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국경일이나 혹은 민족의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을 기해 대통령령으로 특별사면조치를 단행해왔습니다. 문민정부의 출범이나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때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특별사면이 단행되었고, 그로 인해 수천 명이 가석방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특별사면의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을 두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례로 국민의 정부 출범당시 세계 최장기수인 우용각씨가 제외되었습니다.
우용각씨를 제외시키면서 정부에서 밝힌 이유는 "나이가 모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비전향장기수의 경우, 만 70세 이상이 되어야 석방한다'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우용각 씨는 당시 만 70세에서 7개월 정도가 모자라는 상태였기 때문에 석방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우용각 선생님의 출소를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까지 들고 대전교도소 정문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우용각 씨가 사면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듣자 "이건 말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마침내 선별 석방 소식에 분노한 민가협과 면회객들이 들이닥쳐 한동안 소란을 피웠는데 교도관들조차도 그들을 저지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도 명절을 맞이하여 한 사람의 특별사면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본문 15절에서 16절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명절을 당하면 총독이 무리의 소원대로 죄수 하나를 놓아주는 전례가 있더니 그 때에 바라바라 하는 유명한 죄수가 있는데"라고 했습니다. 본문에 의하면 이날을 '명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우리는 이 명절이 유월절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의 속박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여 지키는 유대인 최대의 명절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언급하는 명절이라는 개념이 어떤 종교적 큰 명절중의 하나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오로지 유월절만을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본문에 의하면 유월절 명절을 즈음하여 죄수 한 명에게 특별사면조치가 단행되고 있었으며 사면조치에 대한 모든 권한은 총독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리들은 총독 빌라도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놓아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 요구에 대해 빌라도가 기꺼이 들어 주려했다는 점입니다. 왜 빌라도는 소란을 피우는 백성들의 요구를 무시해 버리지 않고 들어주려 하는 것일까요? 몇 가지로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었을는지 모릅니다. 가령 예를 들어 만약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에 큰 소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이 사실이 로마의 가이사에게 전해진다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마감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빌라도는 무조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백성들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서 예수와 관련된 사건에서 이제 손을 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빌라도가 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예수의 사건이 자신에게는 정치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도의적이며 양심적인 면에서 있어서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17절에 "저희가 모였을 때에 빌라도가 물어 가로되 너희는 내가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주기를 원하느냐 바라바냐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냐 하니"라고 했습니다. 이 당시 예수님 외에도 사람들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던 사람 가운데 바라바라하는 유명한 죄수가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마가복음에 의하면 그는 "민란을 꾸미고 이 민란에 살인하고 포박된 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바라바라는 사람을 어떤 사람의 관점에서 보느냐? 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족의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로마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는 바라바가 단순히 민란을 꾸미며 살인을 일삼는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 시대의 위대한 영웅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분명 민란을 꾸미고 그 민란 중에 사람들을 살해한 살인자였습니다. 요즘 테러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시점에서 테러의 중심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경우는 어떠합니까? 일부 추종자들에게 그는 분명 영웅입니다. 테러를 자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자행했지만 반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세력들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영웅처럼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 탈레반 정권은 아예 미국이 라덴이 테러에 개입되었다는 증거를 설령 제시한다해도 라덴을 인도할 수 없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왜 그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그를 보호하려는 것일까요? 이유야 어찌되었던 테러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호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바라바는 민란을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였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사실이 정당화되어지거나 미화되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성경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보고, 인물을 평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바라바는 영웅이 아닙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정의의 투사도 아닙니다. 그는 민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게한 살인자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의하면 빌라도가 모인 무리들에게 도대체 누구를 놓아주기를 원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빌라도는 무리들에게 묻지 않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백성들의 생각을 묻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한 사람은 놓아주고,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예수이든지 아니면 바라바이든지 자신이 가진 권력을 사용해서 얼마든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빌라도가 무리들에게 누구를 놓아주기를 원하는지를 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대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그렇게 물었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대인 무리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했기 때문에 그들의 의사를 정중하게 물어 보았던 것일까요? 물론 그것도 아닙니다.
그가 무리들에게 누구를 놓아주기를 원하는지 묻었던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18절에 "이는 저가 그들의 시기로 예수를 넘겨준 줄 앎이러라"고 합니다. 도대체 빌라도가 무엇을 알았다는 말입니까? 적어도 빌라도는 지금 재판에 회부되어져 자기 앞에 서 있는 예수가 죄가 없다는 사실과 단지 유대 교권주의자들의 시기와 질투에 의해 고소당해 억울하게 자기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민란으로 인해 사람을 여럿 죽인 바라바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예수를 택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묻게 되면 적어도 사람을 여럿 죽인 살인자 바라바 보다는 그래도 예수를 택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겪고 있는 정치적 혹은 정신적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 보려는 계산에서였습니다.
마치 미국의 부시대통령이 한때 아랍국가들을 향해 테러와 관련해서 "테러 집단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미국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하라"고 강경하게 말했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장면 같습니다. 부시의 생각은 이렇게 말하면 적어도 이슬람국가들이 테러집단과 단절하든지 아니면 테러집단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음으로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생각해서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재판의 과정에서 빌라도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아내가 꾼 꿈 때문입니다. 19절에 보면 "총독이 재판 자리에 앉았을 때에 그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가로되 저 옳은 사람에게 아무 상관도 하지 마옵소서 오늘 꿈에 내가 그 사람을 인하여 애를 많이 썼나이다. 하더라"고 했습니다.
빌라도의 아내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사람을 보내어 빌라도가 이 재판에 대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것"을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녀 자신이 꾼 꿈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도대체 어떤 꿈을 꾸었길래 남편에게 사람을 보내어 아무런 상관을 하지 말도록 당부를 한 것일까요? 꿈에 빌라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처롭게 서 있는 예수의 모습을 본 것일까요? 아니면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했다가 남편이 벼락이라도 맞는 꿈을 꾼 것일까요? 그녀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 날 그녀가 꾼 꿈이 그녀에게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우리도 잠을 자는 도중에 많은 꿈을 꿉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뭔가 꿈을 꾸기는 꾸었는데 그 꿈이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꿈을 가리켜 뭐라고 말합니까? '개꿈'이라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꿈을 가리켜 '소 꿈'도 아니고 '말 꿈'도 아닌 '개꿈'이라고 말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점잖은 견공들이 이 사실을 알 수만 있다면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이런 꿈들은 의미없는 꿈이란 말씀입니다. 그러나 종종 어떤 꿈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도 선명하고도 생생하게 기억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자신이 꾼 꿈에 대해 '개꿈'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과연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를 곰곰이 되새겨 볼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꾼 꿈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되면 출근하는 남편에게 "오늘은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든지 "오늘은 퇴근하는대로 다른데 들리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오라"든지 한마디하게 될 것입니다. 남편이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으면 "사실은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그렇다"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빌라도의 아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에게는 그 꿈이 너무도 선명하여 그냥 '개꿈'이라며 넘겨버리기엔 뭔가 불안하고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을 보내어 빌라도에게 "저 옳은 사람에 대해 아무 상관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예수를 가리켜 '옳은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은 아마 사전에 빌라도에게 예수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그녀 나름대로 내린 결론도 "예수가 죄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 종교지도자들의 시기심과 질투에 의해 예수가 재판을 받고 있구나"하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남편의 정치적 입장과 여러 가지 주변상황을 감안해 볼 때, 가만히 있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으로 예수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날 그녀가 꾼 꿈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뭔가 그녀로 하여금 굉장한 불안감을 안겨다 주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황급히 사람을 보내어 예수에게 아무상관도 하지 말도록 당부한 것입니다. 얼핏보면 우리는 그녀가 자신이 꾼 꿈으로 인해 남편에게 좋은 충고를 해 준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남편을 향한 올바른 충고가 아니었습니다. 정말 재판정에 있는 예수가 옳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무상관도 말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죄'를 선언하고 예수를 방면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무상관을 하지 않고 재판관으로서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것이 빌라도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었습니다. 그는 마땅히 그리고 과감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예수를 방면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 역시 올바른 충고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 '아무 상관도 말라'는 아내의 말이 오히려 격려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특히 아내된 분들은 여러분의 남편에게 바른 충고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을 해야 합니다. '오늘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조심하라'는 식으로 충고를 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남편에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남편이 혹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봐 염려되어서 정의롭지 못한 판단을 내리도록 부채질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설령 세상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더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만큼은 그런 방식을 쫓아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종종 '이것은 진리가 아니다' 혹은 '이렇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혹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봐 아무 상관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이 당하게 될 조그마한 불이익 때문에 진리에 대해 침묵하거나 아무 상관하지 않는 자리에 그저 앉아있기만을 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삶의 태도는 이 세대를 본받고, 이 세상의 풍속을 쫓는 행위입니다. 그런 태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감당해야할 책임을 회피함으로서 혹 옳은 일을 행하고자 할 때 자신이 당하게 될 불이익이나 손해보는 일로부터 벗어나 보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데 빌라도가 아내로부터 전해들은 말로 인해 정신을 쏟고 있는 동안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그 틈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무리를 권하여 바라바를 석방케 하고 예수를 죽이자고 선동하고 있었습니다. 본문 20절을 보면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무리를 권하여 바라바를 달라 하게 하고 예수를 멸하자 하게 하였더니"라고 했습니다.
왜 그들은 무리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까?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민란을 일으키는 바라바를 놓아주는 것이 예수를 놓아주는 것보다 자신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지금까지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들의 관심은 오직 예수를 죽게 하는 것에 있을 뿐입니다. 누가 놓임을 당하든지 그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예수만 없앨 수 있다면 살인자 바라바라도 놓아주지 못할 것이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때 빌라도는 다시 그들에게 묻습니다. 21절에 "총독이 대답하여 가로되 둘 중에 누구를 너희에게 놓아주기를 원하느냐? 가로되 바라바로소이다"
왜 빌라도는 재차 묻는 것일까요? 물론 그것은 아직까지도 빌라도 자신이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그는 예수가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법정에 서게 된 것도 순전히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시기심 때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죄 없는 자에게 벌을 내리려니 양심이 허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를 놓아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군중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중들의 소란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재차 그들에게 묻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대답은 오직 '바라바'였습니다. 예수 대신에 바라바를 놓아주라는 것입니다. 빌라도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중대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의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불의를 행할 것인가?, 양심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기반을 택할 것인가?, 진리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다수의 요구를 따를 것인가? 내면의 확신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선동에 영합할 것인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빌라도의 선택은 결정되었습니다. 그것은 정의보다는 불의를, 양심보다는 정치적 기반을, 진리보다는 다수의 요구를, 내면의 확신보다는 선동에 영합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들도 인생을 살면서 선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을 많이 겪게 됩니다. 그때 여러분의 결정은 무엇에 따른 결정이며 선택입니까? 혹 진리보다는 불신앙의 요구를 선택하지는 않습니까? 혹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세상의 지식을 쫓아 결정하지는 않습니까? 혹 하나님보다는 사람을 의식해서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떤 위기감에 사로잡혀 점점 진리에서 벗어나 세상과 타협하는 결정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처음엔 오직 예수를 신실하게 믿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던 자매가 결혼적령기가 지나면서 그 생각이 바뀝니다. "세례만 받으면 되지 뭐"라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더 지나고 나면 '교회에 나가는 것 반대만 하지 않아도 돼'로까지 물러나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빌라도의 선택이 믿음 안에서 굳게 서 있지 못한 우리들의 선택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물었습니다. 22절에 "빌라도가 가로되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저희가 다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라고 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 어떤 벌을 줄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고 아우성 쳤습니다. 그들의 선택도 예수가 아닌 바라바였습니다. 더구나 그들이 요구한 것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것입니다. 십자가형은 바라바와 같은 살인자, 흉악한 강도들에게 처해지는 형벌입니다. 그런데 그 형벌을 아무 죄도 없는 예수에게 행하라고 소리쳤습니다. 빌라도는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23절에 "빌라도가 가로되 어찜이뇨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저희가 더욱 소리질러 가로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는지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무리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선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까지 그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예수를 죽이라고 요구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이들 중에는 분명 조금전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실 때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며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했던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태도가 바뀔 수 있단 말입니까?
아마 그들은 예수가 그들을 로마의 압제로부터 구출해 줄 수 있는 메시야로 믿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 앞에 비춰진 예수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로마병사에 의해 체포되어 힘없이 법정에 서 있는 모습을 볼 때 어디에서도 그들이 기대했던 메시야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머리카락은 헝크러져 있고, 지난밤 잠을 자지 못해 초췌한 모습, 그 어디에서도 메시야의 위엄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로마로부터 자신들을 구해줄 만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그들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저런 사람을 메시야로 믿고 따르느니 차라리 칼을 들고 항거하는 바라바가 오히려 더 자신들 편에 서 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 대신에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예수를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신의 세속적인 관심이나 선택때문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주일이면 교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그리고 주를 향해 신앙을 고백하기도 하지만 정작 관심을 쏟고 있는 곳은 주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구원과 그 앞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아니라 그저 예배드리지 않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찝찝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와 자기 만족을 위함이 아니었는지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세속적인 부와 물질적인 축복에 관심이 있지 않았는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십자가에 못 박을만한 죄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무리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어졌습니다. 자칫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큰 소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빌라도는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제 자신이 원했던대로 이 일의 모든 책임을 무리들에게 떠 넘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행동을 취했습니다.
24절에 "빌라도가 아무 효험도 없이 도리어 민란이 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게 하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너희들이 강력하게 요구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 사람이 흘린 피에 대해서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란 뜻이었습니다.
정말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그는 여러차례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기회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장 현명하게 피해나갈 방도를 찾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죄없는 사람을 죽인 책임은 백성들에게 떠 넘기면서 자신은 정치적으로도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25절에 "백성이 다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무리와 무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단지 자신들의 눈앞에 서 있는 예수, 지금까지 자신들이 기대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서 있는 예수를 한시각이라도 빨리 십자가에 못박게 하는 것이 소원인 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빌라도가 무슨 말을 하던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 피의 대가를 자신들에게 돌린다해도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태도였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재판은 이렇게 해서 일사천리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26절에 "이에 바라바는 저희에게 놓아주고 예수는 채찍질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게 넘겨주니라"고 했습니다. 이 엄청난 역사의 중대한 사건 앞에서 그들은 결국 예수를 버리고 바라바를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들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예수'입니까? '바라바'입니까? 다시 말씀드려서 세상입니까? 아니면 하나님나라입니까? 진리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나님나라를 선택함에 주저함이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세속적인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까? 내가 바라는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그렇습니까? 우리의 삶을 전적으로 주께 맡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 손해보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은 아닙니까? 그것은 비겁한 빌라도의 선택이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까? 그것은 충동질 당한 무리들의 어리석은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들의 선택이 남아 있습니다. 예수냐 바라바냐? 누구를 놓아주고, 누구를 가두시겠습니까? 세상을 놓아주고 진리를 가두시겠습니까? 예수입니까? 바라바입니까? 오늘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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