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4시 서울 신촌 연세대 신상경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사학연구소의 심포지엄에서는 ‘제자훈련의 메신저’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의 설교와 신학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있었다.
신학자들은 옥목사의 설교는 개혁주의의 신학에 뿌리박고 있으면서도 교리보다 복음 자체를 더 강조하는 ‘열린 복음주의’라고 규정했다. 또 그의 설교에는 신앙인으로서의 고백과 예언자로서의 직설적인 질타가 살아있다고 분석했다.
민경배 교수(교회사학연구원장)는 “이번 심포지엄은 옥목사 설교에서 느껴지는 힘의 근원과 체계를 밝혀 한국교회의 자산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옥한흠 목사는 이날 성도들과 함께 심포지엄에 참석해 시종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 내용을 경청했다. 옥목사는 심포지엄 끝의 인사말을 통해 “신학자들이 과찬의 말씀을 해주셨지만 설교자가 된 것은 내게 십자가이자 고통”이라며 “그럼에도 저를 설교자로 써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서중석(연세대)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권성수 목사(대구동신교회 담임)가 각각 신학자와 교회사가,목회자 입장에서 옥목사의 설교와 신학을 분석했다. 3편의 논문을 요약해 싣는다.
◇청중을 깨우는 설교자(권성수 목사)=1978년 9명의 성도로 시작한 사랑의교회는 현재 주일 낮예배 출석 2만명의 초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옥목사는 교회가 이처럼 급성장한 이유를 하나님의 은혜와 지리적 이점,교회 구성원들간에 갈등과 분쟁이 없었으며 부교역자들과 장로들 및 평신도 지도자들이 담임목사를 신뢰해준 점 등을 꼽았다. 그러나 다른 교회보다 사랑의교회에 주님의 은혜가 이렇게 분명하고 풍성하게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가란 관점에서 옥목사의 설교를 각론적으로 분석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옥목사의 설교는 성경 본문에 충실하다. 보통 40분의 설교 동안 지루할 정도로 20∼25분간 성경 본문을 해설한다. 청중을 기쁘게 하거나 설교에 붙들어두기 위해 본문 밖의 어떤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으로 청중의 관심을 끌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청중을 포위하고 사로잡아 주님이 말씀하시는 음성에 핑계없이 굴복하도록 만든다.
옥목사는 성경 본문과 관련된 복잡하고 심오한 신학적 문제도 청중에게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설교는 청중에게 신학적인 훈련의 효과가 있다. 청중이 축복의 약속과 기적의 증거로 번쩍이는 거짓 메시지를 수용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6일동안 복잡하고 험악한 삶을 겪은 청중은 주일만은 소화하기 쉽고 맛있는 영적 음식을 사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옥목사는 청중의 그런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다. 맛없어 보이지만 양분이 많은 영적 양식을 섭취하도록 설득한다.
옥목사는 자주 설교를 통해 청중에게 직격탄을 쏜다. 교회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에서도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타파할 것을 직접 요구한다. 민족의 죄를 꾸짖는 예언자가 하나님의 재판정 앞에서 죄를 소추하는 모습과도 같다.
그러나 그의 질책은 냉소적인 책망이 아니라 청중을 치료하는 유향과 같다. 죄를 죄라고 하지만 죄인으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를 위해 피 흘리신 십자가 밑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한다.
옥목사는 남들에게 설교한 후 자신의 몸을 쳐서 복종하게 하도록 노력한다. 다소 부끄러운 일이라도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런 개인적인 터치는 설교자와 청중을 심리적으로 연결시켜준다.
그는 문법적 역사적 신학적으로 성경을 바로 해석한다. 삶을 변화시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성경에 따라 성도들을 책망하고 교정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예언자의 음성과 선지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오관에 자연스러운 호소를 한다. 가슴에 성령의 불을 품고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과 성도의 삶에 적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열린 복음주의자(박명수 교수)=한국교회는 성장 정체라는 위기에 처했다. 그 위기를 타개하고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 가운데 하나가 옥한흠 목사다. 그는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측 목사이면서도 조용기 목사를 집회에 초청하는가 하면 가톨릭 신학자의 영향을 받았다고 공개할 정도로 기존의 틀을 깨고 있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라는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구도를 버리고 교권화된 교회구조 대 교회의 새로운 갱신이라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옥목사를 열린 복음주의 목회자라고 평가하고 싶다.
옥목사는 신앙이 삶의 한복판에서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도들을 모아 그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작은 그리스도로 살게 만든다. 옥목사의 설교나 사역에서 근본주의자들과 같은 순수한 교리에 대한 강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의 관심은 정통교리를 수호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 전파와 복음의 생활화에 있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교파를 초월해 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교단체의 제자훈련을 교회에 도입한 것도 이런 개방성이 있기에 가능했다. 옥목사와 사랑의교회는 사회 참여에도 매우 적극적이고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현대문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활발한 인터넷 사역을 벌이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옥목사가 제자훈련을 성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의 보수교단이 외견과 달리 개방적인 측면이 있고 교회를 갱신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교회 대학부에서 제자훈련을 처음 시도했고 기성교회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개척한 교회에서 이를 실험한 것도 주효했다. 교회와 수도원의 이원구조를 가진 천주교회에서 수도원이 정신적인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왔다면 개신교회에서는 선교단체의 모델을 교회에서 받아들여 확산시켜온 것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사실 웨슬리의 감리회는 일종의 선교단체였다. 감리회는 영국 성공회를 갱신하려 했지만 성공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감리교회로 분리됐다. 옥목사의 제자훈련은 다행히 기존교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증표다. 이것이 성공하면 한국교회는 갱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에토스에서 로고스로(서중석 교수)=옥목사는 평신도 제자훈련이라는 새로운 목회 모델을 개발했다. 제자훈련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주도한 옥목사의 설교와 메시지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옥목사의 설교에는 성경의 절대적 권위를 인정하는 종교개혁신학과 신앙의 실천을 강조하는 경건주의 전통이 녹아있다. 강해설교를 할 때에도 성경주석과 함께 현대적인 말씀 체험을 제시해 청중이 익숙한 본문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도록 이끈다. 또 성실한 주석작업을 통해 지적인 영역에도 복음의 영향을 미치려 한다. 옥목사는 신비적 열광적인 체험을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신앙체험과 목회경험을 특징적으로 사용한다.
옥목사 설교를 수사학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자신의 감정과 체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에토스(ethos)를 통해 청중을 설득한다. 자기절제와 관대함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정의감에 사로잡혀 분노하는 예언자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억지성자가 되기보다 청중이 설교자를 신뢰하고 공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에토스를 통해 로고스(진리)를 제시해 청중들에게 파토스(공감)를 느끼게 한다.
옥목사의 설교에는 한국교회가 간과해왔던 성도들의 신앙적 성숙을 시도하려는 헌신과 노력이 배어 있다. 청중이 설교자를 신뢰하도록 해 설교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청중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차분하게 부정해가면서 결국 신앙인이 가져야할 올바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옥목사는 또 성경 본문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데에도 충실하다. 그는 가상적인 예증보다는 역사적,실제의 것을 즐겨 인용한다. 이런 설교는 신뢰와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예화가 난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권장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