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그들을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 잘못된 기도
유대인들은 기도를 중요시하는 민족으로 이름이 나 있다. 유대종교만큼 기도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 종교를 찾아보기 힘들다. 유대 랍비들은 ‘기도하는 자는 위대하고 선행보다 존귀하다..’고 했고, 또 ‘자기 집에서 기도하는 자는 그 집을 강철보다 강한 담으로 두른다..’고 했다. 구제가 이웃에 대하여 행하는 의로운 행위라 한다면 기도는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는 보다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종교행위이며 의로운 행위라고 정의 할 수 있다.
예수님은 이렇게 중요한 기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유대인들 가운데 잘못된 기도가 있음을 지적하고 바르게 기도하도록 가르쳐 주시기를 원한다. 이러한 잘못은 유대인들만이 아니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흔히 쉽게 발견되는 잘못일 수 있다.
기도의 외식화外飾化 는 잘못된 기도이다 (5절), 어떻게 하는 것이 외식하는 기도인가? 유대인들에게는 매일 반드시 기도하도록 정해진 두 가지 기도문이 있었다. 처음 것은 쉐마(shema)인데 신명기 6:4-9, 11:13-21, 민수기 15:37-41, 로 되어있는 기도문으로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은 제3시와 제12시 이전에 반드시 이 기도문으로 기도하도록 율법으로 정하였고, 또 하나의 기도는 세모네 에스레(shemoneh esreh) 라는 제18기도문이 그것이다. 모두 18개의 기도문으로 된 내용이 아름다운 기도문이었다.
이 기도는 아침, 오후, 저녁, 하루에 세 차례 기도하도록 율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경건한 유대인들은 이 두 가지 기도문으로 잘 기도하였으나 여러 번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동안에 이 아름다운 기도문은 의미 없이 중얼거리는 형식적인 기도가 되어 버렸다. 유대인들의 이 기도는 이방인들의 주술기도와 같이 의미를 상실한 미신적인 기도가 되어 버렸다. 오늘 우리 크리스천들도 이 같은 외식기도를 드릴 때가 많다. 날마다 드리는 주기도문도 우리는 마치 유대인들의 외식기도와 다를 바가 없이 주문 외우듯이 기도 할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기도도 잘못된 기도이다 (5절).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유대인들의 기도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기도하기에 쉽게 되어 있는 기도였다. 우선 유대인들이 규정으로 정한 기도의 자세가 그랬다. 유대인들은 선 자세로 팔을 펼쳐들고,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고개는 숙이고, 큰 소리를 내어 기도하였다. 또 그들의 기도 시간은 제3시, 제6시. 제9시에 드려야 하는 규정이 있었으므로 그 시간에는 그들이 어디에 있던지 간에 기도를 드려야 했으므로 이 시간에 번화한 거리나 군중이 운집한 광장에서나 건물의 계단에서나 관계없이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장소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일 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도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고, 또 자기의 경건함을 자랑한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행위에 있어서 매우 위험한 자세들이 되었다.
‘외식하는 자’-휘포크리테스-..는 그리스에서는 ‘가면을 쓴 배우’..를 가리켰는데 사용되는 말인데, 신약에서는 내면적으로 결여된 신앙심을 겉으로 가장하는 자를 가리키며 공동번역에서는 ‘위선자들‘ 이라고 번역하였다.
* 바른 기도
‘골방에서 드리는 은밀한 기도’(6절)..는 외식 자들이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기도자세와 대조되는 말로, 사람에게 보이려는 외식을 버리고 오직 은밀한 가운데서 하나님과만 대면하여 진실한 기도를 드릴 것을 교훈 하는 것이다. 기도는 주변의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그러므로 기도는 은밀히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골방이 기도의 최상의 환경이 된다.
예수님은 기도하는데 두 가지 큰 원칙을 제시하신다. (1) 참된 기도는 하나님께 만 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외식하는 유대인들을 책망하신 것은 그들의 기도가 본질적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중기도를 인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을 의식하여 하나님께 드리지 아니하고 사람을 의식하여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도록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기도이건 사적기도이건 간에 사람은 그 마음속에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을 갈망하거나 생각해서는 안 된다.
(2) 우리가 기도드릴 때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기도 이상으로 응답해 주시는 분임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의 선물을 마지못해 주시는 분이 아니다. 또 기도를 응답해 주시도록 무리하게 조르고 성가시게 거듭 요청해야 주시는 하나님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 베풀어주시는 일을 소원으로 하고 계시는 분이시다.
* 잘못된 중언부언 기도 (7절)
‘중언부언’-발타로게세테- 는 신약성경 중 이곳에만 나오는 단어로서 그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말더듬이인 ‘바투스’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장황하고 반복적인 시를 읽는 사람의 이름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 말의 출처가 어디이든 간에 ‘중언부언’이란 말은 잡다할 정도로 말을 길게 끌거나, 아무 의미 없는 말을 거듭 반복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교도들의 주술문과 같은 기도를 의미한 말이다. 그 가장 좋은 실례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바알과 아세라신의 제사장들과 같은 기도의 모습이다(왕상18:25-29). 그들은 주문과도 같은 내용을 지겹고도 공허하게 계속 반복함으로서 그들의 신을 질리게 만들었다.
’저희는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이방인들은 자신들의 열심과 반복되는 장시간의 기도가 신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저들은 기도 할 때 장시간 중언부언하며 기도하기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기도는 언제나 짧고 간단하게 해야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예수께서도 잡히시기 전날 밤에 게세마네 동산에서 온 밤을 지새우며 오랫동안 기도하셨다.
본문은 장황하고 긴 기도라고 해서 단순히 그 기도형식이 믿음의 순수한 표현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한 말씀이다. 허식虛飾이 없이 한 마디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구를 하나님께 드려야 함을 교훈하신 것이다. 실로 하나님께 합당한 기도는 기도의 길이에 관계없이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듣고 계시며, 또한 기쁘게 응답하여 주실 것을 믿는 마음으로 간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성경에서 하나님께 응답 받은 기도들은 마음중심을 다한 진실한 기도였다.(출32:31-32, 왕상3:6-9, 18:36-37, 2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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