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기독교 앞에 선 교회 2003-04-03 17:44:56 read : 34980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예수님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지난달 한 인터넷 사이트에 도장으로 보라색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1,000원 권 지폐 사진 두 장이 올려졌다. ‘犬독교의 만 ’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게시한 네티즌은 “화폐 관리법 위반으로 싹 다 잡아가라. 첫 번째 사진의 문구는 참으로 심오하다. ‘不信者’를 말하는 것인가? ‘佛信者’를 말하는 것인가?”라며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종교의 자유가 있듯이 남에게 피해를 안 줄 의무도 있다” “예수쟁이는 싫다. 네온사인 십자가는 더 싫다” “성경책 하나 들고 교회에만 가면 무슨 짓을 해도 구원받는다고 믿는 XX들…. 예수님이 그리도 어리석은가?” “지금까지 다닌 회사 사장들이 다 예수쟁이였다. 하나같이 치사하고, 잘난 척하는 모순 덩어리였다” 등의 기독교 비난 글에 다른 네티즌들의 비난도 줄을 이었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가 5,000건을 넘어섰으며, 다른 네티즌들의 답 글도 100여 건에 달했다. 일부 적극적으로 교회를 옹호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교회와 크리스천들을 힐난하는 글들이었다.
사이버 상 안티 기독교 세력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와 맞물려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특정 단체나 개인에 반대하는 ‘안티’ 사이트가 급격히 증가해 사회 이슈화 된 적이 있다. 당시 기독교에 대한 안티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기독 언론의 보도 또한 많았다.
그로부터 3∼4년이 흐른 지금, 아직도 인터넷 상에 상당수 안티 기독교 사이트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인 검색 사이트에서 ‘안티 기독교’를 검색하면 10여 개 사이트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검은 십자가’, ‘안티 기독교’, ‘십자가 불꺼’, ‘안티 바이블’, ‘기독교 비평’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안티 기독교 사이트에는 거의 매일 기독교를 비난하는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내 커뮤니티에서도 안티 모임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D사이트의 경우 15개의 안티 기독교 카페가 활동 중이다. ‘클럽안티기독교’라는 이름의 카페에는 4,000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회원의 종교와 상관없이 저급한 언어, 기독교 옹호, 광고성 글을 올리는 가입자를 즉시 퇴출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입자 중 상당수가 안티 기독교 모임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안티 사이트들은 “기독교에 대한 올바른 비평과 비판을 추구한다”면서도 “완전한 기독교의 멸절을 모색한다”는 등 극단적으로 개설 취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교회와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도덕적이지 못한 목회자, 사회 문제화된 교회, 크리스천들 간의 불미스런 사건 등은 이들에게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다. 또 게시물 가운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성적인 표현으로 비하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가학적 행위를 즐기는 내용의 게임이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직접적으로 사탄을 찬양하는 외국 가수들의 공연 실황도 찾아 볼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이트에 접속해 이런 내용을 접한 기독교인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껴 게시판을 통해 감정을 쏟아 내지만, 이 또한 안티 세력들의 선전 도구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안티 기독교 사이트 운영자들은 기독교인들이 방문해 남겨 놓은 안티에 대한 비난과 욕설들을 별도로 모아 ‘기독교인들의 만행’이라는 이름으로 게시해 놓기도 한다.
특히 D사이트의 ‘클럽안티기독교’의 경우 운영자에게 보내진 메일을 화면 그대로 게시하고 있어, 편지를 보낸 기독교인의 이메일 주소가 공개돼 있기도 하다. 한 네티즌은 “기독교인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는 걸 보니 교회란 믿을 곳이 못되는 것 같다”며 반기독교 정서를 재다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익명으로 드러나는 상한 감정들
안티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거나 안티를 설득하기 위한 기독교인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안티 사이트 밖에서 반기독교 감정 표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티즌들이 많이 방문하는 언론사 사이트를 비롯해 일반 게시판에서 기독교를 비방하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도장 찍힌 지폐는 이미 2000년부터 안티 기독교 사이트에서 기독교를 비난하는 근거로 많이 사용되던 것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지폐를 접한 네티즌들이 일반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는 적극적으로 안티 기독교 운동을 벌이는 세력들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눈을뜬자’라는 ID의 안티 기독교인은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하고 있다. “평소 메신저로 몇 차례 대화를 나눴던 한 PC방 주인과 오늘 메신저를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교회의 비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전부터 그 사람과 대화할 때 교회 욕을 많이 했지만 그런 교회도 있구나 하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PC방 주인이 함께 교회 욕을 하고 나섰다. 예수쟁이들이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여 신자로 만드는 것과 우리 안티들이 일반인들을 안티로 이끌어 내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쉽겠는가?”
안티 세력의 적극적인 활동이 잠재된 반기독교 정서를 표출하도록 유도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사회에서 일고 있는 갈등의 중심에 기독교가 자리하면서 이런 양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활동 중인 안티 사이트에서 거론되는 기독교 비판 내용들은 대부분 ‘단군상 훼손’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난 월드컵 때 ‘붉은악마 반대’ 의견이 개진되면서 이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었다. 또 최근 시청 앞 광장에서 가진 ‘평화 기도회’에서 ‘주한미군철수 반대’ 등 정치적 구호가 논란이 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반기독교의 영역이 넓어지는 측면도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 관련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는 네티즌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익명으로 상당수 네티즌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문제는 기독교 전도를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네티즌들이다. 거리와 지하철 등지에서 십자가를 들고 전도하는 크리스천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 게시해 놓고 비난하고 있다. 초상권 침해를 우려한 때문인지,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색칠해 놓은 사진들 밑에는 여지없이 다른 네티즌들의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기독교를 비난하는 내용에 대해 옹호하는 성격의 글이 올라오면 인신 공격도 서슴지 않고 즉시 반격한다. 다양한 이유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쌓이면서 인터넷 상에는 전도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안티 기독교인과의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크리스천들이 만든 커뮤니티들이 활동했으나 최근에는 전무한 상태다. 합리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인 욕설과 비난으로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졌기 때문이다.
복음 전파 막는 걸림돌 되나?
명동 거리에서 만난 비기독교인 이창수(34세·가명) 씨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을 거의 매일 보지만, 기독교에 대한 반감만 커질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교회에 출석한다고 밝힌 여인옥(29세·가명) 씨는 “인터넷에서 교인을 욕하는 내용의 사진을 간혹 접한다”면서 “일부 교인의 잘못일 뿐이라고 글을 올려 봤지만, 나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매도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예전에는 이단과 사이비를 기독교와 혼동해 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교회와 관련된 큰 뉴스들이 불거지면서 전체 기독교를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한다.
지난해 광화문 네 거리를 가득 매운 인파의 발단은 인터넷에 올린 한 네티즌의 제안이었던 것을 떠올릴 때 인터넷이 갖는 파급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근래 인터넷 상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반기독교 정서를 우려하는 것은 정보를 빠르게 확대 재생산하는 인터넷의 특성이 복음 전파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방이 안티 기독교 세력의 음해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떠나 모든 크리스천들이 신중히 고민하고 기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