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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본문:마 13:3-9절 (3)
2002-04-16 23:22:40 read : 15261
제목:씨뿌리는 비유(3)
오늘은 20세기 마지막 주일입니다. 이 뜻깊은 날에 이 본문의 말씀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기쁜일인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이 말씀은 20세기를 결산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우리신앙생활을 점검해볼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미스 중국 인터넷' 선발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사람은 골수암으로 투병중인 한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저장성 닝보에서 '화학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첸판홍'이라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장애인의 대회 참여를 막는 주최측의 편견을 물리치고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컴퓨터를 잘 아는 미녀'를 첫 미스 인터넷으로 선발하려던 주최측은 휠체어를 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대회 참가를 결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주최측의 주장은 "에어로빅 공연도 해야 하는데 당신이 어떻게 정상인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보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주최측의 태도가 '첸판홍'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현실세계로 걸어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문은 너무나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대회 참가가 좌절되자 낙심한 그녀는 억울한 사연을 인터넷 웹사이트에 띄웠습니다. 10여개의 현지 신문과 방송이 그녀의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그녀의 웹사이트에는 하루 1천통이 넘는 격려의 E메일이 답지했습니다.
결국 여론에 굴복한 대회 주최측은 정중한 사과와 함께 그녀의 대회 참여를 허용했고 그녀는 당당히 정상인과 컴퓨터 실력을 겨뤄 심사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미스 인터넷'에 선발된 것입니다. 시상식후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경기도 양평에는 노숙자의 쉼터인 '사랑의 울타리'가 있습니다. 이곳은 오갈데 없는 이들 80여명이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의 울타리'를 세운 분은 '서일대'의 '정창덕'교수입니다. 이분은 한국과학기술원 박사출신의 젊은 엘리트 교수입니다. 그가 '사랑의 울타리'를 운영하게 된 것은 남다른 사연이 있었습니다.
96년 10월에 그는 극도의 피로감에 쌓여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악성골수암'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3개월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을 내려오면서 절망할수밖에 없었지만 그때부터 처절한 투병생활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내의 간절한 기도와 죽음의 고비를 몇차례 넘나드는 투병 끝에 3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병원의 예상과는 달리 지금까지 그는 살아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정교수를 보면서 모두 한마디로 '기적이라는 표현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정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은 삶은 덤으로 사는 것입니다. 덤으로 주신 인생, 남을 위해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때마침 IMF관리체제가 시작되면서 많은 노숙자들이 늘어났고 오갈데 없는 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이 두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골수암'을 앓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보아도 그들은 죽은자들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하는 말로 '시한부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죽은자들입니다. 그러나 죽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자들입니다. 누가 감히 이들을 죽은자라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이들을 '죽은자'취급하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살았다 하나 실제로 죽은자들'입니다.
예수님의 '씨뿌리는 비유'속에 나타난 세 번째 '가시떨기위에 떨어진 씨'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모양은 살았으나 실제는 죽은자들'에 대한 말씀입니다. 본문 7절을 먼저 보겠습니다. "더러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주님은 22절에서 이 말씀에 대한 해석을 해놓으셨습니다. "가시떨기에 뿌리웠다는 것은 말씀을 들으나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에 말씀이 막혀 결실치 못하는자요"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결실치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다시말씀드려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에 있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보았던 돌밭에 떨어진 씨는 무엇이 문제였습니까? 씨가 흙이 얇은 돌밭에 떨어지기는 했지만 곧 싹이 나왔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씨는 아예 싹도 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공중의 새가 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돌밭에 떨어진 씨는 싹이 났습니다. 그러나 해가 돋은후에 타져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라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돌밭에 떨어진 씨는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키가 자라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는 걱정이 많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키가 자라지 않는 것일까? 영양가있는 것을 섭취못해서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원인이 있는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며칠전 뉴스를 보니까 외국분유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외국분유를 먹으면 아이가 '롱다리'가 된다는 이상한 소문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부들 사이에선 이 외국분유를 '롱다리 분유'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뉴스를 들으면서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녀가 정상적으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그런것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돌밭에 떨어진 씨는 성장과정이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가시떨기위에 떨어진 씨는 성장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결실과정의 문제입니다. 물론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열매를 맺는 결실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을 따로 떼어서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은 모순처럼 여겨질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주님은 이 두가지를 구분해서 설명을 하십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결실과정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 때문에 말씀이 막혀 버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제일 많이 염려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에 대한 염려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염려는 내 믿음이 열매를 맺는데 있어서 언제나 결정적으로 장애물 역할을 합니다. 즉 생의 문제에 대한 집착이 신앙의 결실을 저해합니다.
우리이 신앙생활하면서 가장 모순된 점은 신앙과 생활을 따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에서 선포되어지는 좋은 말씀으로만 여길뿐, 실제로 내 삶속에서 적용해보려는 의지는 없습니다. 주님은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만큼은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주일날 듣는 하나님의 말씀은 잘 정제되어진 목사의 설교정도로만 생각하고 현실문제에 부닥치면 말씀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먹고 사는 문제를 책임져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앙생활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항상 우선입니다. 물론 이 말씀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등한시하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는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기위해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것이 아닙니까?
한번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오늘은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20세기 마지막 주일입니다. 이제 다음주일은 대망의 2000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오늘 이시간이야말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볼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과연 지나온 세월동안 여러분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정말 하나님께 맡기셨습니까? 주님이 책임지신다는 사실을 굳게 믿으셨습니까?
만약 여러분중에 신앙생활을 등한시 한 분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는 것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일뿐,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는 내가 염려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갈수 없다"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닙니까? 그래서 신앙생활은 뒤로한채, 먹고사는 문제에 그토록 열심히 매달린 것은 아닙니까?
만약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에게는 99년이나 2000년이나 별로 다를바가 전혀 없습니다. 숫자만 바뀌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21세기가 찾아왔다고 떠들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활은 여전히 전과 동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염려로 가득차 있는 사람들은 말씀을 받아도 말씀대로 사는 결단을 내릴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말씀으로 살아가려는 생각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해오면서 현실과 타협한 것이 어디 한두가지입니까? 세상과 말씀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너무도 쉽게 세상과 타협점을 찾지 않았습니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대망의 2000년대는 말씀 때문에 고민도 하고, 마음속에 갈등도 일어나는 은혜가 있기를 진실로 소원합니다. 지금은 말씀을 듣고 내삶을 돌아보면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세대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말씀은 진실입니다. 듣기좋으라고 던져놓은 말이 아닙니다. 이 말씀을 굳게 붙드시길 바랍니다.
물론 결실에 방해가 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주님은 '재리의 유혹'도 언급하셨습니다. '재리의 유혹'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결국 물질의 풍요로움이 안겨다주는 즐거움이나 쾌락을 말합니다. 어떤사람에게는 하루 하루 먹고사는 문제가 정말 힘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일하러 나가지 않고 예배드리면 당장 그 다음날 때거리가 없는데 도대체 무얼먹고 살아란 말이냐?"란 탄식서린 한숨이 나올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너무 가난하게 살면 그것도 신앙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목회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가난하면 목회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번연말에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공문을 여러장 받았습니다. 사연을 보면 참 딱합니다. 어떤교회는 건축하고 이자를 갚지 못해 교회가 넘어가게 생겼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어떤 교회는 재정적으로 자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선교헌금 후원을 부탁한다는 공문입니다. 겉봉투를 보면 모두 생소한 교회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낯선 교회에 일일이 공문을 다 발송했다면 적어도 수천장의 공문을 발송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렇게 하기까지 들인 시간과 열정을 목회사역에 쏟을 수 있다면 아마도 더 훌륭한 사역을 감당하실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러므로 너무 가난해도 신앙생활에 많은 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하면 부한대로 신앙생활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재리의 유혹'입니다.
'돈'이 있으면 그 돈을 어디에 쓸까?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가을날 단풍이 지기 시작하면 주일 빼먹고 단풍놀이갈 생각하게 되고, 어제같이 눈내리는 날이면 성탄예배 빼먹고 스키를 즐기러 스키장에 가려하지 않겠습니까? 하기야 요즘은 눈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스키를 즐길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입니까? 아예 돈이 없으면 이런 것 생각조차도 못하겠지만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리의 유혹이 신앙생활에 결정적인 방해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열매가 없습니다. 수십년 신앙생활을 했다고는 하나 언제나 그 자리입니다.
현대어 성경을 보면 22절에 대한 번역을 이렇게 했습니다. "또 가시덤불에 덮인 땅은 가르침을 듣기는 하지만 생활에 대한 걱정과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하나님의 말씀을 막아 버리는 사람"이라고 했고 새번역 성경에는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도 살아가는 동안에 근심과 재물과 향락에 사로잡혀 열매가 제대로 익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이 번역을 종합해 보면 가난한 사람들은 세상 걱정, 살아가는 걱정을 하느라고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부와 현세의 향락을 쫓느라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참 그렇습니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세상에 집착하고, 세상을 사랑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별로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표현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현재 상황에서 받는 유혹은 어떤 것입니까? 세상 살아갈 염려가 여러분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까? '주일날 하루종일 교회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면 내일 시험은 누가 쳐주나?'하는 염려가 있습니까? '예배드린다고 가게 문을 열지 않으면 그 시간에 남길 수 있는 이익금은 누가 대신 주나?'하는 염려가 앞섭니까? '교회일 때문에 바쁘게 지내다가 세월이 다 흘러가 버리고 나면 누가 내 흘러간 인생을 보상해줄 것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까? 그렇게 지난 세월을 살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잘 알고 계십니다. 또 필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성경은 계속해서 세상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집착하거나 세상을 쫓아가는 사람은 살았다고는 하나 실상은 죽은자들입니다.
부자가 자기 곳간에 곡식을 가득채우고 "내 영혼아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물건을 쌓아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자"고 한 말이 성경속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의 이야기정도로만 들려지십니까?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은 하나님없이 사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하나님없는 인생은 '재리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성경공부시간에 이런 얘기를 들려 드린적이 있습니다. 성경공부시간에 들으신 분들은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어떤사람이 남의 집에 세들어 살았습니다. 지금은 세들어 산다고 주인이 괄세를 할수 없습니다. 오히려 세를 빼달랠까봐 조마조마한 쪽이 주인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 쯤이면 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혹시라도 '방빼'하면 끝입니다.
세든 사람의 집에 아이들이 너무 개구장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장독을 깨지를 않나? 벽에 낙서를 하지 않나? 주인이 그 아이들의 장난에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날 세든 사람을 불러놓고 다짜고짜 '방빼'라고 말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같았습니다. 그 날이후 이 부부는 '방빼'라는 말의 서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수년이 지나서 그토록 원하는 집을 장만했습니다. 비록 한옥이지만 내집을 마련했습니다.
어느날 절친한 친구가 집들이를 한다고 이 사람을 초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은 한옥이 아니라 아파트였습니다. 아파트에 가보니 모든 것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집과 달랐습니다. 그중에 하나 화장실이 집안에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자기들은 볼일을 보려면 밖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특히 겨울이면 찬 바람이 부는 곳에서 볼일을 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파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집을 잘수 없습니다. 적어도 사람이 살려면 아파트에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부부가 합심해서 돈을 열심히 벌고 모았습니다. 그리고 여러해가 지나 그토록 원하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화장실을 집안에서 사용할수 있다는 것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친구가 또 자기를 초청해서 가보았습니다.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 넓은 집입니다. 그런데 넓다는 것도 달랐지만 그 집은 화장실이 두 개였습니다. 안방에도 화장실이 있고 거실쪽에도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식구가 많아 평소에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을 치루곤 했는데 화장실이 두 개있는 집을 보니까 그렇게 전쟁을 치룰 필요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돌아와서 그날부터 또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여러해가 지나 그토록 소원하던 화장실 두 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난 며칠 뒤 이 사람은 죽고 말았습니다. 병든 것도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아닙니다. 자기의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집을 마련하는 동안 세월이 그렇게 흘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평생 무엇을 하다가 갔습니까? 화장실 바꾸다 간 사람입니다. 대문간에 있는 화장실에서 집안에 있는 화장실로, 화장실 한 개에서 두 개가 있는 집으로, 이렇게 평생 화장실을 바꾸다가 인생을 마친 것입니다. 누구의 얘긴줄 아십니까? 바로 우리들의 얘깁니다. 우리라고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없이 세상의 염려에 사로잡혀 있거나 재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의 인생은 '화장실 두 개짜리'로 바꾸다가 그 인생을 마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살았다고는 하나 죽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말씀이 결실치 못하는 자는 죽은자입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도 인생을 즐길수 있습니다. 단풍놀이를 갈수 있고, 스키도 탈수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죄악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에 이끌리는 우리의 태도가 잘못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런 것을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나님앞에서는 인색하면서 내 자신을 위해서는 조금도 인색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아깝게 여기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문제입니다. 인생의 즐거움 때문에 하나님앞에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으려는 것이 문제입니다. 돈버는 일이 내 신앙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그 사람은 재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즐기는 일이 주님께 예배드리고 봉사하는 일보다 더 즐거우면 그 사람은 재리의 유혹에 빠져 있는 사람입니다.
친구나 세상사람들과의 관계는 중요하게 여기고, 하나님과의 관계는 대충 유지하려는 사람도 재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입니다. 여전히 교회생활을 하고, 여전히 예배드리고, 여전히 헌금도 하지만 이런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죽은자들입니다.
앞에서 소개했던 '첸판홍'이라는 여인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죽어가는 자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육신이 병들었다고 죽은자가 아닙니다. 영혼이 병든자가 죽은자입니다. 만약 세상의 염려, 재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의 영혼은 병든것입니다. 육신은 설령 살아있을는지 몰라도 우리는 죽은자들입니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20세기를 마감하는 해입니다. 남들은 다 새천년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분으로 들떠 있는 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지나온 세월을 조용히 돌아볼줄 알아야 합니다. 혹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으로 인해 결실치 못한 인생을 살았다면 우리 자신을 주님앞에 솔직하게 내어놓고 회개해야겠습니다. 가시떨기위에 떨어진 씨의 비유는 결실치 못한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새해에는 풍성한 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염려를 주께 맡깁시다. 재리의 유혹을 뿌리칩시다. 그래서 풍성한 열매, 풍성한 결실이 있는 해로 만들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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