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효도 2002-05-15 11:51:48 read : 28011
2002년 5월 12일 // (잠언 22:1-9)
저는 지난 수요일 어버이날 감신대학원 강의를 하고 오는 길에 원주에 잠깐 들러 빨간 카네이션 네 송이를 샀습니다. 우선, 저희 부모님께 한 송이씩 달아드리고, 절을 했습니다. 이어,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가서 똑같이, 꽃을 달아 드리고 절을 했습니다. 저희 집은 절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시는데, 저희 장인 어른은 목사님이시라서 그런지 절을 안 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굳이 절을 했습니다.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장인이시기도 하지만, 원로 목사님에 대한 예의를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양쪽 부모님께 들른 시간은 각기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좋아하셨습니다. 밖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는 오면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물론 꽃 달아드리고, 절을 하고, 용돈을 조금 드린다고 해서 꼭 효도(孝道)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이 사람답게 사는 것, 사람 구실 하면서 사는 것을 좋아하시는 겁니다. 주의 종으로 주님의 교회를 받들어 섬기며 사는 저의 모습을 보시는 게 좋으신 모양입니다. 양 부모님을 잠깐 뵙고 오면서 "효도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마보이'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게 뭔가 하면, 어릴 때 각별히 어머니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정서적(情緖的)으로 어머니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아주 유약하게 사는 남자를 '마마보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하고, 아무리 뚜렷한 전문직을 가진 남자라도, 여자 친구 만나는 것까지도 일일이 어머니에게 보고하고, 결혼을 한 후에도 어머니를 떠나지 못합니다. 마태복음 19:5에 보면, "남자는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부모를 떠난다는 것은 부모로부터 정신적·물질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니까 마마보이가 되는 겁니다. 아마 미혼 여성들은 마마보이를 남편으로 만날까봐 대단히 걱정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마보이 성향을 가진 남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시면 그 자리를 아내가 차지합니다. 그래서 아내의 조정을 받습니다. 몇 년 전 옷 로비 사건이 있을 때 그것을 막지 못했던 남자들은 아마 자기 부인을 '마마'로 생각하고 살았던 마마보이였는지도 모른다고 어떤 학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어찌되었건, 자아 의식이 결핍되고, 정서적으로 인격적으로 독립되지 못하고 성숙되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된 인생을 살수도 없고, 가정을 제대로 꾸려 갈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마보이가 되는 것, 즉 부모 특히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조정을 받아서 사는 것이 효도는 아닙니다. 자기 몫을 제대로 잘 감당해 나가는 것이 효도입니다. 부모님은 이걸 바라시는 겁니다. 마마보이 증상을 극복하고 건전한 자아를 확립하고, 당당하게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해 나가는 사람이 진정 효(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 본문이 효가 무엇인지를 딱 짚어서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음과 같이 사는 것을 효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좋은 선택을 하며 사는 것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선택의 연속입니다. 넓고 크게 보면 인생도 선택을 잘하면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혼 생활이 원만하고 행복하려면 사람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중하게 사람을 사귀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친구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친구 선택을 잘 못하면 그 인생이 어둠 속으로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교인들은 교회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강릉에 이사와서 몇 개월을 돌아다니다가, 또는 우리교회에 6개월 동안 나오다가 등록한 분도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대단히 신중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며 사십니까?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른 선택을 할 때 그 인생이 밝아지고, 좋아지고, 희망이 생기고, 만족스럽게 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열매가 풍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1절에 보니까 "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은이나 금보다 은총을 더욱 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명예는 명예욕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유명한 성경 주석가 매튜 헨리는 '명예'를 '이름'으로 보았습니다. 즉 하나님이나 사람들에게 착한 행실로 인해 얻는 '좋은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돈을 많이 벌고 엄청난 재산을 많이 모아서 부자가 된 것 자체가 인생을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재물보다 '좋은 평판'을 얻기를 힘쓰라는 겁니다. 좋은 평판을 들어야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부모의 이름을 영예롭게 하는 것입니다. 또 은이나 금보다 은총을 택하라고 했습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은이나 금을 얻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입니다.
누가복음 2장 52절에 보면, 예수님은 소년 시절에 "부모에게 순종하면서 지냈다"고 설명한 후에,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부모님께 순종하면서 또한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로 살자는 것입니다. 물론 재물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재물보다 더 귀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좋은 평판을 듣는 것이며, 또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길 힘쓰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면 부모님이 기뻐하시고, 하나님께서는 "이는 내 마음에 합한 자라"고 인정해 주십니다.
2. 겸손하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사는 것이 효(孝)입니다.
4절에 보면,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고 했습니다. 이걸『표준새번역』으로 보면, 겸손하게 주님을 경외하며 살면 재산과 영예와 장수를 보상으로 받는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니까 돈 많이 벌고, 명예를 얻으려고 애쓰고, 오래 살려고 별별 노력을 다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님을 겸손히 잘 섬기며 사는 사람에게 이러한 것들을 더하여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십계명에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부모를 공경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기를,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고 하셨고, 이어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땅에서 우리 생명이 길리라"는 약속도 해 주셨습니다.
겸손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복된 자세이며, 결국 존귀하게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이십니다. 또 우리가 온유하고 겸손해야 주님 주신 멍에를 메고 주님을 끝까지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보다 겸손입니다.
잠언에 "교만이 오면 욕도 오거니와 겸손한 자에게는 지혜가 있느니라"( 11:2)고 했습니다. 또, "사람의 마음의 교만은 멸망의 선봉이요 겸손은 존귀의 앞잡이니라"(18:12)는 말씀도 나옵니다. 야고보서에는,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4:6)고 말씀했습니다.
우리는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경외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이요, 항상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요,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창세기 42:18에 보면, 애급의 총리대신이 된 요셉이 양식을 얻으러 온 자기 형들―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에게 "나는 하나님을 두려워한다. 너희는 이렇게 해라. 그래야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입니다. 출애굽기 1:21에 보면, "산파는 하나님을 경외하였으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집을 왕성(번성)케 하신지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겸손히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시고, 그를 존귀하게 만들어주시고 또 모든 일을 왕성케 해 주시는 것입니다.
부모 된 이들은 자녀들에게, "네가 돈 많이 벌고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것보다는 겸손하게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잘 섬기며 사는 것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란다. 이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께 복을 받는 길이요, 이렇게 살면 하나님께서 물질도 주시고 영예도 주시고, 장수의 복도 주실 것이다"라고 가르쳐야 합니다.
중국에서 101세 노모를 모신 76세 노인의 '대륙종단 효도관광' 이야기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4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직장에서 은퇴한 왕이민(王一民) 노인이 2000년 5월부터 지금껏 노모 우후이전(吳惠珍) 할머니와 함께 동북 하얼빈(哈爾濱)에서 남부 하이난다오(海南島)까지 기나긴 효도관광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효도관광은 현재까지 23개월 째 진행되고 있으며 노모는 여행길에 100세 생일을 맞았다고 합니다. 아들 왕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먼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칠순의 아들은 쇠파이프를 용접해 300㎏무게의 삼륜차를 만들었고 삼륜차 뒤에는 '노년 석양호 특별만차(老年夕陽號 特別慢車)'[노을지는 노년을 위한 차인데 특별히 천천히 가는 차라는 뜻]라는 글씨도 크게 써 붙였다고 합니다. 이것도 모자라 왕 노인은 어머니가 볼 TV와 DVD(고화질의 영화를 담을 수 있는 영상 매체)도 준비했다고 합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들 모자가 들른 도시와 마을 주민들이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고 여비를 쥐어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일제히 보도하며 '효 사상'을 기리기에 바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참으로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효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하나님을 믿는 분들이라면 자녀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잘 섬겨, 복 받는 것을 보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함으로써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립시다. 또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임을 가르칩시다.
3. 이웃에게 덕을 끼치는 삶을 사는 것이 효(孝)입니다.
9절에 보면, "선한 눈을 가진 자는 복을 받으리니 이는 양식을 가난한 자에게 줌이니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선한 눈을 가진 자'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들어오지 않아서 찾아보았더니 '남을 잘 보살펴 주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가난한 사람에게 자기의 먹을거리를 나누어주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선한 눈은 "궁핍과 불행 속에 있는 자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게 되는 눈이요, 구제하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눈"(매튜 헨리)입니다. 가난한 자가 식량이 없을 때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가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까? 남의 것을 빼앗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겁니다. 다른 이들에게 자기가 가진 것, 아니 하나님이 주신 것을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되기를 다 원할 겁니다. 주님은 "남에게 주어라.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너희에게 주실 것이니, 되를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안겨 주실 것이다"(눅 6:3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행전 20:35에는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의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고난 달려 고난 당하심으로 물과 피를 다 쏟기까지 당신을 전부 다 내어주셨습니다. 이 십자가의 사랑을 우리가 기억하고 감사와 감격을 가지고 산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형제 자매와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웃과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주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나누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됩니다. 내게 없는 것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주님의 크나 큰 사랑을 받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나는 가진 것이 없어서 못 준다"고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물질이 없어서 나누어 줄 것이 없다고요? 베드로가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하던 앉은뱅이에게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행 3:6)고 했습니다. 그 때, 그가 벌떡 일어나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찬양하면서,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을 받아들여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입니다. 가진 것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가졌습니다. 이제 이 도(道), 즉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전하고 내가 받은 구원의 기쁜 소식을 나눌 수는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귀한지를 전합시다. 하나님이 날마다 선물로 주시는 은혜·믿음·성령으로 사는 삶의 놀라운 비밀을 전합시다.
입으로 열심히 복음을 전하고, 삶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또한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덕을 끼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사는 것이 복 있는 삶입니다. 이런 삶을 살 때 부모님이 기뻐하십니다. 육신의 부모님이 안 계시면,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하늘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는 자녀(효자·효녀)로 삽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