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영화 '쇼생크 탈출'은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앤디 듀프레인이란 젊은이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작이 됩니다. 유능한 은행원이었던 앤디는 법정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다른 죄수들과 어울리지 않던 앤디는 흑인 죄수 레드에게 돌 망치를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앤디가 수감된 지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앤디가 보이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소장이 앤디의 방을 뒤지다 그의 방에 걸린 여배우의 사진 뒤로 긴 터널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앤디는 그 기나긴 세월동안 매일 15㎝ 남짓한 작은 망치로 주먹만한 크기의 돌덩이를 헐어 내면서 탈옥을 준비한 것입니다. 쇼생크 감옥이 발칵 뒤집힌 그 시간에 자유를 쟁취한 앤디는 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되어 출소한 레드는 작은 호텔을 경영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앤디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새로운 제2의 인생을 기약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스티브 맥퀸 주연의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쇼생크 탈출'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탈옥수 '앙리 샤리에르'의 실록 자선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그는 살인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형무소에 수감됩니다. 그곳에서 혹서와 독충과 가혹한 중노동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탈옥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여 마침내 절대로 탈주가 불가능한 섬인 <악마도>로 보내어지게 됩니다. 사방이 바다로 막힌 작은 섬. 그곳에서 그는 야자 열매 포대를 끌어안고 끝도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립니다. 그리고 파도를 타고는 미끄러지듯 바다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는 망망한 바다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낡은 야자열매 포대 위에 엉거추춤 누워 소리칩니다. "난 자유다... 이놈들아... 난 자유다..."
이 두 편의 영화가 우리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요? 감옥을 탈출하는 멋진 장면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니면 탈옥수가 탈옥을 하기까지 세운 치밀한 계획에 대해서였을까요? 아니면 학대받는 감옥생활에서의 고통이었을까요? 물론 이런 부분이 무조건 배제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말하고자했던 것은 '자유'였습니다. 감옥에 갇혀 자유를 상실한 인간의 처절함을 그림으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자유는 말 그대로 '갇힌 것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갇히고 붙잡힌 상태에서는 자유를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갇힌 것으로부터 도망을 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참 자유함을 위해 스스로 붙잡히시고, 갇히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누굽니까?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늘 본문은 모든 인류로 하여금 죄로부터 참 자유함을 얻게 하기 위해 붙잡히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먼저 본문 47절에서 48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합니다. "말씀하실 때에 열 둘 중에 하나인 유다가 왔는데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서 파송된 큰 무리가 검과 몽치를 가지고 그와 함께 하였더라 예수를 파는 자가 그들에게 군호를 짜 가로되 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으라 하였는지라"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습니다. 그 기도의 결과는 십자가를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십자가를 지시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확인하고 그 뜻에 순종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주님은 십자가를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그 시각 가룟유다는 아마 분주하게 움직였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배반계획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야했기 때문입니다. 유다는 그 밤에 예수를 잡으러 갈 무리들을 조직해야 했을 것이고, 유월절 만찬 후, 예수와 그 일행이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조사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만약 있을지도 모를 다른 제자들의 저항에 대비해 검과 몽치도 준비를 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3년동안 따라다녔던 스승을 잡으러 갔습니다.
유다는 무리에게 자신이 입을 맞추는 자가 예수라고 말하며 주님께 배신의 키스를 합니다. 49절에 "곧 예수께 나아와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 하고 입을 맞추니"라고 했습니다. 원래 입을 맞추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표시하는 인사였습니다. 그런데 가룟유다는 주님께 존경과 신뢰의 키스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승을 그 알량한 은 삼십에 팔아 넘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유다가 주님께 다가가서 첫 번째 한 말이 무엇이었습니까?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였습니다. 유다는 자신의 입으로 주님이 평안하신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실상 그 마음속에는 독기가 가득하였습니다. 예수를 죽일 음모가 그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주님께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향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라고 말입니다.
이 당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누굽니까? 오늘날로 말하면 교회의 지도자들입니다. 넓은 의미로 말하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입니다. 그런데 입술로는 주님을 존경하는 듯한데 그들의 마음은 주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다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오늘 저와 여러분은 이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주목해야 합니다. 혹 우리들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주일날 교회에 나와서 거룩하게 주님을 찬양하는데 내 삶은 거룩한 것이 없습니다. 경건하게 주의 말씀을 대하고는 있는데 내 삶은 도무지 경건한 것과 거리가 멉니다. 주님을 높이는 것 같은데 언제나 높힘을 받는 자리에 내가 앉아 있습니다.
열심히 봉사하는 것 같은데 그 열심이 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한 열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힘들어져도 쉬 주를 떠나가 버립니다. 그것은 어쩌면 가면을 쓰고 있는 또 다른 가룟유다의 모습일는지 모릅니다. 입술로는 주님을 존경하는 것 같은데 저와 여러분의 마음은 주님으로부터 멀어져 있지는 않습니까?
'랍비여 안녕하시옵니까?'라고 말했지만 주께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가룟유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주위를 의식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로 평안을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 입맞춤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하고도 사악한 입맞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주님의 대답이 무엇이었습니까? 50절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친구여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 하신대 이에 저희가 나아와 예수께 손을 대어 잡는지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가룟유다의 계획을 다 알고 계십니다. 자신에게 행한 입맞춤이 배신의 입맞춤이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가룟유다를 향해 '친구여'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제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가룟유다가 무엇을 행할지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유다가 자기를 잡기 위해 무리를 이끌고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를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친구여'라고 아주 친근하게 그를 부르셨습니다.
왜 주님은 이 자리에서 가룟유다를 향해 호통을 치거나 꾸지람을 하지 않으시고 '친구여'라는 말로 친근하게 부르신 것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하나님의 뜻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주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 가룟유다가 주님을 팔아 넘기기 위해 검과 몽치를 든 무리를 데리고 온 것은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의 큰 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가룟유다의 그런 모습만 보신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계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기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세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날 나에게 생각지도 않는 고통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내가 그토록 믿어왔던 남편이 한눈을 팝니다. 승승장구하던 사업이 휘청거리기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여겼던 우리의 가정에 어두운 불행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나의 몸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습니다. 내가 가장 신뢰했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고 어느 날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직장에서 더 이상 내가 설자리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럴 때 내 인생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기도는 이 절망감으로부터 우리를 담대하게 만듭니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올지라도 두려움이 없습니다. 설령 나를 대적하는 사람이 내 앞에 있어도 '친구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도는 고통 저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때때로 기도는 우리에게 다가온 고통을 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뚫고 하나님의 뜻을 발견케 하고 위기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담대함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도 지금 가룟유다의 배신행위 앞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네가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계십니다. 도망갈 수도 있었습니다. 제자들을 풀어 자신을 방어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천사를 동원해서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무엇을 하려고 왔는지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들도 주의 일이라면 기꺼이 자신을 내어 줄 수 있는 믿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더러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손해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나에게 유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유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유익하게 하는 일이면 기꺼이 자신을 내어 줄줄 아는 사람이 주님의 마음을 닮은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들 중에 손익계산에 밝은 사람이 종 종 있습니다. 그래서 한치의 양보도 없고, 뒤로 물러서는 법도 없습니다. 내가 손해보면 큰일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신앙생활을 하노라면 손해를 좀 보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남을 유익되게 하는 일이라면 말입니다. 내가 조금은 곤란한 일을 당해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내 형제를 위하는 일이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 내가 손해보는 일은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어려움 당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의 마음이 아닙니다.
주님은 가룟유다가 하고자 하는 일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왜요?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길이며, 그것이 인류에게 죄로부터 참 자유함을 얻게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들은 예수께 나아와서 손을 대어 잡았습니다. 주님께서 순순히 잡히시기로 작정하셨는데도 그들은 주께서 도망칠까 불안하여 주님을 붙들었습니다. 그때 어떤 일이 발생합니까? 51절에 "예수와 함께 있던 자 중에 하나가 손을 펴 검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 귀를 떨어뜨리니"라고 했습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이 사람은 베드로였습니다. 겟세마네동산에서 주님께서 기도할 때 그는 졸았습니다. 아니 잠에 취해있었습니다. 한시도 깨어있지 못하고 졸았던 그였습니다. 졸다가 눈을 떠보니 검과 몽치를 들고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그때 가룟유다가 예수님께 입을 맞춥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칼을 뽑아서 순식간에 대제사장의 종의 귀를 내리쳤습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정말 정의감에 불타는 행동이었습니다.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스승을 잡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왔을 때 이미 제자들은 주눅이 들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주님이 붙잡혀도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우두커니 서 있을 판국입니다. 그럴 때 베드로의 이 행동은 정말 정의롭고 의협심에 불타오른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의 이 행동에 대해 주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52절에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고 하셨습니다. 기도해야 할 때 잠에 취해 있었던 베드로, 깨어 있어야 할 시기에 피곤하다 하여 졸고 있었던 베드로, 그는 결국 자신의 충성심과 열심에 호소한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베드로의 행동에 일침을 가했습니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고 말입니다.
우리도 종종 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의의 검을 휘두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회를 향해 비판하고, 목회자를 비난하고, 교회의 정책에 반발하면서 시퍼런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 없는 검은 자신이 휘두르는 검 때문에 자신이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베드로에게 '검을 다시 꽂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들 중에 기도하지 않고 행한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취소하는 것이 낫습니다. 아무리 정의로운 일처럼 생각되어져도 기도 없이 시작했다면 당장 그만 두는 것이 낫습니다.
검을 휘두르기 전에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교회의 잘못을 비판하기에 앞서 눈물로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부를 비난하기에 앞서 나라를 위해 진실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어디 한 두 가지입니까? 그럴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정의의 검을 뽑아서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면 주님께 칭찬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 필요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에 앞서 선행되어져야 할 일은 깨어서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혹 지금 여러분들이 빼든 칼이 있다면 그 칼을 꽂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은혜의 동산으로 돌아가 주님께 기도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주님께서 기도하실 때 졸았습니다. 그래서 이 순간 지극히 본능적이고도 인간적인 행동을 취했습니다.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굉장히 잘한 일이라고 칭찬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용기를 내지 못할 때 용기를 내었으니 얼마나 귀한 일입니까?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내용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노'라고 말할 때 '예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느 증권회사의 광고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 광고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사람이 '노'라고 말할 때 '예스'라고 말하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가만히 있을 때 용기를 내어 검을 빼든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제자들이 아주 비겁하게 자신의 스승을 잡아가려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이때 뭐 특출한 것이 있다고 나선단 말입니까?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 가만히 있으면 자기 목숨이라도 건질 수 있을텐데 괜히 앞에서 깐죽거리다가 자기까지 붙잡히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을 빼들었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주님의 반응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게 된다'고 하시면서 그 검을 도로 꽂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것입니다. 53절과 54절에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영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 내가 만일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한 성경이 어떻게 이루어지리요 하시더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주님께서 무력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없어서 그렇게 가만히 계시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늘의 모든 천사들을 동원해서 그들을 물리치실 수 있습니다. 그 옛날 앗수르의 산헤립이 쳐들어왔을 때 하루밤 사이에 18만 5천명이나 되는 군사를 물리치신 일이 있었는데 이 밤에 모인 무리를 물리치는 일쯤이야 조족지혈(鳥足之血)이 아니겠습니까? 주께서 하시고자 한다면 거치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주님께서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응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지금 오래 전에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셨던 고난받는 종으로 십자가를 지셔야만 합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예언하기를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 그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라고 했습니다.
천군 천사를 동원해서 자기를 잡으러 온 자들을 오히려 하늘에 있는 감옥에 잡아 가둘 수 있는 권세가 그분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렇게 하실 수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은 지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오래 전에 자신에 대해 예언되어져 왔던 이 말씀을 이루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주님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잡으러 온 무리들을 물리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응하게 하는 것입니다. 비록 그 일을 위해서 자신이 붙잡히고 갇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할지라도 주님은 그 일을 수행하십니다.
그것도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잡히셔야하는 수모를 겪고 계십니다. 왜 그렇게 하십니까?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응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십니다. 55절과 56절에 "그때에 예수께서 무리에게 말씀하시되 너희가 강도를 잡는 것 같이 검과 몽치를 가지고 나를 잡으러 나왔느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쳤으되 너희가 나를 잡지 아니하였도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다 선지자들의 글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시더라 이에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고 했습니다.
주님은 심지어 자신이 성전에 있을 때 그들이 자신을 잡아 가두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자신을 잡아가는 것까지도 모두 선지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예언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는 것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들이 예수님께서 성전에 계실 때 잡아가지 못했습니까? 사실 예수님은 정부를 향해 반역한 일이 없습니다. 법과 질서를 파괴한 일도 없습니다. 만약 법을 어겼다거나 반역한 사실이 있다면 주님을 체포할 기회가 그들에게 항상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에게서 잡아 가둘만한 그 어떤 죄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예수님의 죄가 드러났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잡아 가둘 구실을 마련했기 때문에 주님을 붙잡으러 이 동산까지 달려 온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이 모든 사실이 다 하나님의 말씀을 응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을 성취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디 주님의 생애만 그렇겠습니까? 저와 여러분의 생애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과 섭리아래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저와 여러분의 인생이 의미없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아래 놓여 있는 참으로 소중한 인생임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는 종종 '나그네'라는 말 때문에 이 세상에서 우리의 인생이 의미도 없고, 가치도 없는 것으로 이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비록 우리가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을 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미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를 향하여 가지신 놀라운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혹 여러분 중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신없어 하거나 패배의식이나 혹은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분이 계시다면 오늘 이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님의 모든 인생을 자신의 말씀아래 두시고 길을 가게 하셨듯이 그런 분들을 향해서도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안에서는 의미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쓸모없는 인생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온전히 알지 못하면 우리들이 취하는 행동은 이런 것이 되고 맙니다. 본문 제일 마지막에 뭐라고 했습니까? "이에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 왜 제자들이 도망을 했습니까? 물론 이것도 궁극적으로 주님의 말씀에 대한 성취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도망을 간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왜 도망을 갔습니까? 너무도 힘없이 잡히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릴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입니다. 바다를 호령하고 파도를 잠잠케 하시던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입니다. 아마 그들은 힘없이 붙잡히시는 주님, 제대로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붙잡히시는 주님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부인하지 않겠노라'던 맹세를 뒤로 한 채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붙잡히신 것은 힘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님을 주님은 분명히 밝히셨습니다. 주님은 하나님께서 모든 인류를 위해 준비해 놓으신 그 잔을 받으시기 위해 스스로 잡히셨습니다. 죄로부터 참 자유함을 주시기 위해 붙잡히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런 주님을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주님을 버리고 도망가버렸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 눈앞에 놓인 현실 때문에 혹 주님으로부터 도망하려는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잠시라도 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주님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붙잡히셨는데 우리는 그런 주님의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는 말씀이 오늘 우리들에게 들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자들이 다 도망을 갔다면 우리도 도망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에게 감히 묻습니다. 주님처럼 잔을 받으시겠습니까? 제자들처럼 도망을 가시겠습니까? 이 시간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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