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서천 갈대밭/ 암환자 200명중 1명꼴 2002-11-14 01:14:06 read : 41751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들판 가득 빛바랜 가을’서천 갈대밭
가을은 갈대꽃과 함께 저문다. 푸석해진 줄기가 더 이상 갈꽃잎을 잡지 못하는 만추. 민들레처럼 바람이 갈꽃잎을 툭툭 떨궈내기 시작하면 가을이 저물어간다. 그러고 보면 갈대처럼 만추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좋은 것도 드물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을 찾았다. 신성리는 순천만, 해남 고천암호 등과 함께 국내 최대의 갈대밭 중 하나. 순천만은 개펄에 뿌리를 내려 발을 들여놓기 힘들기 때문에 눈으로만 봐야 하고, 고천암호는 수로를 따라 펼쳐져 있어 광활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깃발처럼 꽂힌 갈꽃 사이로 거닐며 갈대를 한번 만져보기라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신성리이다.
추수가 끝난 휑한 들판에서는 금강변의 갈대밭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농로를 지나 강변 둑방 위에 올라서니 광활한 갈대밭이 펼쳐진다.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 정도에 모두 6만평. 입동(11월7일)이 지나면서 거세진 바람 때문에 갈대밭이 파도처럼 물결친다. 말갈기처럼 휘날리던 풍성한 갈꽃도 며칠전 내린 서리와 드센 바람 탓에 벌써 절반은 떨어졌다.
갈대밭 사이로는 산책로가 놓여 있다. 서천군이 갈대밭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만든 산책로에는 시를 새긴 나무판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수로를 건널 수 있도록 나무다리를 놓는 등 갈대밭 구석구석까지 다닐 수 있게 꾸며놓았다. 키가 3~4m 이상 되는 갈숲길. 갈대가 워낙 커서 먼저 들어간 연인들의 우산이 수면 위에 앉은 예쁜 철새처럼 갈꽃 위에 떠다닌다. 검은색을 띠는 갈대밭의 고운 흙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촉감이 전해져올 만큼 부드럽다. 바람은 갈대를 헤집고 파도소리를 내며 밀려온다.
“옛날에는 갈꽃이 훨씬 더 좋았어요. 갈대로 빗자루를 만들어 팔기도 했고, 땔감으로도 많이 썼지요. 금산에서 인삼밭 지붕 덮기 위해 여기 갈대를 많이 사갔지요…”
신성리 주민 김해숙씨(56)는 요즘 갈대밭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갈대는 짠물을 먹으면 잘 자라는데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올라오지 못하다보니 갈대가 예전보다 약하다고 한다. 또 잡초 때문에 갈대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지난해 겨울에는 갈대밭에 불을 놓았다. 그래야 다음해 갈대가 좋기 때문이란다. 갈대밭을 보존하기 위해 군청에서는 전문가를 초빙해 이런저런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신성리 갈대밭이 알려진 것은 약 2년 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이용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이병헌과 송강호, 신하균 등 주인공들이 야간수색때 마주치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요즘은 주말이면 보통 100여대의 차량이 갈대밭을 찾는다. 둑방에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갈대밭 영화 장면을 담은 표지판이 서 있다.
갈대밭뿐 아니라 둑방길을 걷기도 좋다. 금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둑방길은 원래 억새길. 양쪽으로 억새가 늘어선 길이었지만 공공근로사업을 한다면서 억새를 모두 베어내버렸다. 강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좋을 것 같은 억새길이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신성리는 장수에서 발원, 1,000리를 흘러온 금강이 서해바다와 마주치기 바로 전에 자리잡은 곳이다. 여기저기 샛강을 모두 받아들인 금강은 신성리를 지나면서 한강처럼 넓어진다. 이 일대는 30여년 전만 해도 무역선과 고깃배들이 드나들던 물길이었다. 마을마다 들어선 크고 작은 나루터는 이제 흔적조차 희미하다. 금강 하류의 강줄기를 따라 가다보면 신성리 외에도 크고 작은 갈대밭을 만난다. 퇴적물이 쌓여 뭍이 들어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갈대가 뿌리를 내렸다.
이곳 갈대밭도 금강하구둑이 생기기 전까지는 유명한 철새도래지였다. 겨울이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많은 철새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먹이를 구했다. 신성리 일대에는 수십만평의 평야지대가 있어 낟알갱이 등 먹이가 풍부했다. 물이 빠지면 강줄기의 모래바닥에 깔려 있는 조개류를 쪼아먹었다. 하지만 둑이 생기면서 철새는 먹이가 더 풍부한 하구둑과 개펄로 옮겨갔다.
금강하구둑까지는 승용차로 15분 거리. 올해는 날씨가 추운 탓인지 벌써 철새들이 몰려왔다. 지난 9월2일 도요새를 시작으로 철새들이 오기 시작했다. 9월에는 청둥오리떼가 날아왔고, 10월 들어서는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기러기가 왔다. 11월에는 뿔논병아리도 관찰됐다. 금강하구에서 관찰되는 철새는 모두 20여종. 12월 말에서 1월 초까지 7만~8만마리의 철새가 들어와 겨울을 난다. 이중에는 개리(325호), 큰고니·고니(201호), 두루미(202호) 같은 천연기념물이 6~7종이나 된다. 하구둑 옆에는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제 꽃을 떨구고 갈빛으로 스러져가는 신성리 갈대밭. 가을도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벌써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여행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로 빠져나온다. 톨게이트를 지나 좌회전하면 서천 방향. 읍내 방향으로 달리다 5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외곽도로를 타고 보령쪽으로 가는 길. 하지만 초행자들은 헷갈리기 쉽다. 읍내에서는 무조건 국도 29호선을 타고 보령쪽으로 달리면 된다.
서천 한산모시관을 지나 1.1㎞ 달리면 오른쪽으로 신성리 방향 615번 지방도가 보인다. 1.6㎞ 달리면 3거리. 3거리에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지’라는 안내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해서 3.6㎞ 달리면 둑방이 보인다. 둑방에 올라서면 갈대밭이 내려다보인다. 철새 탐조대는 금강하구둑 바로 옆에 있다. 하구둑 표지판이 잘 돼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이 운영하는 탐조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철새를 관찰할 수 있으며 500원짜리 유료 망원경도 설치돼 있다. 30일에는 철새탐조대회가 열린다.
철새 모이주기, 주변청소, 철새 그림그리기 대회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철새탐조대(041)956-4002, 서천환경운동연합 956-3901.
하구언 4거리에서 장항쪽으로 가면 음식점들이 많다.
장항읍 창선리의 온정집(956-4860/3868)은 아구탕 전문점. 아구탕 2만6천원(2인분), 아구찜 10만원으로 꽤 비싼 집이지만 냉동아구 대신 생아구가 가득 들어있는 아구탕은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고 푸짐하다. 서울 등지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장항읍 원수리 대로변에 있는 바다횟집은 찬이 풍성하다. 횟감은 광어·도다리 등 1㎏에 7만원 수준. 956-7932
/서천/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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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200명중 1명꼴
우리나라 국민 200명 가운데 1명꼴로 각종 암질환을 앓고 있으며 암환자 1명당 약 6백만원의 진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이 13일 발표한 ‘2001년 암환자 진료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가운데 암진료를 받은 사람은 모두 25만1천1백25명으로 이중 신규환자는 10만5천2백37명으로 밝혀졌다.
전체 환자 가운데 남자가 51.4%, 여자 48.6%였으며 신규환자 중에서는 남자 55.4%, 여자 44.5%로 남자의 암발생률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60대이상 45% ▲40~50대 42%로 40대 이상이 87%를 차지했다.
종류별로 보면 전체환자의 경우 위암이 20.0%로 가장 많고 ▲대장암 11.1% ▲유방암 10.1% ▲간암 9.4% ▲폐암 9.3% 순이며 신규환자는 ▲위암 19.0% ▲폐암 12.6% ▲간암 11.6% ▲대장암 10.3% ▲유방암 6.9% 순이었다.
2000년 암발생 환자 중에서 2001년까지 1인당 평균진료비(비급여 제외)는 5백98만원으로 나타났다. 암별로는 백혈병이 1천7백87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장암 6백94만원 ▲폐암 6백6만원 ▲유방암 5백62만원 ▲위암 5백60만원 ▲간암 5백42만원 ▲자궁경부암 4백52만원 등이었다. 지난해 암환자 치료에 지출한 보험재정은 6천4백16억원으로 총급여비의 5%를 차지했다.
지역별 암환자는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충남과 전남이 10만명당 679명과 650명으로 전국 평균(545명)보다 많았고 울산(406명), 광주(447명), 인천(461명), 대구(476명), 부산(489명) 등은 평균 이하였다.
암에 걸려 1년 후까지 생존해 있을 확률은 평균 69.3%로 암환자 10명중 3명이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유방암(97.4%), 자궁경부암(92.9%), 난소암(89.9%), 피부암(89.8%), 전립선암(89.2%) 등은 1년후 생존율이 90% 전후로 매우 높은 반면 췌장암(41.1%), 간암(47.4%), 식도암(48.2%), 담낭암(49.0%), 폐암(54.0%) 등은 낮았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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