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는 길에 원치 않은 암이라는 원수를 친구 삼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동행하였습니다. 웬만하면 몸을 찢어서라도 배척하고 항암치료로 떼어버릴 수 있을 터인데, 그마저 친구로 삼았으니 아마 지성과 신앙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실행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다행히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히 가셨다니 안도가 됩니다.
님은 이 땅에서 정말 출중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경력은 범인(凡人)이 눈에 담기엔 너무나 다양하고 초월적입니다.
님은 먼저 문학가였습니다. 약관 22세의 나이에 발표한 ‘우상의 파괴’(1956)는 그의 등단작이자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걸작이며, 나아가 기존 문단의 권위적 문화에 대한 도전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필자의 대학 시절 캠퍼스 의자 위의 독서를 가능하게 해준 ‘장군의 수염’(1960)은 독재자의 전형과 본질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이 외에 주옥같은 그의 작품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최근 작품인 ‘메멘토 모리’(2022)를 비롯하여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위해 펴낸 ‘생각의 날개를 달자’(2005)도 기억될 만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평생에 걸쳐 약 130여 권의 저술을 남겨 두신 것은 님이 얼마나 생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숙고한 사람이었는가를 가늠케 합니다.
또 님은 언론인이자 대학교수였습니다. 거의 30년간 국문학 관련 교수를 역임하며, 국어 문학의 새로운 창달에 헌신하였습니다.
그의 문학적인 창작성이 돋보인 두 개의 사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어 ‘노견’을 ‘갓길’로 바꾼 것과, 88올림픽 개회식 때 굴렁쇠를 등장시킨 일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천재성이 번뜩이는 장면입니다.
또 님은 한국일보를 비롯한 5개 신문사에서 논설위원을 역임하였고, 파리 특파원까지 지냈습니다. 이런 화려한 경력을 인정받아 1990년에는 노태우 정부의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어령 님을 특별히 추모하는 이유는, 그의 회심 때문입니다. 2007년 어느 날 아침에 들려온 그의 세례 소식은 제 눈을 의심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제 일기장에 ‘한국의 인문학이 통째로 교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고 썼습니다. 그럼에도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회심을 100% 확신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많은 세계의 석학들을 비롯한 지성적 리더들이 섣부른 회심을 발표했다가, 되레 주님과 기독교회에 욕만 듣게 한 결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님을 이 자리에서 추모하는 까닭은, 단 한 권의 책이 저에게 많은 감동과 영감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2010에 발표된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책의 내용을 꼼꼼히 읽으며 두고두고 되씹고 그의 인간됨과 회심과 새로운 세계 안에서의 님을 발견하고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님은 딸의 암 투병과 실명 위기 속에서 생애 처음으로 절대자를 향한 간절한 기도를 올리게 됩니다.
“내 딸에게 빛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내 남은 생은 당신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서원함으로 신앙에 눈을 뜹니다. 실제로 기도의 덕분인지 딸의 눈을 실명의 위기로 빠트렸던 망막박리 증세가 사라지는 체험을 하고, 얼마 있지 않아 전격적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의 회심은 한국의 문단을 비롯한 세계의 지성들을 경악케 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후 님은 각계각층으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님이 “지성을 버리고 신령함을 택했다”고 비하했고, 많은 동료는 님이 “망령이 들었다”는 소리까지 해댔습니다.
그러나 새로 발견한 영적 세계는 님을 흥분시키기에 족하였습니다. 님은 돌아온 탕자와 같은 심정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님은 회심한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자신의 약점을 비롯한 내면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여기에 담았습니다.
진리의 세계에 대한 님의 새로운 인식은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고백하기에 충분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님은 자신이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을 바라보면서 죽음에 대한 새로운 발견 때문이라 고백하였습니다.
그것은 ‘죽는다는 걸 생각하며 살라’라는 뜻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로 압축됩니다. 그럼에도 님은 자신의 깨달음을 감히 ’신학‘이라 말하지 않고, 단지 ’시학‘일 뿐이라며 겸손했습니다.
점점 신학과 기독교 교리와 한국교회의 형편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늘어나자, 님은 조국 교회를 향해서도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100주년기념교회에서 가졌던 이재철 목사와의 대담은 님의 입장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과 선견적 충고로서, 이 땅의 모든 사역자가 경청해야 할 지침이었습니다. 님은 한국교회가 근본적으로 인문학적 배경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저에게도 조금의 지성이 있다면, 저는 틀림없이 님의 영향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의 풍성한 지식의 양과 한계 없는 상상력, 놀라운 추리력과 논리력,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입담은 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님에게 진심으로 회심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님은 회심과 함께 거듭남을 체험한 분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님은 반드시 주님 품에 안기어,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가장 좋은 안식을 누릴 것이라 믿습니다. 님을 오랫동안 추모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최더함 박사(Th.D/역사신학, 바로선개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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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러시아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라시아 중동 선교 전망
러시아 굴복하는 추세 분명해지면 이란, 45년 경제 제재 풀려날 수도
터키, 줄타기 대신 서구 진영 동참: 중앙亞, 자원 넘겨 주고 경제 발전
다음 차례는 중국, 결국 굴복할 것: 평화 체제 정착, 중동 기독교 부흥?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보도 화면. ⓒ유튜브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것이 단기간 내에 잘 해결되든 그렇지 않고 장기간 계속되든, 세계 공동체에 미친 여파가 지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태는 돌발적이거나 충동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치밀하게 추진해온 글로벌 프로젝트로서, 이제야 수면 위로 부상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엘리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통합을 위해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근래에 거의 완성 단계에 다다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은 이러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세계는 이렇게 끝없이 갈등하며 전쟁이 끝이 없는가?’라며 그 원인은 세계가 여러 국가들로 분열되어 있어 그런 것이니, 세계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정치적·경제적 평화를 이루고, 세계는 완전한 인류 사회(perfect society)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고대 비전(ancient vision)은 2천 년 넘도록 정치인 및 지성인들에 의해 부단히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지금은 이 비전이 글로벌 엘리트들의 보편 비전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공부한 그리스 황제 알렉산더는 무력으로 세계를 통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이러한 무력 정복에 의한 세계 통합의 야망은 제국들에 의해 시도되었으나, 세계 평화가 아닌 제국의 평화로 끝나며 결국 실패했고 제국은 붕괴했다.
성급하게 무력으로 세계를 통합하려는 방법을 비판한 임마누엘 칸트는 “단번에 무력으로나 정치적 압력으로 세계 통합을 추구하려 하지 말고, 전 단계로 법적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국제연맹과 유엔(UN)이 창설되고, EU가 등장했다. G7, G20 등은 세계 통합을 가속화하는 일종의 기구이다.
이전에는 각 국가가 고유의 문화적 규범으로 통치되었으나, 지금은 로마법 사상을 기조로 국제법, 국제평화 규범, 국제인권 규범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평화 염원은 절실해졌고, 세계 통합 기제는 부단히 구축되어 왔다.
이와같은 세계 통합 실현에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도처에 자리잡은 민족주의와 오랜 전통을 가진 거대 종교들이다.
한 국가에서 민족주의의 마지막 보루는 군부이다. 군부는 청년 때부터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목숨 걸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글로벌리스트들 입장에서 군부는 거세되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시민사회와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2차 대전 이후 군부가 빠르게 거세되었다. 한국은 1990년대 초 김영삼 정부 때 거세되었다.
여전히 군부 세력이 지배하는 국가는 중동 아랍 국가들 중 아랍연맹 진영이었다. 2011년 미국 오바마 정부는 소위 ‘아랍의 봄’ 민주화 프로젝트로 아랍 민족주의 군부가 지배하고 있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군부를 전복시켰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군부 정권은 이전에 제거되었다. 시리아 하나 남았는데 러시아의 개입으로 실패하였다.
아랍 세계는 왕조 국가와 대통령제 국가로 나뉜다. 아랍에서 대통령들은 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나라들이다. 사우디 등 왕조 국가들이 이슬람 종교 통치를 내세우는 반면, 대통령들은 이슬람 종교보다는 아랍 민족을 우선시했다. 왕들은 무기가 없으나 군부는 무기를 가지고 있어 위험하다.
소련 해체 이후 동구 유럽을 유럽 진영으로 끌어들인 글로벌리스트들이 마지노선인 우크라이나를 NATO에 편입시키려 하자, 러시아가 글로벌리스트들의 프로젝트에 강력 저항하며 우크라이나에 무력 공격을 했다.
러시아는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벌써 푸틴은 세계에서 히틀러같은 나쁜 사람이 되었다. 러시아 국내에서조차 반동이 감지된다. 글로벌리즘은 보편주의이다. 특수주의가 보편주의를 이기지 못한다. 특수주의는 철학적·논리적 체계가 빈약하고, 감정적·충동적으로 비춰져 중장기적으로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쉽지 않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결국 글로벌리스트에 굴복하면, 세계 거대 문명권의 요충지 유라시아 판세가 크게 바뀔 것이다.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면, 푸틴은 유대인을 말살하려 한 히틀러가 될 것이다. 푸틴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동구 유럽은 서유럽에 완전 편입하여 유럽은 미국처럼 강화될 것이고, 미국과 유럽은 고대 로마제국의 부활로 일어나 ‘제4제국’의 기치를 들고 세계 평화 체제를 완성할 것이다(단 7장).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내 대서양파(atlantists)와 유라시아파(eurasianists) 간 국가 노선 논쟁이 있었다. 대서양파는 서유럽과 동유럽이 하나가 되니 러시아도 들어가서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살자고 했다.
그러나 유라시아파는 서유럽이 주도하는 유럽 공동체에 가면 2등 국민 취급받게 되니, 차라리 중앙아시아, 중국, 인도, 이란 등과 지내며 리더 역할을 하자고 했다. 문제는 EU가 러시아를 거부하면서 러시아 내 대서양파가 몰락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글로벌리스트들의 함정에 빠져 이래저래 유라시아파가 염려했던 대로 통합 유럽 앞에 2등 국민이 되어 살아가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시민단체들이 서울 정동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 ⓒ크투 DB
러시아에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러시아는 기독교 정교회 기반이나, 소련 해체 이후 개신교가 크게 부흥했다. ‘제4제국’의 찬란한 힘과 권세 앞에 굴복하여 암울한 시대를 맞이한 러시아 교회들이 ‘영원한 제국’ 천국 소망으로 부흥하게 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소련 체제에서 벗어난 동구 유럽은 서유럽의 값싼 노동력으로 빈곳을 채우며 살아갔다. 불가리아 등 동유럽 여러 나라는 청년들 보기가 힘들다. 서유럽에서 노동자로 돈을 벌고 있다. 정상적인 가정이 많지 않다. 그래도 돈이 있어야 삼성·애플 핸드폰을 사고 LG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를 살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나이 많은 부모들은 ‘이게 아닌데…’ 하며 신음하고 있고, 일부 청년들은 교회로 오고 있다. 아무튼 동구 유럽의 부흥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앞으로도 부흥은 계속될 것이나, 돈이 진짜 많아지면 부흥은 멈추고 교회는 물질주의에 빠지며 세속화가 급하게 일어날 것이다.
중동 아랍 민족주의 국가들은 오랜 동안 친소련, 친러시아 경향의 국가들이었고, 왕조 국가들은 친미 국가들이었다. 아랍 민족주의 국가 군부세력이 정권을 잃게 되자, 아랍 왕조국가들은 매우 흡족해 했다. 그리고 이라크, 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등에는 이슬람이 강해졌다. 민족주의가 거세되자, 이슬람주의가 압도하게 된 것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반군 세력을 지원하며 민족주의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 한 것을 다들 생생히 기억한다. 글로벌리스트들에게는 이슬람보다 민족주의가, 이슬람보다 기독교 복음주의가 더 문제가 많은 것이다.
힌두교, 불교, 이슬람은 세계종교 통합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스 정교는 적극 지지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내 WCC는 주도적으로 글로벌리즘에 헌신한다. 그러나 러시아정교와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은 반대한다.
특히 예수만이 유일한 구세주라고 강력 주장하는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이 완전한 세계 평화를 위한 세계통합 체제 구축의 전제 조건 중의 하나인 세계종교 통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러시아 정교회도 통합주의 진영으로 넘어갈 것이고, 복음주의자(evangelists)만 마이너리티로 지구촌에 남아 생존 투쟁을 할 것이다. 중국이나 이란에서처럼 노골적 종교박해 때문에 생존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리스트들이 규정한 인권, 동성결혼 차별금지 등 ‘글로벌 규범(global nom)’ 때문에 ‘글로벌 왕따’가 될 것이다.
러시아가 굴복하는 추세가 분명해지면, 이란은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문제에 직면한 유럽이 미국을 설득해 45년간의 경제 제재에서 풀려날 수 있다. 굳게 닫힌 이란의 개방이 이루어지면, 6백만 명의 이란 내 그리스도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될 것이다.
1992년 2,500명에 불과했던 이란 기독교가 정치 종교적 억압에서 지난 30년간 폭발적 부흥으로 600-700만 명이 되었는데,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면 일시적으로 수 년 부흥하다 부흥이 멈추고 서서히 세속화될 것이다.
터키는 EU 가입을 신청하고 40년 이상 기다렸으나 받아주지 않자, 최근 에르도안 정부는 NATO 동맹이면서도 유럽과 중동 사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줄타기를 해 왔다. 이제 서구 진영으로 중심축을 옮길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 영향권 안에서 러시아의 관리를 받아 왔는데, 미국과 유럽의 관리 하에 놓이면서 사우디처럼 석유 자원 등을 넘겨주고 경제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NATO군이 중앙아시아에 주둔하며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중국은 곤혹스런 세월을 보내며 결국 굴복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교회는 일반적 세속화 물결을 이겨야 하는데, 지금 중앙아시아 교회의 영적 역량을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여호와 창조주 하나님을 믿었으나 2천 년간 흩어져 여호와 하나님께 버려진 채 지냈고, 1948년 복귀해서도 지난 80년 동안 팔레스타인과 사실상 전쟁 상황에서 갈등하며 지냈다. 오래 동안 전쟁에 지친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평화 샬롬(salom)보다 정치적 평화(peace)를 원한다.
유대인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사실상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그 중 대부분의 엘리트들은 유대 민족주의보다는 글로벌리즘에 적극 봉사하고 있다.
특히 유발 하라리 같은 유대인 엘리트 학자들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월스트리트 대표적 금융 거부들은 유대인이면서도 ‘여호와 신이 우리 유대인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는가? 2천 년 간 고통했다.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고통을 받을 때 뭘 도와줬는가? 그런데도 여호와 신을 믿는 유대인들은 어리석은 놈들이다’라는 식으로 여호와 하나님과 유대인들을 증오하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도 랍비 등 정통 유대교파 소수를 제외하고는 유대교 전통 신앙에 관심이 없다.
아랍 왕조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을 내심 인정하고 중동 평화 체제를 원했다. 아랍 군부 세력이 거세되었으니, 이란만 잠잠히 있으면 중동 평화는 정착된다. 본래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에는 기독교가 상당 존재했다. 중동 평화 체제에서 기독교가 부흥할지는 불분명하다.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교훈이 있다. 고난과 환란이 오면 교회는 부흥하나, 평화(peace)가 오면 명목상 기독교인들만 늘어나며 세속화되어 쇠퇴했다.
최바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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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떠난 선교사들 접경서 지원 사역 계속
몰도바·우크라 서부 리비브 등 피난민 몰리는 곳에서 거주 도우며
전쟁으로 상처 받은 이들 돌봄 사역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인접 국가로 피신하면서 한국인 선교사들은 이들을 돕기 위한
피난민 사역에 나서고 있다. 폴란드로 떠나는 피난민들이 이창배 선교사가 우크라이나 리비브에 세운 교회
에서 기도하고 있다. 소평순 이창배 선교사 제공
지난 13일 0시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긴급 발령했다. 한국인 선교사들도 선교지 철수가 불가피했지만 이들의 사역은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 간 국경에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돕고 있다.
2013년부터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사역 중인 소평순 선교사는 지난 14일부터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 있다. 우크라이나 남쪽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엔 파송 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지부가 있다.
▲몰도바 키시너우의 현지인 교회에 모인 피난민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소평순 이창배 선교사 제공
소 선교사는 1일 메신저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피난민들은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났지만 두고 온 가족, 군대에 징집된 아버지, 아들과 생이별했다는 사실에 눈물만 흘리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당초 동부 돈바스 지역이 위험하다고 예상했는데 러시아 군대가 전국 83곳에 미사일 포격을 퍼부으면서 필요한 물건만 챙겨 급하게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과 한국교회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의 반응도 공유했다.
소 선교사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전쟁반대 평화시위를 했다는 한국의 뉴스와 그 내용을 현지인들에게 번역해 보여줬다”며 “우크라이나 성도들은 지지의 힘을 얻었다며 감사의 말씀을 한국교회와 국민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브에서 사역하던 이창배 선교사도 지난달 한국에 들어왔지만 현지 동역자들을 통해 피난민을 돕고 있다. 이 선교사는 “리비브는 폴란드 국경과 인접해 있다. 차량으로 1시간30분 거리”라며 “폴란드로 가는 길목이라 피난민들에게 숙소와 예배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피난민들은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이 선교사의 교회 숙소에 이틀 내지 사흘 정도 머물다 떠난다. 동역자들이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게 이 선교사의 전언이다.
조만간 이 선교사는 폴란드로 떠나 피난민을 도울 계획이다. 폴란드 카토비체엔 이 선교사의 지교회가 있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폴란드로 떠난 우크라이나 성도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세운 교회다.
기독교한국침례회도 우크라이나 한인회장인 FMB 소속 한재성 선교사가 불가리아로 이동해 피난민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선교사들은 한국교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36만명으로 추산된다. 유엔은 장기전이 될 경우 4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소 선교사는 “고통 받는 나그네와 같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도와주길 바란다”며 “신약성경 감자 쌀 밀가루 소금 설탕 휴지 등을 구입하도록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 교회와 선교사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지 선교계의 전망이다. 소 선교사는 “전쟁 트라우마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현지 심리 전문 상담가 지원이나 전쟁고아 돌봄 등도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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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속 우크라이나 “복음이 희망”… 성경이 동났다
올 보급 분량 성경 벌써 품귀 현지 교회 성경공부 모임 열리면
초교파 성도, 비신앙인까지 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성경과 교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이 키예프 중앙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는 모습.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제공
“올해 보급할 분량의 성경은 이미 인쇄해 놨는데 벌써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어요. 이제 2월인데 말이죠. 어떻게 더 구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올해로 21년째 우크라이나 성서공회에 몸담고 있는 아나톨리 레이키네츠(43·사진) 사무차장이 털어놓은 고민이다. 지난달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호주 성서공회 뉴스매체인 ‘이터너티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그는 비슷한 시점에 미국 성서공회 CEO인 로버트 브릭스 회장과 나눈 대화에서도 “지난 몇 주 동안 목사들과 (가톨릭) 사제들이 성경을 사려고 키예프(키이우)에 있는 성서공회 매장에 몰려들었다. 재고가 소진돼 성경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성서공회 지부가 들어선 이래 성경 품절 사태까지 우려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레이키네츠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쟁의 공포가 엄습한) 현 상황이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적 생활 그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에 일요일이나 토요일, 또는 주중 저녁에 성경 공부를 하면 개신교든, 정교회든, 가톨릭 신자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을 들려줬다. 레이키네츠는 자신의 교회를 찾아온 세 아이를 둔 40대 중반 부부를 맞이했다. 그들은 러시아 침공의 도화선이 된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 출신이었다. 수년 전 내전으로 다른 가족을 여러 명 잃었던, 전쟁의 참혹함을 체험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십자가만 보고 교회로 들어왔다. 교회에 다녀본 적도, 성경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그날 저녁 예정된 성경 공부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레이키네츠는 “많은 이들은 지금 기도하고 싶어하고 희망이나 위안을 주는 메시지를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공포 속에서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복음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레이키네츠는 위안을 얻으려고 교회를 찾아온 이들에게 시편 31편 21절의 말씀을 자주 나눈다고 했다.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견고한 성에서 그의 놀라운 사랑을 내게 보이셨음이로다.” 그는 “이 말씀을 나눌 때 많은 이들이 ‘마치 2022년 지금 여기 키예프가 처한 상황을 두고 쓰인 위로의 말씀 같다’며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레이키네츠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생애 처음으로 성경 말씀을 경험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쟁에 대한 불안한 마음에 많은 이들이 교회로 몰리자 목회자들이 이들을 위해 성경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다양한 종파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중순 복음주의 신자들이 드린 예배는 현장 예배 참석자 1000여명 외에 유튜브를 통한 예배자만 4만5000명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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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공포 속 성경 품귀… “복사본까지 모두 소진”
전쟁의 공포 속에서 성경을 찾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성서공회(ABS) 로버트 브릭스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CB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이 미지의 문제와 씨름하며, 처음으로 성경 메시지를 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릭스 회장은 우크라이나성서공회 아나톨리 레이키네츠 부사무장과 긴밀히 대화하며 현지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키예프에 있는 성경학회 매장에는 성경을 사기 위해 신부들과 목회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성경 복사본까지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키네츠 부사무장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성경 사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더 많은 성경책이 필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성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교회는 성경을 기반으로 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도 제공 중이다. 6년 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특히 러시아와 전쟁에서 사망한 이들의 가족들의 위로와 회복을 위한 것이다.
또 레이키네츠는 우크라이나 목회자들이 러시아 교회 지도자들과 연합해 기도하고 있다고 전쟁 밝혔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은 원수를 화해시키고, 절망을 몰아내고, 고통받는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함께 기도하고 소통하며, 아픔이 가득한 세상에 복음의 메시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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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최헌 선교사 긴급 인터뷰
최헌 선교사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으로 키이우에 머물겠다”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예상과 달리 러시아의 진격이 더디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첫 째 러시아의 군사력이 예상보다 약하거나 우크라이나 점령을 너무 쉽게 생각하여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분석이 있고, 둘 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론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어 러시아가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편 난민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피난길에 오르는가 하면 조국을 지키겠다고 우크라이나로 입국하는 자원입대자도 늘고 있다고 하네요.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경제제재에 나서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이 1일에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이철 감독회장은 “권력은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것, 폭력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고 살리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로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 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의 삼일운동을 “폭력과 억압,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독립과 평화를 이루려는 운동이었다”고 한국의 경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에 유대감을 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힘들게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저항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전쟁으로 희생당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선교국(오일영 총무)에서도 2일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의 중보기도 요청>라는 제목의 공지를 내어 함락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를 위해, 그리고 파송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2시 24분에 1분씩 중보기도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장종일·강정애 선교사(서울/은평/진관교회 소속)와 김현호·주경옥 선교사(삼남/창원동/기쁨의교회 소속)가 파송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주연회에서 파송한 최헌·최안나 선교사(미주자치/남가주/빌라델비아교회 소속)가 있습니다.
어렵게 최헌 선교사님과 먼저 연결이 되었습니다. 장선교사님과 김선교사님과도 추후 인터뷰를 진행해서 현지 소식을 들어보려 합니다. 한국정부에서 여권법을 들어 출국을 명한 장종일, 김현호 선교사님은 현재 우크라이나 밖에서 난민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최헌 선교사님은 미국 시민권자여서 잔류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헌 선교사님은 꼭 11년째 키이우(키예프)에서 교회계척과 한글학교 사역을 진행해 왔습니다. 우선 현지 상황은 어떤지,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될지, 전쟁의 한가운데인 키이우(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현지인들과 함께하고 있는 최헌 선교사님께 SNS상으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최훈 선교사의 카톡 프로필 사진. 최선교사는 현지 사정을 알릴 만한 사진제공 요청에 대해 안전을 이유로 난감함을 표했다.
기자> 우크라이나 어디에서 얼마나 어떤 사역을 하셨는지요?
최헌> 우선 염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경황이 없어 무슨 소식 전한다는 것이 수월치 않네요. 인터넷상으로 많은 현지 소식이 거의 실시간 전해지고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시는 것이 어떤지요. 제가 있는 곳의 특별한 소식은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에 대한 소개 같은 것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교사로서 하나님 뜻에 순종하여 선교지에 남아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니까요.
기자> 큰 도시들이 포격을 당하고 있고 키이우로 향하는 러시아의 군차량이 64km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피해도 클 텐데 선교사님 주변에도 피해가 확인되는지요.
최헌> 제가 있는 이 아발론 지역이 북쪽에서 진입하는 길목에 있기는 하나, 기억하기로 러시아군이 침공 첫째 날 탱크부대가 외곽지역을 통과하여 키이우 중앙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우크라이나 군과 격전을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일 사이렌이 울려 대피소로 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나 러시아군이 아직 이 지역을 타겟 삼아 본격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짐작컨대 키이우 주변에 병력이 집중되는 대로 이곳을 포함한 키이우 전 지역에 총공세를 펼칠 것입니다.
기자> 매우 긴박한 상황인데 선교사님은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고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최헌> 시민들은 요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한 준비가 무엇이겠습니까? 선교사로서. 기도하며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지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기자> 시민들의 항전의지가 강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최헌> 앞서 말씀드렸듯이 동요 없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보도에 의하면 난민 100만명 이상 발생할 것이라고 하지요. 우크라이나 인구가 4천 수 백만 명이라 할 때 피난 떠난 사람의 수는 아주 미미한 것입니다. 사정이 있어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는 것이고 남는 사람은 남아 악의 침략을 몸으로라도 막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의 역사 중에는 늘 ‘남는 자’가 있게 마련이지요.
기자> 한국정부에서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권고했는데 선교사님께서 현지를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최헌> 저는 이방인으로서 한국정부의 강제 철수 명령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물론 과거 불행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 이해가 아니 되는 바도 아니지만 선교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으로 머물기를 결정하는 것임을 당국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사후 발생하는 일에 대해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문서에 서명을 받으면 될 것입니다. 여전히 강의는 시작되었고 배우고자 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그들과 함께할 것이에요. 기도해 주세요!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같은 슬라브민족인데 지금 이렇게 대립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헌> 푸틴의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러시아의 속국이 아닙니다. 21세기를 사는 인물이 이미 독립한 과거 속국에 대해 옛날에 우리 나라였으니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입니까? NATO 확장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못된 짓을 아니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기자> 한국도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바라는 것을 들으시는 게 있는지요?
최헌> 때 늦은 동참의사 표명이지만 없는 것보다 났지요. 그런데 도움의 몫이 $1,200,000이라니 생색만 내고자 함인지... 자랑하던 경제대국의 면모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주 강력한 지원의지와 적극적인 행동입니다.
기자> 이철 감독회장님이 오늘(1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기도와 후원을 하자고도 하셨어요. 지금 선교사님께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한국감리교회에서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최헌> 감독회장 말씀대로 기도와 후원입니다.
기자> 무엇보다도 선교사님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상의 인터뷰에서 보았듯이 최헌 선교사님은 “현지인 성도들을 두고 떠 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정부에서도 피하라고 했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으로 키이우에 머물겠다”고 결연함을 보였습니다.
선교사님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 ‘뭉칩시다’하고 선교사님에게 메시지를 보내온 모양입니다. 이에 선교사님 부부도 동참하는 의미로 이름을 적어 보내는 것으로 응답했다고 하네요.
(Добавляйте сюда и мужчин и женщин - всех, кто сейчас остался. Єднаймося.)
(Add here both men and women - all who are left now. Let's unite.)
그 때문인지 선교사님 부부가 가르친 학생들로부터 서툰 한글로 된 여러 장의 편지 혹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전달된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사랑하는 우리 최안나 선생님, 저는 Kharkov에서 아들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인터넷에 있는 모든 영상은 사실이에요. 도시는 폭탄과 포격으로 파괴되었어요. 러시아 군대는 주거용 건물, 정원을 포격하고 폭탄으로 거리 전체를 파괴하고 있어요. 제발 사람들에게 말해주세요. 우리는 진짜 전쟁을 하고 있어요. 우리 선생님 안나최, 안전한 곳에 계시길 바라요. 우리 선생님 안나씨, 따뜻함과 관심에 감사드려요. 나는 우리 선생님을 매우 사랑해요. 나는 내 아들을 두려워하고 이 공포를 멈추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요. 다음 폭탄이 어디로 날아갈지 몰라요. Kharkov는 파괴되었지만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 나는 강해야하면 좋겠어요”
“저는 선생님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우리 선생님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많이 걱정하는지 상상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더욱 영광이에요. 한국 국민들도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고 믿어요. 안나 선생님 안심하세요. 저는 우리 사랑하는 안나 선생님을 많이 사랑해요”
“안나선생님, 만나서 영광이에요. 나는 미래에 우리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싶어요. 우리 모두가 살아 있기를 꿈꿔요”
“안나 선생님, 그런 힘의 본보기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해요. 저에게 연락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매일 기도해요. 이 전쟁은 저를 매우 종교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선교사님 부부는 현재 로켓 공격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소로 피했다가 잠잠해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연이어 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제는 먹을거리를 사러 나갔는데 4시간을 줄 서야 했다고 현지의 어려운 사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사재기 같은 현상은 없었다고 키이우의 높은 시민의식을 칭송했습니다.
파송 연회인 미주자치연회는 지난 달 26일 ‘최선교사 부부의 안전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주일’을 선포하고 중보기도와 함께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듯합니다.(후원계좌: Wells Fargo Bank 2273766895, Hun Choi)
최선교사님은 한국시간으로 2일 자정에 “키예프 주변에 병력이 집중되는 대로 이곳을 포함한 키이우 전 지역에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이 클텐데요 선교사님의 안전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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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 66% 교회 리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21 상담통계’ 발표
지난해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접수된 성폭력 가해자 직분 현황 <출처:기독교반성폭력센터>
기독교반성폭력센터(센터장 방인성·박유미)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사례 가운데 3분의 2는 가해자가 교회(선교단체) 리더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2021년 상담통계’를 조사한 결과 “목회자와 선교단체 리더, 교수 등 권위를 가진 그룹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45건 중 30건(66%)을 차지했다”고 1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총 45건의 성폭력 사건이 접수됐다. 피해자가 지목한 가해 대상자의 교회 내 직분으로는 담임목사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목사와 전도사 등 부목회자(8명), 선교단체의 간사나 선교사 등 리더(6명), 신학교 교수(3명) 등의 순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전문적이고 권위를 가진 종교 지도자의 힘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교회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2018년부터 4년간 센터에 접수된 누적 사건 262건 중 남성 피해자는 4명으로 여성 피해자가 99%에 달한다. 센터는 “모든 성폭력은 불평등한 관계와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문화 속에서 발생하고 유지된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것은 교회 안에 여성에 대한 불평등적 구조와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센터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데 비해 이를 치리할 교회법이 미비한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박신원 실장은 “과거에는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괜히 교회를 시끄럽게 하지 않을까’ 하며 소극적이었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피해자 대다수는 법정 다툼까지 가고 싶어하지 않지만 교회법으로는 가해자를 처벌할 길이 없어 사회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각 교단이 뒤늦게나마 성폭력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성폭력 가해자를 제명한 데 이어 ‘성폭력 대책기구’를 구성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 헌법 ‘교리와 장정’의 범과 종류에 ‘성폭력’을 포함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목사 안수 과정에 양성평등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교단은 정책을 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와 일어났을 경우 교단이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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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기부까지… ‘가상인간’ 로지, 설교도 할 수 있을까
“AI가 하나님과 교통하는 인격성까지 갖기는 어려워”
가상인간 로지가 낸 첫 싱글 ‘Who Am I’.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가상인간이 노래를 부르고 기부까지 한다. 그가 상담하고 설교할 날도 올까. 가상인간 모델로 활동 중인 로지가 음반을 발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아대책에 기부한다고 싸이더스스튜디오가 최근 밝혔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생전에 “구글의 알파고는 인공지능(AI)으로 유물적인 하나님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계한 바 있다. 기독교계는 AI를 우리 삶과 신앙 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박정관 장신대(문화해석학) 교수는 27일 “AI가 발전한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집단지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바둑판, 판례 데이터베이스처럼 제한된 환경이 주어지면 AI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AI가 하나님과 교통하는 인격성까지 가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현재 교계에선 AI로 목소리를 만들어 성경을 통독하는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돌아가신 옥한흠 하용조 목사의 과거 목소리로 성경통독 음원을 만들어낼 수 있고 친숙한 목소리로 성경통독하는 게 즐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설교 사례를 모아 설교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영적, 윤리적 문제가 있다. 설교는 목회자가 현재 시점에서 하나님과 교통해 말씀을 해석하고 그의 인격을 거쳐 성도들에게 나누는 현재의 계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화철 한동대(과학철학) 교수도 “로지의 기부는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성도들이 지금 살아있지 않은 목회자의 목소리로 성경통독을 하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지 특정한 개인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을 이용해 좋은 설교나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성경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목회자가 말을 더듬고 내용이 정교하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서 말씀을 전할 때 그것이 진정한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선용을 강조했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이사인 장수영 포항공대(산업경영) 교수는 “가상인간의 성상품화로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을 채우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AI챗봇을 이용해 성도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주는 것은 좋다”며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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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에 세운 묵상의 터, 순례자를 품다
[건축주 하나님을 만나다] <7> 모새골공동체교회
모새골공동체의 예배당은 벽 뒤로 매몰된 십자가, 천창에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을 통해 경건하게 묵상하는 장소가 됐다. 양평=신석현
산과 산 사이 골짜기에 자리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를 지나면 S자 곡선의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 길 끝에 다다르면 회색빛 낮고 소박한 세 개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중 한 곳에 매달린 ‘미국식’ 풍경이 산바람에 흔들린다. 길이가 제각각인 5개 금속 막대가 추와 부딪히며 화음을 만든다.
수도권도, 기도원도 아니라는 모새골공동체 풍경이다. 경기도 양평군의 모새골은 ‘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를 줄인 말이다. 요한계시록 21장 5절 말씀에서 가져왔다.
이곳 대표인 임영수 모새골공동체교회 협력목사는 한국교회의 영적 갱신을 위해 모새골을 세웠다. 건물도 영성 공동체의 의미를 오롯이 담아냈다.
서인건축 최동규 대표와 개인 사정으로 동행하지 못한 임 목사를 대신해 모새골공동체교회 강윤주 부목사가 모새골 순례에 함께 했다.
자연 속 영성공동체
임 목사는 2003년 부지도 정하지 않은 채 최 대표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부지를 보러 다녔다. 최 대표는 “산에 자리한 땅은 북향이면 눈이 와도 녹지 않는다. ‘땅은 저녁 때 봐야 한다’ ‘남향이어야 한다’ 등의 원칙을 세우고 찾아다녔는데 지금 땅을 본 순간 ‘여기다’ 싶었다”고 말했다.
골짜기에 형성된 모새골공동체 조감도. 가장 높은 곳에 예배당, 그 아래 세미나홀과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했다. 서인건축 제공
건축할 때도 원칙을 세웠다.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산을 깎거나 변형하지 않았다. 모새골의 가장 높은 곳에 예배당이, 그 아래로 건축물들이 자리했다. 2004년 건축을 시작해 1년 만에 예배당과 바로 아래 좌측엔 세미나홀, 우측엔 게스트하우스가 세워졌다.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세 개의 건축물은 그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특선을 받았다. 이후 식당인 만나홀과 목양동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예배당은 모새골 건축의 백미다. 예배당에서 느껴지는 건 절제다. 십자가부터 남다르다. 평평한 벽을 십자가 모양으로 파낸 듯 보인다. 최 대표는 “매몰된 십자가는 겸손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새골공동체 예배당은 창의 위치로 채광을 극대화했다. 좌측 바닥에 낸 창으로 낮에는 창 밖의 물에 비친 빛이 들어오고(위) 저녁에는 바닥조명이 켜진다(아래). 양평=신석현
빛과 소재도 섬세하게 활용했다. 창의 위치로 자연 채광을 극대화했다. 십자가 위로 천창을 만들었고 예배당 왼쪽 측면 바닥으로 길게 창을 냈다. 눈길이 가는 건 측면 하부 창이다. 창밖 너머로 10㎝ 깊이의 수조가 맞닿아 있다. 수조 속 물은 낮이면 햇빛, 밤이면 바닥조명을 받아 반짝이며 빛을 예배당 안으로 끌어들인다.
최 대표는 하부 창을 만들게 된 뒷이야기도 전했다. 십자가와 천창으로 하늘에서 비치는 빛에 대한 구상은 마쳤는데 땅의 빛은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때다. 그는 “임 목사가 30명의 예배 공간, 10명이 잘 수 있는 숙소만 요청하고 모든 걸 맡겼다. 설계하다 힘들면 교회에 새벽기도 하러 갔는데 어느 날 묵상 중 빛이 보였다”면서 “더러운 게 물에 씻겨 나간 땅의 빛이 떠올랐고 이는 하부 창과 물로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해가 지면 자연의 빛에 양보한 조명에 불이 켜지며 빛을 이어받는다.
소재의 특성도 적용했다. 최 대표는 “유럽에 가면 무수한 성당을 보는데 바닥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바닥은 길의 연장이며 빛이 보이는 곳을 올려다보도록 어둡게 했기 때문”이라며 불투명 대리석을 바닥에 사용한 이유를 알렸다.
광이 나는 대리석으로 채운 벽은 예상치 못한 장면도 연출한다. 강 부목사는 “십자가가 양옆 벽에 비칠 때가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좌우 십자가에 매달린 강도가 떠오른다”며 “물에 비친 달이 매끈한 대리석에 비칠 때도 있다”고 전했다.
천장의 회색빛 구조물은 알고 보니 흡음판이다. 최 대표는 “공명이 좋아 필요 없는 소리는 흡음판 뒤로 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로비에서 연결되는 우측 복도는 갤러리 같다. 천창으로 빛이 들어와 환한 데다 복도 끝 통창 너머 풍경은 액자 속 그림 같다.
소품에도 저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복도와 로비 벽에 설치된 조명은 깊이가 얕은 하얀 접시처럼 보인다. 강 부목사는 “매일 새벽 예배당 문을 열어 불을 켜는데 성경의 기름등잔이 떠올랐다. 등잔에 불을 붙이는 심정으로 불을 켠다”고 했다.
예배당 문은 유독 무겁다. 최 대표는 “들어가는 순간 세상과 분리, 단절되는 느낌을 받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새골공동체 예배당(위)과 세미나홀(아래) 게스트하우스는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사용했다. 이 공법은 벽돌 등을 덧붙이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게 매력이다. 양평=신석현
세미나홀과 게스트하우스도 예배당의 느낌을 이어간다. 세미나홀엔 세미나실과 도서관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싱글 침대 2개가 들어간 방이 12개 있다. 10개였던 방은 식당 공간을 없애면서 수가 늘었다.
세 건물의 절제미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부각된다. 강 부목사는 “노출 콘크리트는 이끼와 때가 잘 생긴다. 여기 온 지 4년차인데 벌써 두 번이나 닦았고 올해도 봄이 오면 닦지 않을까 싶다”면서 “겨울이면 예배당 로비 바닥의 줄눈에 하얀색 이끼가 껴 얼마 전 기름으로 닦아냈다”며 미소 지었다.
성도들도 모새골 관리에 자원해서 손을 보탠다. 순례 도중에도 예배당을 소독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청소하려고 온 성도들을 만났다.
‘이들이 보여주는 애정의 근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 부목사는 “공간을 통해 영성을 체험했다. 모새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힘”이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목회자들 중에도 모새골을 교단의 문화유산으로 물려 가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묵상의 공간서 영성을 찾다
예배와 묵상의 공간인 모새골은 예약방문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묵상동산과 예배당만큼은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강 부목사는 “누구든 들어와 예배하고 묵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묵상동산에는 침묵하고 걸으면서 묵상하는 래버린스가 있다. 양평=신석현
예배당 바로 뒤 묵상의 길은 모새골의 또 다른 건축물이다. 얕은 계단을 오르면 잔디밭에 미로처럼 보이는 기하학적인 길이 보인다. 래버린스(Labyrinth·미로)다.
1200년경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바닥에 거룩한 땅으로 가는 순례길을 나타내려고 그린 게 래버린스다. 막히거나 속임의 방향 전환 등으로 좌절을 경험케 하는 미로와 달리 길은 하나다. 특히 모새골 래버린스는 자연재인 잔디와 자갈로 조성됐다. 한 사람 너비의 좁은 길을 걸을 때면 침묵하게 되고, 이는 묵상으로 연결된다. 길 끝에 다다르면 요한복음 14장 6절을 만난다.
모새골에서 2박3일간 진행하는 ‘일상’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 부목사는 “기도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하나님이 만든 참 자아를 만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걸 붙들고 나와 하나님과 이웃과 화해하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게 일상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수도원도 기도원도 아닌 모새골 건축과 딱 들어맞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