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할례
2002-05-04 01:01:40 read : 786
로마서 2:17-29
사도 바울은 선민의식에 바로 잡혀 자신의 의와 구원에 도취되어 있는 유대인들에게 그들도 이방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게 됩니다. 이는 그들에게는 오히려 의가 없고, 이방인과 같은 죄를 범하는 까닭이었습니다. 그의 이런 주장은 당시 민족주의적 감정이 고조되어 있던 유대인들에게 극심한 박해와 핍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바울이 전한 메시지는 어떤 내용이었기에 그토록 유대인들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었습니까? 그러면 그간 바울이 전한 복음의 내용과 회개를 촉구한 내용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대인의 모순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기 이전에 철저한 유대교인이었으므로, 자신의 체험을 통하여 유대인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의 척도를 가지고 모든 인간을 판단하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율법과 할례였습니다. 할례는 생후 8일되는 남자아이의 생식기의 표피를 잘라 내는 히브리인의 종교적 의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소유하고, 할례도 받았으므로 이방인들과 달리 의로운 자이며, 고로 만사가 형통할 것이라는 영적인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상 숭배하는 이방인들을 정죄했으며, 이방인들의 부도덕함에 대해 멸시와 조롱을 일삼았고 심지어 짐승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였습니다.
나아가 유대인들은 특권의식을 가지고 자기들은 전혀 다른 계급이며, 또한 하나님의 심판에서 제외된 자들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러한 유대인들의 그릇된 자기 이해와 이방인을 판단하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여기서 스스로를 의롭다고 자부하는 그들이 율법을 행치 아니하고, 이방인들과 똑같이 죄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면서 유대인들도 이방인들과 마찬가지로 세상 끝날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롬 2:17) 유대인이라 칭하는 네가 율법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자랑하며
유대인들은 자신들 스스로 높은 서민 의식과 함께 특권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집단적 명칭은 그 속에 유대인의 민족적 특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인'이나 '이스라엘'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유대인'은 이방인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율법을 종교 원리로 삼고 할례를 받은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유대인'이라는 자의식은 그들을 지탱하는 힘이었으며, 그들은 그 이름을 명예롭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이방 세계에서 유일신 하나님의 존재를 고백하고, 그 분의 뜻을 따라 행하는 민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유대인이라는 개념은 율법과 하나님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저들은 스스로 소경을 인도하는 자, 흑암 중에 있는 자들에게 빛을 주는 자, 어리석은 자를 교육하는 자, 어린이들의 교사와 같은 자격을 가졌다고 자랑하였습니다. 반면에 그들은 이방인을 '소경', '어두움에 있는 자', '어리석은 자' 등으로 비하시켰습니다.
(롬 2:19,20) 네가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규모를 가진 자로서 소경의 길을 인도하는 자요 어두움에 있는 자의 빛이요. 어리석은 자의 훈도요 어린아이의 선생이라고 스스로 믿으니
유대인들처럼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그리스도인들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는데 상당히 어렵고, 또 교회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하나님을 믿으면 저렇게 해야한다고 하는 생각이드니까 겁이 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너무나 종교적인 열심과 율법과 완벽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려면 뭐를 해야하고 또 어떻게 해야하는 등의 이런 외적 요구가 변화되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종교적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지나친 종교적 열심이 결과적으로 아무런 모범이 못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별 것 없는' 경건이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외형적인 종교적 열심은 대단하여 요란한 기도와 무서울 정도의 경건을 외치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주었을 뿐입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별 것 없는' 신앙생활을 보면서, 하나님을 믿고 발견하는 데에 방해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2. 율법과 할례의 한계성
그런데 유대인들은 할례를 행하고 율법을 지키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도 그 율법을 소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로운 선민이 되고 하나님의 구원받은 백성이 된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반면에 이방 사람들은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하나님의 백성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자기들은 아무리 나쁜 짓을 했을지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교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우리가 교회내의 직분을 가졌고, 하나님을 지금까지 섬겨왔다는 그것 때문에 우리는 무조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유대인들이 범한 형식주의적 올무입니다. 율법과 할례로는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롬 2:25) 네가 율법을 행한즉 할례가 유익하나 만일 율법을 범한즉 네 할례가 무할례가 되었느니라
우리는 자신의 의나 선으로 하나님을 감동시킬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인정받을 만한 의(義)가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자신이 쌓아 올린 선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종교적 삶과 헌신, 직분과 공로는 구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바울이 유대인들을 공격하는 이유는 그들이 상당한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자신들은 하나님의 뜻만 행하고, 또 스스로 신앙이 깊어서 스스로를 훌륭하게 생각하는 오만을 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할례와 율법을 소유한 데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조금도 실천하지 않는 그들의 죄악된 모순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롬 2:21,22) 그러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네가 네 자신을 가르치지 아니하느냐 도적질 말라 반포하는 네가 도적질 하느냐,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사 물건을 도적질하느냐
바울은 그들의 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 죄목은 도적질, 간음, 우상의 제물을 훔치는 것 등 당시 사회에 만연하였던 것으로 이방인에게도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바울은 이사야의 말씀(사 52:5)을 인용하여 그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모독하였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본문은 "스스로를 믿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의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별 것 아닌 죄인이며, 스스로 거룩하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선이요, 하나님 앞에서 율법주의를 부르짖는 유대인들과 같은 죄를 범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교회를 다닌다는 것 외에 세상 사람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삶을 사는 경우도 봅니다. 사회성, 인격, 정직, 봉사, 헌신 등등...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어떤 직분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직분에 맞는 완전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합니다. 설교자는 자신이 한 설교가 바로 자기인줄 착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대표 기도를 하면, 자기 스스로가 기도처럼 거룩해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직분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이 직분에 걸맞게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훌륭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어느 날에는 그 생각이 변하여 자기 자신이 훌륭해진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3. 오직 믿음으로
사람은 이렇게 환상 속에서 삽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신경질도 내고 욕심도 부리고 하나님이 보실 때에 잘못된 죄를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인간입니다. 잘못된 종교성에 빠진 성도나 성직자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고 신령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롬 1:17)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얼마나 우리는 스스로 가증스러운 일을 할 때가 많습니까? 사실 우리가 어두움을 밝히는 빛입니까? 소경을 인도하는 사람들입니까?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치는 선생입니까? 외적으로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거룩을 가장하기 때문에, 스스로나 다른 사람들까지도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하나님은 신앙 좋다거나 성직자나 중한 직분을 가졌다고, 무조건 그가 지은 죄를 봐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초신자요, 평신도라고 잘 봐주시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예외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모른다고 그 죄가 감춰지는 것도 아니며, 또 드러난 죄라도 자기들끼리 덮어두고 용서해주고 없던 것으로 하면 하나님도 그 죄를 덮어주고 용서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의를 행하며 그에게 다가 갈 수 있을까요? 그것은 교회에 온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틀을 가지고 예배에 참석한다거나 헌금을 하고, 찬송하고, 기도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죄 씻음을 받고 구원을 얻은 자를 하나님께서 그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롬 3:27) 그런즉 자랑할 데가 어디뇨 있을 수가 없느니라 무슨 법으로냐 행위로냐 아니라 오직 믿음의 법으로니라
우리 주님의 구속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나를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님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용서를 받고 죄 씻음을 받게 됩니다. 교회에 열심히 나오고, 구제하고 십일조 생활하고, 봉사하고 금식 철야 기도한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한 것입니다.
빌리 그레함은 "내가 구원받은 것은 내가 수십만 명을 주님 앞으로 인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죄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내놓을 것이 무엇입니까? 내가 신학을 했으니까? 박사니까? 지위가 높다고? 헌금을 많이 했다고? 교회를 열심히 섬겼다고? 아닙니다. 우리의 공로나 노력으로는 아무도 하나님께 나아 올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독점했거나 하나님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믿은 그 믿음이 크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크게 받아 주시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이 봐 주시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그를 영접하고, 그 안에서 죄 씻음 받는 사람만이 구원을 얻는 것입니다.
목욕은 깨끗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많고 더러운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마 9:12)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있느니라
(눅 5:32)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노라
결 론
우리의 노력이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본문을 통하여 바울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동일한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하나님 없는 이방인이나 하나님의 택한 백성이라고 자부하는 유대인도 똑같은 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심판은 공정하여 대상의 여하를 막론하고 행위대로 심판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율법과 할례의 한계성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나약함과 근본적인 죄악성을 발견하게됩니다. 우리의 종교적 열심과 헌신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되는 것입니다.
(엡 2:8)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종교적 행위를 상징하는 할례와 율법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든 하나님 앞에서 예수의 피 공로 없이는 구원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용서와 은혜의 역사를 경험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율법이나 할례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제 십자가만 바라봅시다. 그에게서 용서와 구원과 생명을 얻읍시다. 우리의 노력이 구원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죄인으로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죄인으로 교회를 찾아옵시다. 그리고 용서와 사유함을 받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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