가에 겪게 되실 고통 때문일까요? 물론 그 십자가에서 당하게 될 육체적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십자가에서 겪게 될 육체적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모든 일을 주님은 다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를 떠나게 될 것을 주님은 아십니다. 제자들마저도 주님께 등을 돌릴 것에 대해 다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십자가에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게 될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주님은 겟세마네에서 우리의 죄 때문에 밀물처럼 다가오는 하나님의 진노를 보셨기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주님은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일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사람들마다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종류를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경제적인 문제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정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또 어떤 사람에게는 대인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진노에 대해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의식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여러 모양으로 신경을 쓰지만 막상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해 보거나 그것을 만회시켜 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면서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진노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통스러워 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순간 주님은 먼저 제자들에게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주님은 육체적 고통이 두려워서 고민하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죄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려 괴로워하고 계시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어느 순간 모든 자들이 자신을 버리게 될 것과 아버지마저 자신을 외면하시게 될 것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자신과 함께 깨어 있을 것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주님 자신도 기도로 아버지께 나아갑니다.
39절에서 "조금 나아가사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여 가라사대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시고"라고 했습니다. 주님이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였습니다. 섬진강에서 익사채로 발견된 아들의 시신 앞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울부짖는 것이었던 것처럼 이 고통스러운 밤에 주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은 땅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금 주님은 이 십자가의 고통을 없애달라고 간구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 어릴때부터 귀신들려 자주 자기 몸을 상하게 하는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비가 예수님께 말하기를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주옵소서'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의 대답은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고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주님께서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말이 모순되지 않습니까? 남에게 말할 때는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하고 책망하시고서 이제와서 본인이 '할만하시거든'이라고 했으니 서로 모순되는 말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라는 말은 피해가고 싶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주님으로 하여금 능히 피해 가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이 그것을 피해 가게 하시려는 것이 아님을 주님은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말씀합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그 뜻에 순종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아버지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고자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기도의 중요한 원리 한가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기도란 아버지의 뜻에 내가 굴복 당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설득시키려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장황하게 이것저것 많은 말들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의 기도를 종합해보면 내 뜻을 관찰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하나님의 뜻에 내가 굴복되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 말은 내 소원을 하나님께 아뢰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소원을 주께 아뢰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판결이든지 주님의 판결에 내가 굴복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도 그것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 후에 제자들에게 가셨습니다. 41절과 42절에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베드로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나와함께 한 시동안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밤에 주님은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건만 제자들은 열심히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래 전, 예수님께서 주무시던 한때가 기억이 납니다.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가실 때 풍랑을 만났습니다. 제자들이 죽게 되었노라고 아우성 칠 때 주님은 배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죽게 되었다 하여 소리를 치면서 주님을 깨웠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주무시던 주님을 깨울 수 있었던 그들이 지금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죽게 되시어 제자들에게 깨어 있을 것을 당부하셨건만 그들은 주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잠에 취해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이런 모습들이 실상 저와 여러분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가 바로 그런 자들입니다. 나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디서건 예수님을 깨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지쳐 있거나 피곤해 하는 것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이 충족되어질 수만 있다면 새벽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주님을 깨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님을 위해서 자신을 깨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주께서 '깨어 있어라' 당부하셔도 그 일이 나의 일이 아니라 주의 일이면 자신을 깨우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참된 신앙인은 자신을 위해 자기를 깨우는 자가 아닙니다. 주님을 위해 자신을 깨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제자들은 지금 잠에 취해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베드로에게 "너희가 나와 함께 한시동안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을 향한 책망이라기 보다는 인류의 구원자로서 너무도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시는 장면입니다. 그러기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고 하시면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면 날밤을 꼬박 샐 수도 있지만 주님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변명이 무엇입니까?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해서"입니다. "집사님! 주일 예배 빠지지 말고 예배 잘 드리셔야지요?" 그때 뭐라고 대답하는지 아십니까? "목사님 마음은 원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네요" "성도님! 이제 술 담배 끊으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도 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목사님! 끊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육신이 연약해서요"
"집사님! 이제 신앙의 방학은 끝내시고 이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셔야지요?" "목사님!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해서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육신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아예 마음이 없어서 그렇게 핑계를 대었던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자기 자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이렇게 핑계대지 않았습니까? "주님! 내가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제 육신이 약해요"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좀 더 솔직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육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별로 원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육체적으로 깨어 있어도 시험에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적으로 깨어 있다면 시험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당했던 시험이 예수님께는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주님은 이 말씀을 하신 후 다시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42절에 "다시 두 번째 나아가 기도하여 가라사대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한번의 기도로 모든 것을 마무리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주님이 하나님의 계획을 알지 못해서도 아니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계획을 취소해 줄 것을 기대해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아버지의 뜻에 따르고자 하는 결심입니다. 아니 하나님의 계획 앞에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려는 몸부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 앞에서 나를 포기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기도가 무엇입니까? 기도란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대한 어떤 관념도 아닙니다. 나를 포기하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기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뜻 앞에서 여러분 자신의 계획이나 생각을 포기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하나님은 아니라고 하시는데 내가 고집을 부리면서 억지로 내 고집대로 하고야 말았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물론 내가 원했던 대로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님 말씀에 대한 불순종'이라는 더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자신의 뜻을 하나님께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게 해 달라는 몸부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기도가 성숙된 기도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뜻에 내 생각이 굴복되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은 십자가의 죽으심을 앞두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히 기도했습니다. 왜 주님이라고 피해가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주님이라고 그 고통이 견디기 쉬우시겠습니까? 그러나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님은 인류를 위해 십자가 지시는 일을 감당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이것은 죽음과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그러므로 이 본문을 읽을 때 우리는 전율을 느끼면서 읽어야 합니다. 아무 감정없이 읽는다면 이 당시 처절한 주님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신 후 다시 내려오셨을 때 제자들의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43절에 "다시 오사 보신즉 저희가 자니 이는 저희 눈이 피곤함일러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죽음과 처절한 싸움을 싸우고 계시는데 제자들은 눈이 피곤하다 하여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가족을 데리고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이유는 아버지 추도예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날이 토요일이고 해서 저녁에 예배를 드리고 밤늦게 고속도로를 이용해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운전하는 동안 졸릴까봐 제 옆에 타고 있던 아내는 계속해서 말을 건넸습니다. 차를 몰면서 졸음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아내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저와 함께 졸음과 싸웠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십자가의 죽음과 싸우고 있는데 눈이 피곤하다 하여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자들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저와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주님은 처절하리 만큼 우리의 신앙을 위해 악한세력과 싸우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만고에 이보다 더 편한 생활이 없습니다.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시간 있으면 예배드리고, 바쁘면 예배 빠트리고, 설교시간에 졸리면 자다가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 잠시 설교를 잠시 듣는 듯 하다가 다시 졸면서 의미없이 예배시간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편한 신앙생활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주님이야 피를 토하는 싸움을 벌이시던 말던 아무 상관없이 신앙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편합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은 지금 이 시간에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계시는데 우리들의 마음은 어쩌면 엉뚱한 곳에 가 있는지 모릅니다. 주님은 그런 그들을 두시고 다시 세 번째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44절에 "또 저희를 두시고 나아가 세 번째 동일한 말씀으로 기도하신 후"라고 했습니다. 복음서를 통 털어 주님께서 같은 기도의 제목으로 세 번씩이나 기도한 곳을 우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주님께 중요한 순간이며 견디기 어려운 때였던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주님은 기도를 마치신 후 다시 제자들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45절과 46절에 "이에 제자들에게 오사 이르시되 이제는 자고 쉬라 보라 때가 가까웠으니 인자가 죄인의 손에 팔리우리라 일어라나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세 번째 기도를 마치신 후,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가오셔서 '이제는 자고 쉬라'고 하십니다. 참 이상합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깨어 있어 기도하라고 하셨는데 이번엔 왜 자고 쉬라는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너희들이 깨어 있어봐야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차라리 잠이나 실컷 자라는 뜻일까요? 물론 그런 뜻은 아닙니다. '자고 쉬라'는 말씀은 '이제 너희의 깨어 있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주께서 죄인의 손에 팔리우실 시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일어나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다'고 하십니다. 십자가의 죽음 앞에 조금도 요동치 않고 그 길을 걸어가시는 주님의 의연한 모습을 우리는 여기서 엿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깨어 있어야 할 때 깨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세 번 깨어 있어야 할 때, 세 번 잠에 취해 있었던 베드로는 계집종 앞에서 세 번이나 주를 부인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전개되어집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깨어 있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던 주님을 생각하며 우리도 간절하게 주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절규가 주님만의 절규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절규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친히 십자가를 지셨는데 우리는 주를 위해 무엇을 질 수 있습니까? 주님은 우리를 위해 깨어 계셨는데 우리는 주를 위해 얼마나 깨어 있었습니까? 주님은 설령 십자가를 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이면 그 뜻에 굴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는데 우리는 과연 내 생각을 포기하고 주님께 굴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 일이 있습니까?
오늘 겟세마네 동산에서 우리주님의 기도를 통해 나의 모습과 나의 기도생활을 다시 점검하시는 기회가 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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