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설교 2002-01-13 23:54:01 read : 29433 내용넓게보기. 프린트하기
설교의 형식
우리는 그 동안 설교의 형식 가운데 지난 70~80년대 이래로 현대 설교학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형식인 서사 설교(敍事說敎)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서사 설교란 '인간의 삶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가듯이 성경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로 표현을 하는 설교'이다. 그런데 이 설교의 형식에는 설교를 하나의 구성(plot)으로 만들어 가는 '설화체 설교(Narrative Preaching)'와 성경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retelling) 형식의 '이야기 설교(Storytelling Preaching)'가 있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서사 설교의 또 하나의 형태인 '이야기 설교'에 대해서 알아보자.
성경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 설교'는 리차드 젠센(Richard Jensen), 에드문드 스타이물(Edmund Steimle), 그리고 찰스 라이스(Charles Rice) 등을 중심으로 제시된 방법이다. 이들은 설교를 하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거나 아니면 설교 안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야기 설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통해 행해지는 설교인데, 이것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사건, 혹은 장면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특별히 이야기는 듣는 회중들로 하여금 말씀의 체험(또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데, 크라이테스(Stephen Crites)는 이것을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의 특성"이라고 지칭한다. 이야기 설교는 이러한 이야기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여 구성되며, 회중들이 말씀을 경험하게 하는 데에 그 촛점을 둔다.
그러므로 이야기 설교는 설교의 자료를 반드시 성경의 내용만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설교자와 회중을 포함하여 사람의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한다. 특별히 설교자의 경험은 이야기 설교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야기 설교는 단순하게 성경의 사건만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서 오늘의 삶의 상황을 조명하며, 회중들의 삶의 상황과 경험을 통하여 성경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설교에서의 말씀의 적용은 성경과 삶의 상황 사이를 오고가는 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 설교의 한 예를 보면서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에드문드 스타이물은 'Preaching the Story'라는 책에서 이야기 설교란 3가지의 이야기를 짜집기(weaving)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God's Story(하나님의 이야기) : 성경에 기록된 대로 하나님께서 어떻게 구원의 역사를 행하셨고, 지금도 어떻게 계속해서 역사 하시는가를 이야기한다. 성경의 진리의 이야기이다.
(2) Preacher's story(설교자의 이야기) : 어떻게 하나님의 이야기가 설교자의 삶에 연관되는가? 설교자는 어떻게 성경의 진리가 그의 삶 속에 일하고 있는가를 말한다.
(3) Their story(회중의 이야기) :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 회중들의 삶 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 회중을 변화시키며, 위로하며, 도전을 주는가를 말한다.
그의 이런 방법론에 근거하여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본문으로 이야기를 짜집기하는 형식으로 만들어 보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 하나님의 이야기 : 둘째 아들은 자기의 상속을 받아 집을 떠나 먼 나라에 가서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재산을 다 탕진하고 돼지를 치는 자가 되었다. 그는 늘 굶주렸고, 삶이 힘들었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한다.
(2) 설교자의 이야기 : 나는 탕자가 느꼈던 것을 안다. 나도 아버지께 반항을 하였고 그가 가르쳐 준 가치관을 배격한 때가 있었고, 교회에 나가지 않고 세속적인 삶을 산 적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내가 깨닫고 돌아왔을 때 나의 아버지는 나를 용서하고 사랑해 주었다.
(3) 회중의 이야기 : 여러분들도 하나님께 반항한 적이 있었는가? 마음이 아팠는가? 하나님은 용서와 사랑의 팔로 여러분이 돌아오기를 지금도 기다리신다.
주승중/ 장신대 예배와 설교학 교수
설화체 설교(Narrative Preaching)(2)
■ 설교의 형식(4)
유진 로우리(Eugene Lowry)의 설화체 설교 방법의 세 번째 단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실마리를 제시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로우리의 표현에 의하면 "아하!"가 터져 나오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설교자는 문제 혹은 모호함의 진정한 해답을 제시해 주고, 복음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단순하게 지적으로 아는 단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청중들은 그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도착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야기는 언제나 극적인 역전의 원리에 의해서 이끌리는 것처럼, 설교자들은 이 단계에서 역전의 원리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네 번째 단계는 복음을 경험하는 단계이다. 앞 단계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면 이제 청중들은 복음을 경험할 준비가 되어진다. 사실 그 이전의 단계들은 바로 이 복음을 경험하는 단계를 위하여 존재한다. 모호함을 야기시키고, 또 그 문제점들을 분석해주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모두가 다 복음이 보다 더 효과적으로 경험되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로우리는 이 단계에서 복음을 성급하게 제시하지 않고 연기하였다가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복음을 경험하게 하기 위하여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호함이 적절하게 제시되고, 또 문제의 실마리가 정확하게 제시되어진다면 청중들은 이 단계에서 복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다시 평정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단계는 결과를 기대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설교를 통해서 청중들은 모순이 분석됨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복음의 놀라운 소식을 경험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모호함과 팽팽했던 긴장감은 이완되면서 마음의 해답을 얻은 기쁨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이제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렇게 주어진 복음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미래로 투사되면서 결론을 이루어 간다. 이 마지막 단계는 경험한 복음을 중심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언급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설화체 설교의 대표적인 한 예로서 유진 로우리(Eugene Lowry)의 설화체 방법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가 주장한 다섯 가지 단계를 다시 요약해보면 이렇다.
1. 모순되는 문제를 제기함으로 평형을 깨뜨리는 단계(아이쿠, 저런!)
2. 모순되는 점과 불일치를 분석하여 그 모호함을 심화시키는 단계(으악!)
3. 문제 해결을 위해 실마리를 제시하는 단계(아하!)
4. 복음을 경험하는 단계(와아!)
5. 결과를 기대하는 단계(네, 그렇습니다)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를 유진 로우리가 제시한 5단계를 따라 설교를 만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다.
1. 탕자가 자유를 얻었다(아이쿠, 저런)
2. 탕자가 모든 유산을 다 탕진하고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으악! 우~!)
3. 탕자가 정신이 들어 집으로 가기로 결정하다(아하!)
4. 탕자가 용서하시는 아버지를 발견하다(와아! 기쁨에 찬 환호성)
5. 탕자가 아들로 회복된다(네, 그렇습니다)
이상에서 소개한 유진 로우리의 설화체 설교의 방법은 한 마디로 이야기의 구성(plot)을 따라 설교를 진행하는 방법이며, 설교가 진행되어 가는 움직임을 강조한다. 참고로 그의 방법론에 대한 내용과, 대표적인 설화체 설교를 읽어보려면 'The Homiletical Plot'(이야기식 설교구성, 한국장로교출판사, 1996)과 'How to Preach a Parable'(설교자여, 준비된 스토리텔러가 되라, 요 단출판사, 1999)를 보라.
사도 바울은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 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고 고백했다. 우리는 바울의 이 고백 속에서 설교가 무엇인가 하는 것과 설교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설교는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것이며 설교자는 복음을 증언하도록 “보냄을 받은” 증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보고들은 바”(요일 1:3)를 진실 되게 증언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증인으로서의 설교자가 복음을 증언한다는 것은 곧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성경적인 설교를 해야 함을 말한다.
그렇다면 성경적인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학자 해돈 로빈슨(Haddon Robinson)은 그의 책 「성경적인 설교」Biblical Preaching)에서 “성경적인 설교는 본문의 문맥에 맞는 역사적, 문법적, 문학적 연구를 통하여 얻어지고 전달되는 성경적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다. 성령님은 그 성경적 개념을 먼저 설교자의 인격과 경험에 적용시키고, 그 다음에 그를 통하여 그의 청중들에게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메릴 엉거(Merrill F. Unger)는 이렇게 말한다. “본문의 길이가 어떻든 간에 성경 원저자의 생각 속에 있었던 그대로 정확하고 근본적인 본문의 의미가 성경 전체의 문맥에 비추어 설명되어지고, 오늘날 청중의 필요에 적절하게 적용되어진다면, 그것은 성경적 설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적 설교는 성경에 관해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설교하는 것이다. ‘주께서 말씀하신 것’이 성경적 설교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즉 성경으로 시작하였다가 성경에서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의 모든 것이 또한 성경으로부터 나온다.”
이상과 같은 내용들을 보면 성경적 설교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로 성경적 설교는 성경 본문이 설교를 지배한다. 그러므로 증인으로서의 설교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항상 품고 있어야 한다.
“나는 설교자로서 내 생각을 성경말씀에 복종시키려고 하는가? 아니면 내 생각을 주장하기 위하여 성경말씀을 사용하려고 하는가?” 둘째로, 성경적 설교는 본문이 말하고 있는 하나의 중심개념(main idea)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 중심개념은 반드시 주어진 본문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설교자는 성경 본문이 기록되던 세계 속으로 되돌아가서 그 본문이 전하는 메시지를 보고 들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래서 성경의 저자들이 가졌던 개념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설교자는 본문에 대한 역사뿐만 아니라, 본문의 언어와 배경 그리고 문학적인 양식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한다. 셋째로 성경적 설교는 발견한 성경적인 개념을 설교자 자신에게 먼저 적용시킨다. 필립스 부룩스(Phillips Brooks) 목사의 말처럼 “설교는 인격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진리”이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결코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분리될 수 없다. 성경의 메시지를 증언하기 전에 설교자는 먼저 그 자신이 그 메시지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경적 설교는 성경의 중심개념을 마침내 듣는 사람들에게 적용시킨다. 아무리 의미 있는 설교라 할지라도, 그것이 오늘의 상황을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에 관련지어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성경적 설교라고 할 수 없다.
결국 성경적 설교는 “성경 본문의 기록자가 마음에 갖고 있었고, 또한 성경 전체의 맥락에 비추어 볼 때, 그 본문 안에 있는 본질적인 실제 의미를 밝혀내서 그것을 오늘날의 청중의 필요에 적용하는 설교”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성경적인 설교야말로 설교의 홍수 속에서 정작 마실 물을 찾기 어려워 점점 설교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국교회에 터져야 할 생수의 강이 아니겠는가? 당신의 설교는 성경적 설교인가? 증인으로서 설교자가 리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 목사가 말한 것처럼 “나는 결코 다시 설교하지 못할 듯이 설교하였으며, 죽어 가는 사람으로서 죽어 가는 사람들에게 설교한다”는 자세로 성경적인 설교를 한다면, 말씀의 주인이신 우리 주님께서는 얼마나 기뻐 하실까?
주 승 중 / 장신대 예배와 설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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