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읽는 소설은 어떻게 이루어져있습니까? 맨 먼저 사건의 발단이 있고 전개되어 가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위기를 거치고 나면 소설의 절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맺게 됩니다. 예를 들어 춘향전의 경우 이도령이 성춘향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담을 타 넘고 춘향이를 만나 하룻밤 인연을 맺습니다. 이것은 사건의 발단과 전개입니다.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두 사람 사이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도령은 부모를 따라 한양으로 가게 되고 새롭게 부임한 변사또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춘향이에게 수청들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일부종사를 주장하며 사또의 수청요구를 거부한 춘향이는 결국 하옥됩니다. 그리고 사또의 생일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청들 것을 다시 요구받으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을 때, 어사출두의 명령과 함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했던 변사또는 삭탈관직 당하게 되고 춘향이는 어사가 되어 돌아온 이도령을 만나 다시 재회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여기가 이 소설의 절정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양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결론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57절에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여기서 '저물었다'는 표현은 물론 시간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이제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날이 어두워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결국 모든 사건이 종결되어져 가고 있다는 얘기처럼 들려질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오늘 본문의 시작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이 모두 끝이 났고, 이로써 주변이 정리되어가고 있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소설로 말한다면 '다 이루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을 때, 즉 주인공이 죽음으로서 절정에 도달했고, 이제는 모든 사건이 종결되어 조용히 결론을 맺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아마 이것이 소설이라면 그렇게 결론을 맺어 갈 것입니다. 주인공은 죽고 날은 저물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는 그렇게 결론을 맺을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십자가와 관련된 일들은 계속 진행되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일을 위해 등장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부자 아리마대 요셉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은 그를 가리켜서 예수의 제자라고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입니까? 본문 58절을 보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어 주라 분부하거늘"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나타난 것은 예수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그의 시체를 내어달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아리마대 요셉이라는 인물은 마태복음 27장까지 거쳐오는 동안 우리들에게 거의 생소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이 시각 다른 제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고, 그동안 별로 들어보지도 못했던 아리마대 요셉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일까요? 사실 성만찬 장소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대로 이 당시 제자들은 이미 도망을 가버린 상태입니다. 심지어 예수님으로부터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 받았던 요한도 이곳을 떠났습니다.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무도 장례를 치루어야겠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아리마대 요셉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님의 시체를 가져가서 장사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사실 오늘 본문은 그에 대해 소개할 때 '부자이며 예수의 제자였다'라고만 말하지만 아리마대 요셉에 대한 설명은 누가복음에서 좀더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23장 50절 이하를 보면 그는 공회의원으로서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예수를 죽이고자 했을 때, 그 결의와 행사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였다고 말합니다.
그가 어떤 식으로 예수를 죽이자고 한 산헤드린 공회의 행사에 대해 반대를 표시했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아리마대 요셉이라는 인물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관련하여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아리마대 요셉은 무엇을 하다가 이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요한은 이때까지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감추고 있었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그가 언제부터 예수에 대한 신앙을 고백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뭏튼 예수에 대한 신앙고백 후에도 상당기간동안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아리마대 요셉은 왜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겼던 것일까요? 이 당시 유대인들은 누구든지 예수에 대해 신앙을 고백하면 회당에서 출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유대 종교와의 모든 관계를 끊고 조국으로부터 추방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은 산헤드린 공회의원이었고 부자였습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만약 예수에 대해 신앙을 고백한다면 이 모든 것에 대한 포기를 천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그는 예수에 대한 자신의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는지 모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좀 더 떳떳해질 수 없었느냐?" 고 말입니다. 이 문제를 단지 오늘날 우리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그리스도인인 것을 밝히지 않는 정도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혹은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 여러 가지 행동에 불편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술 좌석에 어울릴 수 없다든지 아니면 타인에게 융통성이 없는 사람처럼 비춰지게 될까봐 아니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예 자신이 예수 믿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든지 아니면 적당하게 믿는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마대 요셉의 경우는 그 정도가 아닙니다. 만약 예수에 대한 신앙을 떳떳하게 밝힌다면 자신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술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쌓아올렸던 부와 명예와 권력을 다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요셉에 대해 왜 자신이 예수의 제자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않았느냐? 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남이 얘기니까 그렇지 만약 우리들 자신의 문제라면 그러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들 중에는 신앙고백 때문에 부귀영화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게 된다면 아마도 신앙고백을 유보할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아리마대 요셉이 처음부터 자신의 신앙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했던 것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처음부터 자신이 예수의 제자임을 밝히지 않은 것이 잘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분명 예수의 제자가 되고도 자신을 숨긴 사실은 칭찬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비난할 문제만은 아닙니다. 더구나 그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그의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담대하게 고백하며 나서게 됩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예수님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며 제자라고 큰소리치며 다녔던 사람들은 이 자리에 없습니다. 모두 떠나가 버렸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예수님을 잘 따르는 것 같더니 막상 위험이 닥치니까 다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반면에 평소에는 두려운 마음 때문에 자신의 신앙을 떳떳히 드러내지 못했던 아리마대 요셉이었지만 모두 떠나가고 없는 상황에서 담대하게 자신의 신앙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여러분! 참된 신앙은 위기를 만나보면 압니다. 어떤 사람은 평소에는 잘 하는 것 같은데 위기를 만나거나 자신에게 좀 불리하다 싶으면 뒤로 물러나거나 멀찌감치 도망가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평소에는 드러나는 모습이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부각되지도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 할 때 분연히 일어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힘들고 고난이 닥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그 일에 앞장서서 수고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굳이 아리마대 요셉을 평가하자면 아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도 예수의 장례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빌라도도 이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대 제사장이나 바리새인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들 의식법에 시체를 만지면 부정하게 되는데 어떻게 의식법을 어길 수 있겠습니까? 그런 까닭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예수의 시체가 거적더기에 둘둘 말려 버려질 판국입니다. 까마귀의 밥이 되든지, 아니면 들짐승의 먹이가 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서 예수님의 장례를 치루어 드리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그 일에 개입하게 되면 자신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평소에 그토록 열심히 쫓아다녔던 제자들마저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요셉은 예수의 시체를 거두어 들여 장례를 치루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명예와 권력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주님을 향한 그의 사랑과 신앙의 고백은 더 이상 그를 비밀리에 자신을 숨기는 자리에 앉아 있게 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처해 있는 환경을 탓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던지 간에 주를 향한 진정한 사랑의 고백이 있다면 그 고백으로 인해 환경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를 향한 충성된 마음은 아무리 어려움에 처해 있다할지라도 우리로 하여금 용기있는 행동을 나타내 보일 수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리마대 요셉은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빌라도는 그의 요구대로 시체를 내어주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요셉이 예수님의 시체를 가져다가 어떻게 했습니까? 본문 59절과 60절에 보면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정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라고 했습니다. 요셉은 예수님의 시체를 세마포로 싸고 자신을 위해 예비해 두었던 좋고 값비싼 새 무덤을 기꺼이 내 놓았습니다. 주석에 의하면 이 무덤은 일찍이 한 사람도 사용한 일이 없는 무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위해서 준비해둔 가장 좋은 무덤을 주를 위해 기꺼이 드렸습니다.
어떤 분은 그가 부자였기 때문에 그런 것쯤이야 충분히 드릴 수 있지 않았겠느냐? 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물론 그가 부자였기 때문에 그런 무덤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해 준비해둔 것입니다. 부자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 둔 무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언젠가 텔레비전 뉴스에 호화 무덤을 촬영해서 보여준 일이 있었습니다. 무덤이 아니라 작은 공원이었습니다. 주변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고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입대리석으로 묘비를 세우고 값비싼 나무를 주위에 심어 두었습니다. 물론 유대의 무덤은 우리의 무덤과는 좀 다릅니다. 그러나 부자가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서 마련해둔 무덤이라면 보통 무덤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기꺼이 주님을 위해 드렸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유하다고 누구든지 주님께 드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부유해도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주께 아무것도 드릴 수 없습니다. 설령 드린다 할찌라도 가장 좋은 것으로 주께 드리지는 않습니다. 쓰다가 남은 것이라든지 아니면 자신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드릴뿐입니다. 반면에 가난해도 마음이 부유한 사람은 아낌없이 주께 드립니다. 분명 자신에게도 필요합니다. 드리면 자기가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불편해지거나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상관없이 기꺼이 주께 드립니다. 그것이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아리마대 요셉은 물질적으로 부유한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부유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둔 새 무덤을 주님을 위해 기꺼이 내 놓았습니다. 물론 장례를 치룬다는 것은 무덤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루려면 여간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모든 비용을 그가 다 담당했습니다. 물론 요한복음을 보면 니고데모가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근 쯤 가지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관복음에서는 니고데모의 얘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이 장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 및 대부분의 비용을 감당했던 사람이 아리마대 요셉이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요셉은 예수님의 시체를 가져다가 정한 세마포로 쌌습니다. 그리고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누굽니까? 61절을 보면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고 했습니다. 이들이 무덤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이 여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때 무덤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주저앉아 있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교에 입학하고 목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생각건대 저희 할머님의 기도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님을 잃고 우울해 있는 저를 위해 새벽마다 할머님은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대신하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몇 달전, 치매로 인해 당신의 아들들은 알아보지 못하셨지만 저만은 알아보시며 언제나 저의 손을 잡아주곤 하셨습니다. 그런 할머님이 제가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신학생이 되는 모습을 할머님은 끝내 보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그날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서 공원묘지에 할머님을 묻고 모든 가족이 돌아섰을 때에도 저는 한동안 그 무덤 곁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 여인들이 무덤을 향하여 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리마대 요셉마저 떠나고 없는 이곳에 그들이 무엇 때문에 무덤을 향해 앉아 있습니까? 주님을 잊지 못해서입니다. 비록 주님은 무덤에 묻히셨지만 주님과 함께 있었던 시간들, 주께서 자신들을 향해 하셨던 말씀들, 주께서 행하신 일들까지 차마 무덤에 묻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덤을 향해 앉아 있습니다. 이것이 주님을 향한 그 여인들의 마음입니다.
그 여인들은 주님이 기적을 베풀 것을 바라보며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하실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그 여인들은 그저 주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무덤을 향해 앉아 있을 뿐입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을 살펴보면 지극히 일 중심적인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어떤 봉사를 해야할 것인가?'라든가 '어떤 일에 헌신되어야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교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자신이 헌신할 수 있는 사역을 그 교회가 감당하고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주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역에 헌신하는 것이지 사역 때문에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왜 이 여인들은 지금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주님의 무덤을 떠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앉아 있습니까? 주님을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여인들은 주님께서 살아 계셨을 때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죽은 후에도 그분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고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고백합니까? 무덤을 떠나지 않는 것으로 고백했습니다.
유대인들이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아우성을 쳤던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성으로 입성하실 때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대 환영을 했던 그들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예수를 죽이라고 한 것입니까? 자신들이 바라던대로 예수가 움직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치적인 해방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나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시면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의 태도가 돌변한 것입니다. 자신의 소원대로, 자기들이 바라던대로 되지 않는 것 때문에 주님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계십니까? 여러분이 바라고 소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주님을 사랑하실 수 있습니까? 여러분의 사업이 곤두박질 치고, 자녀들은 대학에 진학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건강마저 잃어버린 상태에 놓인다할지라도 주님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실 수 있습니까? 풀무불에 던져진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처럼 설령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풀무불에서 건져내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왕의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고 왕이 세운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것'이라는 고백이 여러분의 고백이 되실 수 있는지요?
시간은 흘러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십자가를 둘러싼 일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습니다. 62절에서 64절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그 이튿날은 예비일 다음날이라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모여 가로되 주여 저 유혹하던 자가 살았을 때에 말하되 내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것을 우리가 기억하노니 그러므로 분부하여 그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키게 하소서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도적질하여 가고 백성에게 말하되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면 후의 유혹이 전보다 더 될까 하나이다 하니"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죽은 자가 살았을 때 했던 말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를 처형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이 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수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그들이 빌라도를 찾아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원하던대로 모든 것을 이루었는데 그 밤에 잠을 제대로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그들은 빌라도를 찾아가서 무덤을 사흘까지 굳게 지켜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가 살아있었을 때 자신이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말씀을 다 잊어버리고 도망을 가버렸는데 정작 소원을 이룬 이들은 주님의 말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불안했습니다. 혹여 제자들이 시체를 도적질하여 가서 백성들에게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하게 되면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종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빌라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요청에 대해 빌라도는 어떻게 반응을 보입니까?
65절을 보면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에게 파숫군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하라 하거늘"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예수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가 살았을 때 했던 말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넘겨버려도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빌라도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비록 자신이 예수를 넘겨주며 "나는 이 일에 아무 상관도 없다"고 말하며 심지어 자신의 손까지 씻었지만 그 일에 대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정말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이 일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이번에도 자신은 상관없으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말해야 옳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도 예수를 죽이는 일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너희에게 파숫군이 있으니 가서 힘대로 굳게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이 말은 유대인들에게도 병사들이 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병사를 내어 줄테니 경비를 철저히 하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말입니까? 힘대로 굳게 하면 과연 그들의 생각대로 되는 것일까요? 지금 무덤은 큰돌로 그 입구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파숫군이 힘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과연 자신들의 생각대로 그 무덤을 굳게 지킬 수 있을까요? 시편기자는 말합니다.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리로다"(시2:4)
하나님의 역사를 어떻게 인간이 '힘대로 굳게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그런 인간들을 보시고 비웃으실 것입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하나님은 무덤 속에 갇혀 있는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큰돌로 입구를 막고 힘대로 굳게한다 할지라도 예수그리스도는 그 무덤에서 죽음의 권세를 깨트리시고 다시 살아나실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를 죽임으로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아직 하나님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악한자들의 모든 행위를 비웃으시며 하나님은 예수님의 그 영광스러운 부활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때때로 무덤에 갇힌 듯한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이제 더 이상 주님은 나에게 그 어떤 것도 해 줄 수 없는 분인 것처럼 실망과 좌절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분들을 위해서도 하나님은 영광스러운 날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십자가 주변에 있었던 인물 중 어디에 해당되는 사람입니까? 만약 지금 십자가 아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있을 것 같습니까? 여러분의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보시는 은혜가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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