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교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목회상담은 이제 착근기를 거쳐 전환기를 맞고 있다. 신학대학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는 현상을 일으킬 만큼 목회상담은 21세기 목회의 신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건너온 목회상담 이론을 이제 한국인의 심성을 고려한 한국적 목회상담으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달 30일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 ‘한국적 목회상담 유형개발’이란 학술심포지엄은 한국적 목회 상담의 뿌리를 내리기 위한 모색으로 평가된다. 6명의 상담학자들이 한국인의 심성과 목회상담,한국인 중년을 위한 목회상담,한국 여성과 목회상담,한국적 목회상담 슈퍼비전 모형 개발,샤머니즘의 영성과 목회상담,통일시대와 목회 상담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이다.
‘한국인의 심성과 목회상담’을 강연한 이기춘 교수(감신대)는 “한국적 목회상담은 보편적인 목회상담의 원류와 흐름을 함께 하면서 한국적 풍토에 어울리는 조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목회상담은 한국의 풍토와 문화,특히 종교적 정신적 유산을 자세히 통찰하고 서양의 이론들을 상황화할 때 한국인의 심성을 치유할 처방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교수는 “부성적 종교(유교)와 모성적 종교(불교 무교)가 갈등을 일으켜 만들어낸 ‘한’을 풀기 위해 목회상담은 모성적 문화와 부성적 문화의 갈등의 충돌을 나선형적으로 화해시키고 상승시키는데부터 시발점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중년을 위한 목회상담’을 강연한 정석환 교수(연세대)는 한국의 목회상담은 ‘치유의 영역’과 ‘성장의 영역’에 함께 관심을 갖고 상호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적 치유의 필요성을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 한국 목회상담이 당면한 과제 중의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정교수는 “한국 중년 남성들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목회상담의 측면에서 한국 중년 남성들의 자아실현의 중요한 요소는 참된 남성성의 회복”이라며 남성 회복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여성을 위한 기독교상담’을 강연한 정소영 교수(서울신대)는 남성 목회자나 남성 상담자 대부분은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학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여성의 심리적 질환은 개인적 원인과 사회적 원인이라는 이중원인을 가져 단순한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정교수는 “남성 목회자들이 남성의 관점에서 남성심리학을 근거로 교회 구성원의 절대수인 여성 성도들을 상담하는 것도 문제”라며 “심리학과 기독교는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적 목회상담 슈퍼비전 모형 개발’을 강연한 유영권 교수(연세대)는 감독훈련을 의미하는 ‘슈퍼비전’은 신학적 해석과 성찰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있도록 도와주고 상담훈련생이 목회상담자로서의 자기인식을 갖도록 지도하는 교육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유교수는 한국목회상담교육에 있어 슈퍼비전의 실시는 필수적이라며 일반상담 슈퍼비전과 목회상담 슈퍼비전의 다른 점은 상담훈련생이 목회적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것,내담자의 잘못된 신학과 신앙을 올바르게 교정할 수 있는 것,건전한 신학적 이론과 신앙관을 갖도록 돕는 것,영적지도자로서의 역할 등이라고 말했다.
‘샤머니즘의 여성과 목회상담’을 강연한 오성춘 교수(장로회신학대학)는 한국인의 정신적 바탕에 형성돼온 샤머니즘을 바로 알고 대응한다면 한국의 기독교는 창조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고 ‘통일시대와 목회상담’을 강연한 손운산 교수(이화여대)는 한국의 목회상담은 교회의 다른 목회적 기능들과 함께 분단시대의 아픔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공존을 위한 목회를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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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근본주의 사회적 역기능 초래”
21세기 한국교회의 새로운 성숙과 성장을 위해 한국교회의 이면에 자리잡은 근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부설 현대기독교윤리문제연구소(소장 박충구 교수)는 최근 서울 냉천동 감신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한국교회와 펀더멘털리즘(근본주의)’을 주제로 제3차 연례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원규 교수는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박충구 교수는 기독교윤리학적 관점에서 한국교회와 근본주의를 살폈다.
이원규 교수는 “종교 사회학적으로 근본주의 신앙경향은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으며, 기독교 근본주의의 영향에 따른 지나친 개인구원적인 신앙제일주의 의식은 기독교의 예언자적, 사회변형적인 힘을 무력화 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난 근본주의는 개인적인 신앙을 뜨겁고 깊게 만들고 교회성장을 이뤄내는 활력소로 작용했지만 배타성과 교조주의 호전적 성격으로 많은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가 사회변형의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근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충구 교수는 “근본주의는 진리의 파수꾼을 자처하거나 소유권을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기독교 신앙을 미신화하고 전근대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며 비이성적 비과학적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현대신비주의자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변하는 세계 현실에서 대화와 거부의 선택 중 거부를 택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것은 20세기 기독교의 불행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전 지구적 시야를 가지고 신학하는 에큐메니컬 관점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보다 깊고 넓은 신앙으로 갱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