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오에서 생긴 일
2002-05-04 00:46:25 read : 912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누가복음 24:13-17
본문은 글로바라는 사람과 다른 한 제자에 관하여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슬픈 빛을 띠고 낙망하여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라는 곳으로 피신하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에 부활의 주님은 좌절과 실의에 차 있는 제자들과 동행하시면서, 그들의 모든 좌절과 패배감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지금도 좌절의 늪에서 실패를 안고, 제자들처럼 '내려가는' 모든 인생들에게 찾아오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에게 찾아오셔서 실의를 딛고 일어나게 하시며 또한 기쁨을 주십니다.
본문은 어떤 자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1. 부활의 주님을 만남
예수님께서는 부활한 그 날에 자신의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약 25리 정도 떨어져 있는 엠마오로 가는 도중에 그들과 함께 동행하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이 가리워져 자신들과 동행하는 분이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눅 24:15,16) 저희가 서로 이야기하며 문의할 때에 예수께서 가까이 이르러 저희와 동행하시나 저희의 눈이 가리워져서 그 인줄 알아보지 못하거늘
그렇게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들이 예수님께서 죽었다는 사실만을 생각했지, 정작 주님께서 부활하심으로 그들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무엇이 그들을 가리고 있어서 계속 그인지 알아보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또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거나 완전히 아는 것에서부터" 떠나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을 이스라엘의 원수인 로마인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킬 자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은 정치적 구원을 실현하시려 오신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선입견과 기준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예수님을 이해하고 믿으려고 합니다.
이제 제자들이 부활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의식과 시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의식 변화 또는 영적 각성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그들의 면전에 나타났지만,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신령한 존재였습니다(막 16:12). 두 제자에게 눈이 '가리워졌다'( )는 말은 '생각과 의식이 고정되어 변동이 없음'을 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길을 행하던 글로바 일행은 부활한 예수님을 낯선 여행자 혹은 유대인들처럼 이스라엘의 메시야로 보지 않고 부활하신 능력의 주님으로 바로 보게 된 것입니다.
IMF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의식과 시각으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고의 전환과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사고전환(Paradigm Shift)라고 말합니다. 패러다임은 생각하는 사고의 유형을 말하고, 전환(Shift)은 상승을 말합니다. 컴퓨터 자판에 보면, 쉬프트 키가 있어서 이것을 누르게 되면, 위에 있는 글자를 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과거에 갖고 있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한 단계 진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똑같은 사물이라도 예술가의 눈으로 혹은 전문가의 눈으로 보는 것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오늘날 우리가 예수님께서 누구인지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늘 시험과 낙망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고, 그 말씀을 상고하게 되면 예수님께서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또한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심을 바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 대한 참된 인식은 성경적 안목으로만 가능한 것입니다.
2. 예수님의 말씀을 듣게 됨
제자들과 동행하던 예수님은 실망과 좌절에 빠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눅 24:25) 가라사대 미련하고 선지자들의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여기에 '미련하다'고 한 것은 그들의 생각이 '바보스럽고 무지하다'는 뜻이며, '마음에 더디 믿는 자'라고 한 것은 탄식의 어투로 강하게 꾸짖는 말씀입니다.
(눅 24:27) 이에 모세와 및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
모세와 선지자의 글과 모든 성경이라는 것은 모세 오경과 그 율법과 예언서 외의 구약성경 일반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그 분으로부터 성경 말씀을 들으면서 큰 감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수와 함께 유숙하면서 더 많은 가르침을 받고자 예수님께 그들과 같이 유숙할 것을 부탁하게 됩니다.
(눅 24:29) 저희가 강권하여 가로되 우리와 함께 유하사이다 때가 저물어 가고 날이 이미 기울었나이다 하니 이에 저희와 함께 유하러 들어가시니라
여기의 '강권하여'로 번역된 헬라어의 뜻은 '압력을 넣어 강제로 하게 하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절박한 간청으로 봄이 적절한 해석입니다. 이것을 볼 때, 예수님께서 글로바 일행과 함께 엠마오에서 머물게 된 동기는 그 두 사람의 간절한 요청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잠 8:17)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
그러나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는 아주 다르게 우리는 우리 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지 않고 그냥 가시게 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의 마음 문을 열고, 그 분이 우리와 함께 있기를 간구하고 그 분을 영접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받아들이고, 예수님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영접해야 할 것입니다.
3. 성령을 체험함
글로바 일행이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눈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과 저녁 만찬을 하는 중, 눈이 열려지게 되어 부활한 예수님을 바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눅 24:31) 저희 눈이 밝아져 그 인줄 알아보더니
여기서 '밝아졌다'로 번역된 헬라어 동사는 '열다'( , 디아노이고)의 과거 수동형으로 눈이 열려지게 된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눈이 열려지게 된 원인은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신비한 하나님의 능력 즉 성령이 함께 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것은 갑자기 일어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서서히 열리면서 어느 순간에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눅 24:32) 저희가 서로 말하되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우리 속에서 마음이 뜨겁지 아니하더냐 하고
그들의 마음이 뜨겁게 감동되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들려주었던 가르침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성경을 풀어 주실 때"에 그들의 마음이 뜨겁게 '타올랐다'( , 카이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타올랐다'는 말은 어떤 심리적인 마음의 변화라기 보다는 밖으로부터의 성령의 이끌림을 통한 감격적 기쁨과 황홀케 하는 초월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성경을 해석해 줄 때, 뜨거워졌다'는 점입니다. '풀어 준다'는 것은 '진리의 말씀을 깨닫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즉, 말씀을 점차 깨닫게 되면서 점점 뜨거워지다가 어느 순간에 진리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활하신 능력의 주님을 만나는 중요한 요인(motive)은 다름 아닌 말씀 가운데 나타나는 성령님이십니다. 성령은 말씀 속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을 풀어 주실 때에 듣는 자들 속에 역사하십니다.
(행 2:37) 저희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찔려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어 가로되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하거늘
(행 10:44) 베드로가 이 말 할 때에 성령이 말씀 듣는 모든 사람에게 내려오시니
사람들이 로마의 중대장 고넬료의 집에 모여 베드로의 말씀을 들을 때, 성령께서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임했습니다. 말씀은 성령을 실어 나르는 그릇과 같고, 말씀을 듣는 자들 가운데 성령은 역사하십니다.
그러므로 예수의 제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신앙과 확신 그리고 기쁨을 가지고 살게 하시는 분은 바로 성령이십니다. 우리도 역시 성령의 감동하심을 통해서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시 119:18) 눈을 열어서 주의 법의 기이한 것을 보게 하소서
신학자 칼 바르트(K. Barth)는 "기독교는 부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때 영국의 무신론자였던 리틀스톤경과 길버트 웨스트는 자기들이 무신론을 주장하는데 두가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하나는 예수님의 부활의 사실이요, 다른 하나는 사도 바울의 변화였습니다. 그들은 이 사실을 반증하기 위해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동안 연구한 뒤에 그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말하기를 "우리는 더 이상 이 같은 반대자로 머물러 있을 수가 없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서 예수의 부활이 사실이라는 것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우리들이 잃어버려진 죄인임을 발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주로 영접하게 되었네"라고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옥스포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였던 토마스 애놀드는 말하기를 "나는 여러 해 동안 과거의 역사를 연구하고, 그 사실을 조사하고, 이에 대하여 기록한 문헌과 유물을 고증하여 그 사실 여부를 조사하여 오는 중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는 표징, 곧 그리스도가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을 인류사에서 나는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결 론
(눅 24:31) 저희 눈이 밝아져 그 인줄 알아보더니
부활한 주님을 만난 제자들은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단숨에 달려가 자신들이 체험한 놀라운 부활의 사실을 열 한 사도와 및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두려워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소식은 진정으로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눅 24:33,34) 곧 그 시로 일어나 예루살렘에 돌아가 보니 열 한 사도와 및 그와 함께한 자들이 모여 있어 말하기를 주께서 과연 살아나시고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는지라
그러자 제자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첫째로, 그들은 슬픔 중에 있었으나, 이제는 큰 기쁨으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좌절과 실의에 빠져 괴로워하는 성도들을 격려하시고 기쁨을 주십니다.
둘째로, 저들은 '내려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예루살렘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눈이 밝아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학문과 예술의 눈, 사업과 경영의 눈이 떠지면 인생의 대전환이 오는 것처럼, 영안이 뜨이게 되면 인생의 모든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던 사람이 긍적적이고, 적극적이며 자신감있는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창세기 21장에 하나님께서 갈증 중에 애타는 하갈의 눈을 밝히시매 샘물을 보고 가서 가죽부대에 물을 채워다가 그 아이에게 마시게 한 사건이 나옵니다.
오늘 부활주일을 맞이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자신은 자유롭다고 공언하지만, 아직도 죄와 불안의 짐을 지고 마음의 방에 갇혀 있는 자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자들에게 모든 인생을 소망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부활의 예수님을 소개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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