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에 2002-04-15 16:58:44 read : 31139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베드로전서 1:17-23 // 2002년 4월 14일
우선,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라는 시를 읽어드립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우리 인생은 나그네길, 곧 순례의 삶입니다. 우리가 나그네라는 말은 이 땅에서의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영원한 고향을 사모하며 사는 존재입니다. 지난주간 춘천에서 있었던 동부연회에서 많은 목사님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 오랜만에 만난, 고향이 같은 목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차를 마시며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 고향에 가 봐야 좀 똑똑하다고 하는 친구들은 다 고향을 떠났으며, 황량한 들판(논, 밭)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고향이 그리워서 가끔 혼자 가서, 그 땅을 밟아 보곤 한답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의 진정한 고향은 하늘나라임을 본문은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나그네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을 잘 섬기며 살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은 나그네 인생을 철저하게 경험했던 사람들입니다.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후 40년을 광야에서 그들은 나그네로 살았습니다. 그들은 나그네 생활을 하면서도 가나안 땅, 곧 하나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바라보며 살았던 것입니다.
요즘 인간의 최대 수명이 120세라고들 얘기하지만, 12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100년을 산다고 해도 영원(永遠)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찰나(刹那)에 불과합니다. 베드로전서 1장 24절에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인생이 약하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을 본문에서는 나그네 생활로 표현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로 사는 겁니다. 이것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시편 16편 7절에 "나를 훈계하신 여호와를 송축할지라 밤마다 내 심장이 나를 교훈하도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심장이 잘 뛰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면 우리 인생은 그것으로 종막(終幕)을 고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은 약한 존재임을 깨닫고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더욱 겸손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나그네 인생인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본문을 통해 살펴봅시다.
1. "두려운 마음으로 살라"고 했습니다.
17절에 "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판단하시는 자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 즉 너희의 나그네로 있을 때를 두려움으로 지내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겉 모습이 아닌, 그 사람이 한 행위대로 판단(심판)하시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사람들이 바로 나그네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그네 생활을 할 동안에, 즉 이 땅에서 짧은 인생을 살 동안에 가져야 할 바른 삶의 자세는, 두려운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님 아버지를 경외의 대상, 즉 두려워해야 할 존재로 보는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문제가 있다면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내 힘이나 내 뜻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하나님의 뜻을 살피며, 하나님을 의지하며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은 religere의 정신, 다시 말해 '종교적 태도'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를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안전하게 지켜주신다고 말씀했습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너희는 여호와를 의지하라 그는 너희 도움이시오 너희 방패시로다"(시 115:11)라고 했습니다. 이사야 26:5에 보면 "너희는 영원토록 주님을 의지하여라. 주 하나님만이 너희를 보호하는 영원한 반석이시다"라고 했습니다. 잠언 29:25에 "사람을 두려워하면 올무에 걸리게 되거니와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안전하리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을 지극히 낮추게 되고, 동시에 전능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베풀어주시는 은혜로 사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를 17년 가까이 나오시는 72세 되신 송 집사님은 가끔 며느리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답니다. "나는 키도 작고, 인물도 형편없고, 배운 것도 없는 무식한 사람이고, 이처럼 타향에서 살지만, 전혀 능력이 없는데도 하나님께서 7남매를 잘 키워 주셨고(큰딸만 대학 못 보내고 다 대학 졸업시킴), 지금도 사업이 그런 대로 운영이 되어서 가끔 교역자들 대접하고, 이웃 친구들도 대접할 수 있게되니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주와 맺은 언약―455장 4절에 '내 주와 맺은 언약은 영 불변하시니 그 나라 가기까지는 늘 보호하시네'―이 있는데, 그것은 일 천 만원 이상 장학헌금 드리고 하나님께 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니 감사할 뿐이다. 또 교회 오려고 하면 걸음걸이가 틀려지고, 힘이 부쩍부쩍 난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요, 하나님을 의지하며 은혜로 사는 것입니다. 우리도 날마다 주님을 의지하며 굳센 믿음으로 감사하며 인생을 깊이 있게 사십시다.
2. 믿음과 소망을 하나님께 두고 살라고 했습니다(21절 하).
21절 하반 절에 보면, "너희 믿음과 소망이 하나님께 있게 하셨느니라"고 했습니다. 시편 39:7에 보면 "주여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 소망을 두고 사는 시인의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또 바울은 로마서 15:13에서 "소망의 하나님이 모든 기쁨과 평강을 믿음 안에서 너희에게 충만케 하사 성령의 능력으로 소망이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고 했고, 디모데 전서 4:10에 보면 "우리가 모든 사람의 구주이시요, 특히 믿는 사람의 구주이신 살아 계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므로, 우리는 수고하고 전력을 다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요셉은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그에게 채색 옷을 해 입혔습니다. 저도 어릴 때 색동 저고리를 입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만, 요셉은 집안에서 사랑을 독차지한 모양입니다. 그 결과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 가게 되고, 거기서 남의 집 종살이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는 일도 당합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살며,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이런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그가 나중에 형제들을 만난 다음에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책하지도 마십시오. 형님들이 나를 이곳에 팔아 넘기긴 하였습니다만, 그것은 하나님이, 형님들 보다 앞서서 나를 여기에 보내셔서, 우리의 목숨을 살려 주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라고 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나중에는 좋은 결과를 주시는 것입니다.
디모데 전서 1:1에서 바울은 "우리 구주 하나님과 우리 소망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명령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이런 걸 볼 때, 그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게 소망을 두고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도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에는 승리의 면류관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진실로 예수는 나의 힘이요, 생명이요, 소망이 되신다. 나는 오늘도 주님을 힘입어 숨쉬며 움직인다. 내가 죄 중에 빠지고 근심에 처할지라도 나의 힘이 되신 주님이 나를 도와주신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님의 명령대로 살며, 늘 충성하며 귀한 열매와 상급을 주신다." 우리 모두 이런 믿음을 가집시다. "예수는 나의 힘이요 내 소망되시니 이 세상을 떠나 갈 때 영생 얻으리 한없는 복을 주시고, 영원한 기쁨 주시니 나의 생명 나의 기쁨 주 예수"(찬송 93장 4절).
3. "진리에 순종함으로서 영혼을 깨끗하게 하고 뜨겁게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22절에 보면 "너희가 진리를 순종함으로 너희 영혼을 깨끗하게 하여 거짓이 없이 형제를 사랑하기에 이르렀으니 마음으로 뜨겁게 피차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여기 서 우리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먼저, 영혼(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마 5:8)라고 하셨고, 바울도 "청결한 마음"(딤전 1:5)과 "청결한 양심"(딤후 1:3)에 대해서 말씀했습니다. 오늘날 이 시대가 혼탁한 것은 청결한 마음, 청결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영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철학자 안 병욱 선생은 그의 저서 『후회 없이 살아라』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청렴(淸廉)은 인간의 뛰어난 덕이다. 청렴은 성품이 고결(高潔)하고 탐욕(貪慾)이 없는 것이다. 마음이 맑고 행동이 깨끗한 것이다. 국사(國事)와 공무(公務)에 종사하는 사람은 먼저 마음이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하고, 행동이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아야 한다... 동양의 선철(先哲)은 이렇게 말했다. '공생명 염생위'(公生命 廉生威), 공평(公平)은 광명(光明)을 낳고, 청렴은 위엄(威嚴)을 낳는다. 청렴해야만 위엄이 생긴다." 간디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속이 깨끗하면 밖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거짓이 없이(순결한 마음으로) 서로 뜨겁게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거짓이 없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랑이 진실한 마음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요즘 거짓 사랑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움 보다 더 악한 것입니다.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일 때, 그 사랑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본문에서 '뜨겁게' 사랑하라는 말은 열심히 사랑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사랑에 관심을 가지십니다. 우리 가운데 불필요한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못하시는 일이 없고, 가장 능력 있는 인간이 해 놓은 일을 무(無)로 돌려버릴 수 있는 힘도 지니고 계십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척이나 많은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이 사랑과 관계없다면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자란 린다 김(28세, 초등학교 여교사)이라는 사람의 급성 백혈병 투병이야기를 어제 밤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방사선 치료를 했는데 재발하여 이제는 급히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맞는 골수를 가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합니다. 린다 김은 결혼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여자인데 무척 맑고 명랑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정말 깨끗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남을 사랑할 줄 알고, 또 사랑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생님이 머리가 다 빠지니까 외로울까봐 그런다고 하며 머리를 삭발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겨웠습니다. 그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전에는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는데 병석에 눕고 부터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늘, 꽃, 나무, 내 주위의 사람들..." 또 그녀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골수가 맞는 사람이 나타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도 나는 받아들이겠다." 특히 남편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그녀의 남편(미국인)도 진실로 아내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가슴에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린다 김의 상황을 볼 때도, 우리가 이 땅에서 나그네 생활을 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됩니다. 나그네 생활을 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될까요? 이제부터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말고, 조용히 자신을 살피며, 깊이 있게 인생을 살아야 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굳게 의지하며 믿음과 소망을 하나님께 두고 살아야 되겠습니다. 늘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살며,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삶으로써,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사는 동안, 날마다 기쁘고 편안하고 풍성한 나날이 되도록 하십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