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날마다 천국 같이 2001-12-28 13:55:33 read : 19374
계 22:1-5
일시: 6/17/2001(주일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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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아침 마다 "그 하루가 좋은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근래에 제가 출간한 『한국교회의 영적 성장을 위한 융의 분석심리학』이라는 책이 조금씩 팔리는 모양입니다. 지난번에는 강의가 끝나고, 수강한 분들 중에 몇 사람이 책에다 사인(sign)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글을 써 주어야 하기에 조금 생각한 후에 어떤 이에게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써 주었더니, 아주 좋아했습니다. 날 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누구나 다 바라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들은 아침에 서로 만나면 "Good Morning!"이라고 인사합니다. "좋은 아침이 되기를 바랍니다"는 뜻이지요. 미국 교회에서는 주일 아침 예배를 시작하기 전 목사님이 나가서 교인들에게 "Good Morning, everybody!"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교인들은 "Good morning!"이라고 화답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교회에서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이 잘 안 어울립니다만, 어찌되었건 복되고 좋은 주일이 되기를 바라는 인사이기에 좋게 들렸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날마다 천국 같은 삶을 살길 바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본문은 우리에게 '천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마치도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천국이 어떤 모습인지 한 번 함께 들여다봅시다.
1. 열매가 풍성하며, 상한 것들이 모두 치유 받아 온전해 지는 것입니다.
2절을 보면 "강 좌우에 생명나무가 있어 열두 가지 실과를 맺히되 달마다 그 실과를 맺히고 그 나무 잎사귀들은 만국을 소성하기 위하여 있더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소성 한다'는 말은 희랍어 원어로는 '치료한다'는 뜻입니다.『표준새번역』을 보면, "강 양쪽에는 열 두 종류의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내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 쓰입니다"라고 더 실감나게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생명 과실은 단순히 영생의 실과만이 아니라, 상한 심령들을 고쳐 완전하게 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주간 "천국 같은 삶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몇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다들 "근심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녀 걱정하지 않고 살면 그게 곧 천국일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부모에겐 자식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디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플까봐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아프면 그렇게 외롭고 힘들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도 지난주간 처음으로 서울을 못 갔습니다. 갑자기 찬 음식을 먹었더니 배탈이 나서 며칠 고생을 했습니다. 여선 교회 임원들 몇 분이 정성스럽게 대접해 주셔서―하루에도 여러 번 죽을 끓여 주시는 등―그 사랑으로 인해 괜찮아 졌습니다. 다시 기운이 나서, 그 동안 못 타던 자전거도 요즘 부지런히 타고 있습니다. 며칠 간 누워 있으면서 아픈 교우들을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인간이 참 약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 몸이 아플 때는 마음도 약해지는 법인데, 그때는 관심과 사랑이 약입니다. 이것을 아파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천국이란 아픔이 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아프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무엇이 축복입니까? 아프다가도 치유 받고, 일이 잘 안되다가도 모든 것이 잘 되어 나가는 것이 바로 축복입니다. 이것을 본문 3절에서는 "다시 저주가 없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즉 병이나 죽음이나 그 외 심적·육적인 모든 저주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것은 오직 축복만이 넘치는 것입니다. 이런 축복을 오늘 본문에서 말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매일 마다 약한데서 놓여 고침 받고, 여러분이 계획하고 기도하는 일들이 다 잘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될 때 여러분의 삶은 천국 같은 나날이 될 것입니다.
2. 어둠이 없는 삶입니다.
5절 앞부분에 보면 "다시 밤이 없겠고"라고 했습니다. 밤이 없다는 것은 어둠이 없는 것입니다. 어두우면,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칡 흙 같은 어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둡다는 것은 대개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혼돈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둠이 깔리면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게 됩니다. 빛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이런 극심한 혼돈 상태와 방향 감각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어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나오기 전에 하나님께서 애굽에 내리셨던 어두움의 재앙이 있을 때 그랬습니다. 하나님께서 애굽을 치시니, 애굽 땅에 손으로 더듬어야 다닐 만큼 짙은 어둠이 덮였다고 했습니다. 성경을 봅시다. "모세가 하늘에다 그의 팔을 내미니, 이집트 온 땅에 사흘 동안 짙은 어둠이 내렸다. 사흘 동안 사람들은 서로 볼 수도 없었고, 제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출 10:22-23).
둘째로, '절망'을 뜻합니다.
이것을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고 했고, 정신 분석에서는 '어두운 밤바다 항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된 사람은 "나는 쏟아진 물처럼 퍼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내 마음은 촛물처럼 창자 속에서 녹아 내렸습니다. 내 기력은 옹기처럼 말라 버렸고, 나의 혀는 입천장에 붙어버렸습니다"(시 22:14)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는 밤이 없을 것"이라고 한, 본문의 의미를 기억해야 합니다. 더 이상 밤이 없다는 것은, 다시는 어둠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더 이상 삶이 혼돈 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삶이야말로 천국 같은 삶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왕 노릇 하는 삶입니다.
5절 뒷부분에 "저희가 세세토록 왕 노릇하리로다"라고 했습니다. 새 예루살렘 시민들은 영원토록 그리스도와 함께 통치자의 자리에 오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치하는 것, 즉 왕노릇하는 것은 남을 지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합니다. 흔히 천국이란 서로 위해주고, 도와주고, 나누는 삶이 있는 곳이라고 묘사되곤 합니다.
오늘날 이 세상은 강한 자, 가진 자가 살아남는 무서운 세상입니다. 경쟁이 너무나 심해서 이 경쟁에서 지면, 자신을 쓸모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좌절하곤 합니다. 마치도 사는 것이 전쟁과 같다고 사람들은 느낍니다. 이것은 어쩌면 지옥의 모습입니다. 실존주의 작가 싸르뜨르는 일찌기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습니다. 타인은 나를 도와주거나 돌보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감시하고 판단하는 존재이기에 지옥이라고 한 겁니다. 그러나 천국은 이와 전혀 다릅니다.
우리 주님께서 늘 말씀하시고 실천하신 것도 약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친구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늘 약자 편에 서 계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을 닮는 다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무한히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강자와 약자를 나누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예수님을 닮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예수님과 같은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눔과 섬김의 삶'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런 삶을 사셨습니다.
유명한 작가이기도 했던 우리 감리교회의 전 영택 목사님이 시를 지으시고, 구 두회 장로님이 곡을 붙이신, 찬송 305장(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은 한국 교회에서 사랑 받는 가정 찬송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소박한 신자의 가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3절에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 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 고마워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고마워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하루"라고 찬송을 부르면 우리는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즉 하나님을 모신 믿음의 가정 식구들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 고통을 나누는 가정일 때 그곳은 낙원과 같다는 것입니다. 천국은 서로 도우면서, 또 나누며 사는 곳입니다. 천국에 가면 긴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혼자서는 도무지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숟가락이 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 먹여 주어야 하겠지요. 여기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국 같은 삶을 살고 싶으면,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함께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왕 노릇하며 사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땅에서 날마다 천국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①하나님의 은혜를 간절히 사모할 때 가능합니다.
"천사는 또 수정과 같이 빛나는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강은 하나님의 보좌와 어린양의 보좌로부터 흘러 나와서, 도시의 넓은 거리 한가운데를 흘렀습니다. 강 양쪽에는 열두 종류의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열매를 내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 데 쓰입니다."(계 22:1-2) 이것은 생명 나무 열매가 상한 심령들을 고쳐서 완전하게 해 주는 치료제로 쓰인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생명나무는 하나님의 보좌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로 인해 자라며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보좌에서 흘러나온 생명수가 있어야만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고 또 풍성한 삶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메마르지 않고, 풍성한 열매를 맺고 늘 병들지 않고 강건하게 살려면,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우리 교회에 나오시는 어떤 연세가 드신 성도님이 아침에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 가정에 매우 기쁜 소식이 있어서 제일 먼저 목사님에게 알려 드립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작은 아드님이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박사 학위과정을 위해 5년간 생활비까지 다 받게 되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거듭 축하드린다고 말씀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그 성도님의 아드님 내외는 가끔 우리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말씀을 사모하며 은혜를 받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조금도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지 아니하고 정말 말씀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은혜를 사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은혜를 사모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신 것입니다. 분명 그 젊은 내외는 미국에 가서도 성공적으로 공부하고, 앞으로 한국 교회를 위해서 크게 이바지하는 귀한 일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치유 받고 싶고, 늘 풍성한 열매가 있는 삶을 살고 싶으시면, 더욱 더 은혜를 사모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에서 흘러내리는 은혜의 강이 여러분의 심령에 흘러 들어가서 모든 어그러지고, 상한 것이 고침 받고 온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우뚝 서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②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면 됩니다.
5절에서는 다시는 밤이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주 하나님께서 직접 비추어 주시기에 등불이나 햇빛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빛 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해 주시면, 우리가 다시는 어둠 속에서 살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이 가까이 계시면 다시는 절망과 혼돈 속에서 고통 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절망과 고통과 저주를 벗어나서 천국 같은 삶을 살려면, 마땅히 주 하나님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빛이요 불fire이시기 때문입니다. 성 암부로시우스는 '그리스도를 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I'm the wind, you're the fire"라는 詩가 있습니다. 주님을 불로 묘사한 것입니다.
출애굽기 34장 30절을 보면 모세의 얼굴에 '광채(光彩)'가 났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하나님을 가까이 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빙엔의 힐데가드 성인은 "태양의 뿌리를 내리고 가장 왕다운 자태로 싱싱함을 간직한 선한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찬란한 빛으로 빛나고 있군요"라고 하나님의 빛으로 사는 사람들을 칭송한 적이 있습니다.
민수기 6장 25절에 보면 "여호와는 그 얼굴로 네게 비취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라고 했습니다. 또 시편 27편 8-9절에 "너희는 내 얼굴을 찾으라 하실 때에 내 마음이 주께 말하되 여호와여 내가 주의 얼굴을 찾으리이다 하였나이다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마시고 주의 종을 노하여 버리지 마소서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나이다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나를 버리지 말고 떠나지 마옵소서"라고 했습니다.
날마다 천국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잠시라도 여러분의 시선을 하나님의 얼굴에서 떼지 마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며, 날마다 은혜를 뜨겁게 사모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그 거룩한 빛을 받을 때 여러분은 다시는 어둠과 저주가 없고, 풍성한 열매가 있으며, 날마다 은혜로 고침 받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믿고 나가는 복된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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