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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본문:마 27:27-31절
2002-04-16 22:29:19 read : 16769
제목:희롱당하신 예수님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얘기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던 얘기는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에서 왼쪽 겨드랑이에 총탄을 맞고 쓰러져 장렬하게 전사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도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말을 조카에게 남기자 그 조카는 장군의 유언에 따라 아무에게도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채 북을 둥 둥 치면서 나머지 전투를 지휘하여 마침내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장면입니다. 그 얘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었을 때,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심정에 생각하기를 "사람이 죽을 때 저렇게 죽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이후 만화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가운데 적의 칼이나 총에 맞고 아주 멋지게 죽는 장면이 나오면 가슴에 깊은 감동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병정놀이를 하면 '어 억'하면서 멋지게 쓰러지고는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다오'라고 말하며 죽는시늉을 내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훌륭한 사람은 죽을 때도 멋있게 죽는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그 당시 성경에 나오는 얘기를 주일학교 선생님께 들으면서 저에게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 아니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구원자가 되신 주님은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서 그렇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적의 총탄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시면서 멋있게 머리를 떨구시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엄청난 고난을 경험하고 온갖 희롱을 다 당하시다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시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의 죽음이 외적인 어떤 행동 때문에 '멋있다거나' 혹은 ' 멋없다거나'하는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닌데 어린 시절에는 단지 외적으로 표현되어진 행동에 의해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저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분도 어린 시절에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잠시 후,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장엄하고도 위대한 죽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죽음과는 비교도 안되고, 심지어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의 죽음과도 비교가 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한 죽음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일이 있기 전, 우리 주님은 온갖 수모를 다 겪으십니다. 먼저 본문 27절을 보면 이렇게 말합니다. "이에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데리고 관정 안으로 들어가서 온 군대를 그에게로 모으고"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 직전에 빌라도가 유대인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결국 예수를 그들에게 넘겨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수님은 이미 한차례 채찍에 맞으셨습니다. 이제 예수를 넘겨받은 총독의 군대들이 예수를 관정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군인들이 예수님 주위에 모였습니다. 왜 많은 군인들이 예수님 주위에 몰려든 것일까요? 예수를 조롱하고 희롱하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채찍질하고 희롱하는 것을 자신들의 놀이로 삼고자 모여든 것입니다. 세상사람들 중에도 예수를 놀이감으로 삼아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를 믿느니 차라리 내 주먹을 믿으라"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수 믿는다고 하더니 그 꼴이 뭐냐? 네가 믿는 예수가 기껏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라고 비웃기도 하고, 뒤 돌아서서는 키득키득 거리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전문용어로 일명 '새디스트'라고도 합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학대하거나 피해를 입힘으로서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 사람들입니다. 가령 예를 든다면 사람들이 방귀를 뀌는 것도 그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영특한 사람은 재채기를 하며 방귀를 뀝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얼굴이 벌개지기까지 몇 시간동안 방귀를 참는 사람입니다. 소심한 사람의 경우는 자기 방귀 소리에 자신이 화들짝 놀라는 사람입니다. 멍청한 사람은 자신의 방귀와 남의 방귀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귀여운 사람은 남의 방귀 냄새를 맡고 뭘 먹었는지 맞히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검소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항상 여분의 방귀를 남겨두는 사람입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방귀 뀌려다가 싼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새디스트는 어떤 유형의 사람이겠습니까? 잠자리에서 방귀 뀌고 이불을 펄럭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새디스트들은 애교로 봐 줄만 합니다. 방금 우리가 웃었지만 어쩌면 우리들에게 이런 새디스트적 기질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인정을 하십니까? 특히 남성들, 집에서 방귀뀌고 이불 펄럭인 적 없으십니까?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하면서 은근히 자신에게 있는 열등감을 만회해 보려고 한 일은 없습니까?
남의 자녀가 공부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줍니까? 아니면 다른 부족한 부분을 꼬투리 잡아서 은근슬쩍 깎아 내립니까? 다른 집의 남편이 직장에서 승진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십니까? 아니면 "그 정도의 환경이라면 누군들 승진 못할까?"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십니까? 앞에서 언급했던 방귀 얘기는 그래도 한바탕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 새디스트들이라면 귀엽게 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님 앞에 모여든 이들은 그런 애교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예수에게 심하게 채찍질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주고, 심지어 그의 옷을 홀딱 벗기면서 비아냥거리는 말을 연신 해댑니다. 28절과 29절에 "그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히며 가시면류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롱하여 가로되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주님이 입고 계시던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혔습니다. 왜 그들은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힌 것일까요? 예수님은 이미 한차례 채찍에 맞으셨습니다. 그 일로 인해 옷이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힌 것입니까? 물론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옷을 갈아 입힌 이유가 무엇입니까?
남자들이 군에 입대하면 제일먼저 하는 일이 옷을 갈아입는 것입니다. 즉 그동안 사회에서 입었던 옷을 벗고 군용으로 갈아입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도 감옥에 갇히게 되면 그동안 자신이 입었던 옷을 벗고 죄수복으로 갈아입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과거의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옷을 입는 순간 그들의 과거는 더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그 옷에 맞는 신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그들이 옷을 벗기고 새롭게 입힌 옷은 '홍포'라고 했습니다. '홍포'란, 말 그대로 '붉은 색깔의 옷'입니다. 그러나 군인들이 예수님께 홍포를 입힌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즉 이 당시 붉은 색의 옷은 로마의 장군들이나 혹은 군대의 관리들이 입었던 것인데 예수에게 이 옷을 입힌 이유는 '그래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고 했으니 이 옷이라도 입고 어디 왕의 흉내를 한번 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예수님의 몸에 맞는 새 옷을 입힌 것이 아닙니다. 너덜너덜하여 누더기같이 되어버린 옷을 입혔습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누더기 옷을 입은 왕'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만약 누더기 옷을 입고 거리를 다니면서 나는 왕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미쳤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도대체 제 정신으로 말하는 것이냐?'라고 말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읽은 동화 가운데 벌거벗은 임금님에 대한 얘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동화 속에 나오는 임금님은 욕심 많은 임금님이었고, 그 욕심 때문에 사기꾼들에게 속아서 벌거벗고 대로를 활주하게 되었다는 얘기지만 어쨌든 벌거벗은 임금님은 백성들에게 우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누더기와 같은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유대인의 왕은 한마디로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홍포를 입혔습니다.
요즘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입은 옷으로 그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일에도 교회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도움을 청할 정도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아니다 싶은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두해 전, 겨울에 한번은 어떤 여자 분이 밍크코트를 입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하시는 얘기가 자기 아들이 지금 등록금이 모자라서 등록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7만원만 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밍크코트가 얼마나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런 옷을 입고 와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좀 냉정한 말인 것 같지만 '아주머니 지금 입고 계신 옷을 팔든지, 맡기시면 그 정도의 돈은 쉽게 구할 수 있을텐데요'라고 했더니 대뜸하는 말이 '무슨 목사가 이렇게도 사랑이 없느냐?'면서 버럭 화를 내고 나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옷, 화려한 옷을 입고 남에게 구걸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누더기 옷을 입고 자기가 왕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더욱 우스운 일입니다. 이날 군병들은 예수를 놀리고 있습니다. 노리개감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옷을 벗기고 홍포를 입혔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게 하려고 그렇게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머리에는 가시 면류관을 엮어 씌웠습니다. 왜 면류관을 씌웠습니까? 왕은 금이나 보석으로 단장된 왕관을 쓰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왕의 영광과 권세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에게 가시면류관을 씌웠습니다.
얼마나 우스운 꼴입니까? 왕이라고 하는 자가 누더기 옷에 가시면류관을 썼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우스운 구경거리가 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시 면류관을 씌운 것은 왕관대용으로 씌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조롱하기 위해서만 가시 면류관을 씌운 것이 아니라 한가지 더, 그것은 예수님께 고통을 주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미 예수님은 채찍에 맞으셨습니다. 아마 옷을 입고 맞으셨을 때 그 옷이 피가 묻어 나서 입고 있던 옷이 몸에 달라붙어 있을 것입니다. 그때 달라붙어 있는 옷을 벗긴다는 것은 또 하나의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다 가시 면류관을 씌움으로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 면류관은 왕의 영광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고통과 아픔과 조롱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뭔가 어색합니다. 구색이 맞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기엔 아직 예수를 조롱하고 희롱하기엔 뭔가 흡족하지 않습니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왕의 홀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왕의 홀을 대신하는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우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고 희롱하면서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마치 왕앞에 무릎을 꿇는 것처럼 행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황제폐하 만세'라고 외치듯이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말했습니다. 왕에 대한 모든 형식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된 형식이었습니다.
요즘말로 표현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패러디'입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왕을 경배하는 흉내를 내었습니다. 그러나 왕을 경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황제 폐하 만세'라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흉내내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아니 그 모습을 풍자해서 조롱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배할 마음이 있어서 무릎을 꿇었던 것이 아닙니다. 평안을 전하기 위해 '평안할지어다'라고 말한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순전히 노리개감으로 가지고 놀려는 생각의 발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어디 이들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우리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물론 이들처럼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우리 마음 가운데 거짓된 형식으로 주님을 경배하고 찬양했던 적은 없습니까? 주님을 노리개감으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마치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처럼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던져버리려 한 적은 없었습니까?
아이들은 장난감을 오래 가지고 놀지 못합니다. 유행에 따라서 얼마나 그 마음이 잘 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텔레토비가 유행할 땐 온통 텔레토비뿐이었습니다. 운동화도, 노트도, 가방도, 과자도 모두 텔레토비였습니다. 그러다가 포켓몬이 유행하면서 온통 포켓몬 일색이었습니다. 또 그 아류인 디지몬이 유행하면서 모두가 디지몬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유행이 지나면 애지중지했던 것도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혹 우리가 주님을 그렇게 대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지금 병사들은 주님을 노리개감으로 취급합니다. 자기들 마음에 내키는대로 행동을 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장난감 인형을 가지고 놀 때가 많습니다. 그 인형을 보면 입히는 옷도 있고, 신발도 있고, 화장대도 있고,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그 인형에게 이 옷도 입혀보고 저 옷도 입혀보고 합니다. 신발도 이 신발 신겼다가 마음에 안 들면 벗겨서 저 신발을 신기기도 합니다. 저희 집 아이도 그렇게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세숫대야에 인형을 꾹 쳐 박아놓고 밖에 놀러나가 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제가 보았습니다. 세숫대야에 둥둥 떠 있는 인형이 애처롭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주님을 그렇게 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마음대로 이 옷 입혀 보고, 저 옷을 입혀보고 하다가 싫증이 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내 던져 버리는 일들이 우리들에게 비일비재합니다. 신앙생활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 마음이 내킬때는 봉사도 하고, 충성하는 것 같다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돌아서 버리는 그런 유형의 신앙은 아닙니까? 여러분! 신앙이란 가지고 놀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릴 수 있는 장난감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취급하면 큰일납니다.
요즘 자주 부르는 복음송 가운데 이런 가사의 내용이 있습니다. "하나님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신 적 없으시고 언제나 공평과 은혜로 나를 지키셨네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주! 내 너를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 그 약속을 지키사 이후로도 영원토록 나를 지키시리라 확신하네"
그렇습니다. 주님은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신 일이 없으십니다. 버리거나 떠나신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마음이 바뀌고 변합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날 때 아무 미련없이 버려 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바뀌고 변하는 것이 우리들이 아닙니까? 주님을 그 정도로 밖에는 취급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우리가 주님을 그렇게 밖에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주님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를 지키시고 우리를 실망시키시지 아니하시는데 왜 우리들은 주님에 대한 삶의 모습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 병사들이 예수님을 그렇게 취급합니다. 누더기 옷에, 가시면류관, 거기에다 갈대를 손에 들리우게 하고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말합니다. 왕에게 하는 것 같았지만 왕에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짓된 형식을 가지고 예수님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더욱 심한 모욕감을 주는 행동을 합니다. 30절에 "그에게 침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치더라"고 했습니다.
주님얼굴에 침을 뱉았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누구에게 침 뱉음을 당해 본 일이 있습니까? 사실 이곳에서 설교할 때 가끔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침이 튀길 때가 있습니다. 만약 거리가 가까워서 전혀 고의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튀기는 침이 여러분의 얼굴에 튀었다면 여러분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아마 다시는 앞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제일 치욕적이고 모욕감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하면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할 때입니다.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동반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예수님께 침을 뱉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손에 쥐어줬던 갈대도 빼앗아 그의 머리를 쳤습니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머리를 맞아본 일이 있으십니까? 우리교회는 교사들이 많은데 혹 교사들 중에 아이들에게 머리를 때리는 분은 계시지 않겠지요? 특히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출석부로 머리를 내리치면 학생들은 정말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꼭 학창시절에 그렇게 맞아본 것 같이 여겨집니다. 물론 저도 솔직히 그렇게 맞아본 일이 있습니다. 머리를 내리친다는 것은 인격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그것도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홀 대신에 주어진 갈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갈대라고 하니까 뭘 것 아닌 것 같이 생각하실 분이 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갈대로 맞았을 때 아프면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씀은 아프고 안 아프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통은 이미 주님께서 충분히 겪으셨습니다. 채찍에 맞고 피를 흘릴 때 달라붙은 옷을 떼어내며 다른 옷으로 갈아 입힐 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침 뱉음을 당하고 갈대로 머리를 맞았습니다. '몽둥이가 아니었으니 다행이다' 이런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인격모독이었습니다. '자기 홀로 자기 머리를 맞는 자가 무슨 왕이냐?'라는 뜻이었습니다.
학생이 선생님께 출석부로 머리 한때 맞는 것은 아픈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격이 무시당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예수님께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31절에 "희롱을 다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끌고 나가니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에 대한 병사들의 태도였습니다. 마치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옷을 벗겼다, 입혔다 하다가 싫증이 날 때, 방 한쪽 구석에 쿡 쳐 박아 놓는 것처럼 온 인류의 죄를 위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에 대해 병사들이 취한 태도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기 위해 밖으로 끌고 나갔다고 했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 대목에 대해 말하기를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같이"라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이 누굽니까? 우리의 왕이십니다. 세상영광을 취하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분이 취하지 못하실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온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바로 그 분이신데 세상에서 영광을 받지 못하실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지만 그분은 세상영광, 세상의 왕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죄인된 우리가운데 찾아오셔서 친히 죄의 짐을 지고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끌려가신 분이십니다.
사도바울은 빌립보서에서 말하기를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심지어 하늘의 영광마저도 버리고 친히 복종하신 분이십니다. 여러분! 그분은 우리를 통해 영광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이십니다. 희롱이나 조롱을 받으실 수 없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노리개감은 더더욱 아닙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신앙생활을 중단하는 것입니까? 주님의 버리신 세상에서의 영광을 취해보려는 생각 때문이 아닙니까? 주님이 취하지 않으신 영광을 세상에 사는 동안 내가 한번 취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열심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까? 그것이 우리가 주님에 대해 취해야할 태도입니까? 그것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끌려가시는 주님에 대한 태도입니까?
세상에서 보상받는 삶을 추구하느니 차라리 주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는 삶을 구하는 것이 하나님 자녀다운 삶이 아니겠습니까? 그리스도인의 패러디한 모습으로 살 것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의 삶을 사시지 않겠습니까? 희롱하는 삶은 병사들만의 모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과격한 표현을 쓴다면 저와 여러분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주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지 않는다면 우리가 병사들과 같이 그렇게 주님을 적당하게 가지고 놀다가 버리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님은 이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골고다 언덕을 오르려 하십니다. 여러분은 어떤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시겠습니까? 이 시간 다시 한번 여러분의 모습을 돌아보는 은혜가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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