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를 향한 한국교회 10가지 키워드 2003-01-06 23:21:20 read : 29233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종합화와 특성화된 목회가 변화된 사회 주도”
급변하는 미래사회 속에서 한국 감리교회가 자신의 사명(mission)을 감당하기 위해 씨름해야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감리교회가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할까? 교회가 제시하는 미래의 청사진이 한국 사회에도 진정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논의를 함에 있어 많은 주제들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교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10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해 보았다. 이 주제들은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감지하는 총체적 관점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교회는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대처하고 사회의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1. 범지구화(globalization)과정과 교회
세계는 개별국가의 경계와 의미가 점점 축소되고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경쟁과 협력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데, 이 과정을 범지구화라고 한다.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로 묶어나가게 되었고, 이제 세계는 하나의 단일사회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범지구화는 우리 모두가 공동운명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로 하여금 세계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 감리교회는 개교회중심주의의 틀을 벗어나 전지구적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전지구적으로 일하시는 하나님(the Global God)을 바라보아야 하고, 이 하나님의 시각에서 교회의 사명(mission)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므로 개교회의 사역도 편협된 사고를 탈피하기 위해 전지구적 맥락과의 연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2. 정보사회와 교회
후기자본주의사회(post-capitalistic society)는 지식사회(knowledge society), 또는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로 특징 지워질 수 있다.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생산요소는 지식 그 자체이고, 이 지식은 권력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경향은 빠른 속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 영역에 영향을 주고, 개인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정보사회의 대표적인 특징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교환과 협력에 있다. 교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더욱 더 유연한 구조를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준비를 해야 한다. 보다 더 원활한 정보흐름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경쟁력을 갖추는 필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된 나눔의 철학에 익숙해져야 한다. 투명한 협력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감리교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
3. 지방화 시대와 교회
전지구화, 정보화 과정과 함께 지방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에 맞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 생태계에 적합하고, 주민생활의 필요에 상응하며, 상대적이지만 경제적 자립을 확보하고, 개성적인 문화를 창조해내려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과 실천이 일어나고 있다.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시민단체들, 종교단체들, 학교들, 기업들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교회는 지역사회 안의 다양한 공동체들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한 사역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사역을 수행함에 있어서, “지방회” 구조를 갖고있는 감리교회의 활약이 기대된다. 지방회 안의 목회자들이 지역개발을 위한 연구에 앞장섬으로써 지방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며, 개교회도 “지역사회 교회”(community church)의 이미지를 회복함으로써 “지역사람들에 의한, 지역사람들을 위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4. 문화의 시대와 교회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20세기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의 시기였고 그것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21세기에는 문화가 사회전반을 지배하며 경제까지도 주도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적으로도 우리의 사회는 문화와 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고있고, 대중문화의 확산과 함께 사람들의 생활도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서, 교회 안에서는 “문화선교”가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있다. 이것은 복음이 현대문화적인 옷을 입고 제시될 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 기인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서 교회는 세상의 문화를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변혁시키고자 하는 “문화변혁운동”에까지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교회만이 미래사회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5. 가정의 변화와 교회
미래학자들은 전통적 핵가족은 산업사회의 산물로서, 후기산업사회에서는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예로 현재 미국에서 핵가족은 전체가족의 7%밖에 되지 않는다. 미래에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가족양식들이 생겨날 것이다. - 맞벌이 가족, 동거부부, 무자녀 가족, 실험결혼, 계약결혼, 편부모 가족, 재결합 가족, 군혼, 복혼, 동성애 가족, 공동체 거주, 독신자, 비동거(주말)가족, 원격가족 등. 이러한 새로운 가족양식은 많은 불완전한 한계들을 갖고있는데,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 “대안가정운동”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운동이 생겨나게 되었다.
스스로를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고 고백하는 교회는 더욱더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깨진 가정들을 품에 안고자 노력하며, 그들을 위한 대안가족 모델들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세상의 가족들에게도 대답이 될 것이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6. 직업의 변화와 교회
미래에는 직업 형태와 종류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지식정보화의 진전은 전혀 새로운 기업환경과 산업구조를 만들고 있고, 엄청난 직업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평신도들의 주요 사역의 장은 직장이다. 그곳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성취하는 소명의 자리임과 동시에,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지키는 중요한 방편이 된다. 그러므로 교회는 올바른 직장의 선택, 직장을 통한 전도와 선교의 방법 연구, 청소년의 진로지도, 직장의 특성으로 교회에서 봉사하기 등의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직장을 중심으로 한 사역들을 개발해야 한다.
7. 신세대의 이해와 교회
교회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는 젊은이들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기존의 어른들에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세대들! 각자 제멋대로인 것 같다가도 뜻이 맞으면 기성세대보다 더 확실하게 연합해서 뜨겁고 열정적으로 목표를 성취해 가는 그들! 때론 안개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다가도 확 하고 나타나서 공연장이고, 야구장이고, 온통 휩쓸어버리는 그들! 전혀 새로운 그룹에 대해 교회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교회의 문화가 젊은이들에게 대답이 되려면 어떠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실험적 목회 모델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8. 변화 속의 낙오자들과 교회
세상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 80대 20의 사회는 90대 10의 사회로 나아갈 것이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낙오자들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장애자나 노인들, 소년가장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가장 큰 희생자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생존경쟁사회에서의 낙오자들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셨던 것처럼 교회는 지금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한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9. 농촌의 미래와 교회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때부터 농촌은 정책적으로, 구조적으로 피해자였다. 정보사회로 넘어가는 이 때에 농촌은 더욱더 소외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농촌은 농업 생산의 상대적 정체, 영세적 경영 규모, 농가 부채의 증가, 소작농의 광범위한 재생, 도시 농촌간의 소득격차의 확대, 광범위한 농촌 인구의 도시 유출, 농촌인력부족, 농촌인구의 노령화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제들과 씨름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농간의 연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생명신학, 노동신학, 자연과 생명의 영성을 회복해야 하고, 실제적인 측면에서 생협의 활성화, 농촌교회 지도자 양성, 마을단위의 신앙공동체의 형성, 농외소득증대를 위한 연구개발, 도-농 혹은 농촌교회 간의 협력선교 방법 모색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0. 통일의 과제와 교회
21세기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에 존재하는 교회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 나라의 한반도적 실천으로서, 통일선교는 감리교회가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 사명의 완수를 위해서는 교회나 교단간에 통일선교를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교세싸움을 위한 선교계획은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도 엄청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탈냉전, 탈이데올로기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공동체를 형성해 가며, 남북교회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통일 후 나가야할 사회이념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리교회는 북한선교를 위한 통전적인 선교가 이루어지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래사회의 10가지 키워드와 교회의 사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한국 감리교회는 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이 문제들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체계적인 연구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각 분야를 책임져 나갈 교회들이 자신들의 사역을 특성화시켜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화가 총체적인 네트워크를 상실하면,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한 대응능력도 약화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간에 협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03년에 한국 감리교회가 새롭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장성배 교수
<감신대, 선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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